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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의 위기와 기회…쇠퇴와 재도약의 기로에 서다 [김현아의 시티라이브]

소득없는 고령자 많은데 저출산 심화로 신규 주택구매자 감소
재건축사업, 중산층이 자력으로 주거지 정비하는 수단돼야

2023년 2월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신도시 일대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김현아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 드디어 국토부가 제안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 특별법’(1기 신도시 특별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 법의 시초가 됐던 수도권 1기 신도시 주민들은 환호하고 있다. 그렇지만 특정지역에만(그것도 수도권) 혜택을 주는 법이 아니냐는 비판과 재개발 재건축을 너무 활성화 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 법은 단순히 신도시의 아파트를 재개발 재건축하자는 법이 아니다. 집과 사람이 함께 고령화하고 있는 현대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법이다. 우리보다 앞서 신도시 개발(교외주택 건설 붐)을 경험하고 신도시 개발을 종료한 선진국의 경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노후화하는 신도시, 모든 현대도시의 미래로

선진국의 신도시 개발은 대부분 1970년대 종료됐다. 대부분 베이비 부머의 주택구입 연령(20대 후반~30대 초반)이 집중되었던 시기에 더 쾌적한 집, 더 넓은 집을 찾아 교외로 사람을 이동시키는 정책이었다.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도시고속도로 확충도 교외화 추세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들 신도시들은 베이비 부머들이 고령화하면서 점차 활력을 잃어갔다. 초기에 입주했던 젊은 가족구성원이 고령화하고 그들의 2세들이 대부분 신도시를 떠나 도심으로 이동하면서 세대규모가 줄어들고 도시경제가 쇠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20년 전인 2000년 기준 신도시 거주자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20%를 넘어섰다. 신도시의 쇠퇴는 빈집과 건물, 점포가 늘어나는 것으로 가시화한다. 우리나라 신도시들은 아직 상가침체와 공실의 수준이지만 지금처럼 빠르게 저출생 고령화가 진행된다면 빈 주택의 증가도 안심할 수 없다.

이민자의 증가로 인구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미국도 더 이상 자가보유 확대를 권장하는 교외화 정책은 유효하지 않은지 오래다. 사람들은 점점 더 대도시로 모이고 흩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점차 쇠퇴해가는 교외도시를 재구성(retrofit)하는 일련의 사업들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신도시도 이젠 준비가 필요하다.

재건축 사업은 주택소유자들이 추진하는 순수 민간 자력사업이다. 이들의 사업동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사업구조다. 재건축 사업을 하면 용적률이 늘어나고 추가 건축면적을 일반 분양하면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게 된다. 조합원들은 큰 비용 부담 없이 새 아파트를 얻게 된다. 주로 낡은 저층아파트가 많았던 시기에는 매우 효율적인 구조였다. 

둘째는 인구구조상 풍부한 수요와 재건축을 뒷받침하는 부동산 경기다. 베이비 부머의 주택교체수요가 몰렸던 2000년대 신축 중대형 주택이 될 수 있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20년 이상 된 낡은 주택이 재건축 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격이 급등했고 이는 다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을 높여 추진유인이 됐다.

어느덧 재건축 사업에 투자 목적까지 가미되면서 재건축 사업은 재정착보다는 매각 후 처분을 노리는 자본이득의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도 불렸다. 이로 인해 재건축 사업은 부동산 과열의 진원으로 지목되었으며 무수한 규제를 양산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2006년에 도입되었는데 ‘초과’라는 명칭 자체에서도 얼마나 재건축 사업이 주택가격 폭등 등 많은 사회적 문제를 낳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황금 알 낳던 재건축, 지속가능성 확보 어려워

하지만 앞의 두가지 사업동인에 변동이 생기면 재건축 사업은 진행이 어렵다. 단순히 용적률을 더 높이면 되지 않겠냐고 하지만, 일반분양분을 사줄 구매자가 없다면 이는 모두 조합의 부담이 된다. 일각에서는 재건축 관련 규제를 다 풀어도 모든 노후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주택소유자들 중에 현금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이 많고, 급격한 저출생·양극화로 신규 주택구매자들의 절대적 숫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된다면 일반분양 물량간의 지역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다. 

재정착이 아닌 재테크 목적의 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몇 개의 상징적 단지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재정착 역시 수억원대의 추가부담금이 필요하다면 머뭇거리는 조합원들이 늘어날 것이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주거 외에 노후자금 수요는 점점 더 늘어나 오히려 살고 있는 주택마저 줄여갈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건축 사업은 살고 있는 주택이 전 재산인 중산층의 부담능력에 맞게 자력으로 주거지를 정비하게 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을 계기로 5개 신도시의 시장들은 자기 지역에 맞는 맞춤형 재개발 재건축 모델을 구상하느라 여념이 없다. 집단적으로 조성한 아파트 단지가 노후화하고 방치되면 곧 도시의 슬럼화로 이어지는데 이는 모두 시정부의 부담이 되며 한번 쇠퇴한 도시는 회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이라고 해서 인구감소 및 고령화 시대에 예외일 수 없다. 지자체장들이 재건축 사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재건축 사업을 ‘주택’이 아니라 ‘도시적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주민들의 높은 열정과 시민의식도 고무적이다. 몇 가지 추가 제안을 하자면 적어도 기존 주택소유자들이 추가부담금 때문에 강제로 살던 집, 머물던 도시를 떠나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추가부담금을 장기적으로 분납하거나, 주택연금으로 대체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1기 신도시를 떠났던 베이비 부머의 자녀들이 자신들의 자녀교육과 보육,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다시 신도시로 유턴하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선진국 신도시의 어두운 미래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각오와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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