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병에 1750만원”…‘해외’ 존재감 빛난 서울옥션 홍콩경매 [가봤어요]
판화 에디션 작품.주류에서 치열한 경합 이어져
유영국, 쿠사마, 두들 등 주요 작가 작품들 낙찰
[이코노미스트 김서현 기자] 국내외 유수한 블루칩 작품들이 하늘 위를 오갔다. 서울옥션이 지난 28일 ‘제 34회 홍콩경매’를 개최하면서다. 이번 홍콩 경매는 홍콩 현지에서 23일부터 26일까지 주요 작품 전시가 이뤄지고, 경매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하는 구조로 진행됐다.
홍콩 경매는 지난 2008년 서울옥션이 홍콩에 진출한 이후 연간 3~4회 개최해온 경매로, 한국 근현대 작품을 세계 시장에 알리고 해외에 흩어진 고미술품을 환수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삼고 있다. 특히 이번 홍콩경매는 근 4년 만에 홍콩 아트바젤이 제대로 열리는 등 최근 해외 미술시장이 본격적인 리오픈 시기를 마주함에 따라 한국 근현대 작가들의 대표작들을 해외시장에 소개하는 취지로 구성됐다.
이번 경매에는 총 93점, 약 130억원 규모의 작품이 출품됐다. 경매 이전부터 주목받았던 유영국의 작품 ‘Work’는 10억 7000만원(추정가액 12억~18억원)으로 낙찰에 성공했다.
유영국은 김환기와 함께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자연의 본질을 작품에 지속적으로 담아냈으며 특히 1960년대 이후부터 ‘산’이라는 주제를 고수해, 산의 추상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67년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 그려진 유영국의 그림들은 면과 면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색이 칠해지는 과정도 이후에 비해 역동적인데, 해당 작품은 1964년 완성한 작품으로 그 과도기가 잘 드러나있다고 평가받는다.
해외 작가 작품들 중 이목을 끌었던 작품은 ‘땡땡이’로 유명한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Infinity-Nets Green’(TTZO) 작품과 즉흥 드로잉으로 이름을 알린 미스터 두들의 ‘MLT live’다.
‘Infinity-Nets Green’(TTZO)는 검정 바탕에 논색으로 쿠사마 특유의 그물망이 그려져 있는 작품이다. 작은 점으로부터 시작해 끝도 없이 반복되는 붓질로 작가의 강박적 집착을 표현했으며, 화면을 가득 채운 그물망이 관람객에게 무한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해당 작품은 25억원(추정가액 30억~50억원)에 낙찰됐다.
작품 속에 여실히 드러난 쿠사마의 ‘그물망’은 과거 뉴욕에서 작업을 이어가던 쿠사마가 특정한 구성없이 네트와 점들을 그려나가던 중, 무의식적으로 캔버스의 경계를 넘어 테이블과 마루, 나아가 방 전체를 네트와 점으로 채우고 있었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생성된 모티프다.
강박증으로 정신적인 혼란을 겪던 쿠사마는 오히려 자신의 작품을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이를 치유하고자 했다. 또 동일한 맥락에서, 작품의 관람객이 무한한 시공간 속에서 자기 스스로를 망각하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길 원했다.
한편 미스터 두들의 작품 ‘MLT live’는 지난 2019년 작가가 한국을 방문해 MBC 방송 ‘마이 리트 텔레비전2’에 게스트로 출연하며 선보인 작품이다. 그가 한국을 여행하며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은 물론, 방송에서 시청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마주한 모든 것들이 녹아있는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작품 안에는 한국을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태극기, 남산타워, 고궁, 밥그릇부터 시작해 소주병까지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우측 상단부에는 글로벌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작품은 2억 6000만원(추정가 2억5000만~5억원)에 낙찰됐다.다만 최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여파로, 베르나르 프리츠, 조르디 리베스 등 사전에 이목을 끌었던 작품들에서 유찰이 이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서울옥션 홍콩법인 함께한 ‘주류 섹션’, 유찰 없었다
경합이 연이어 펼쳐진 건 해외 작가 에디션 작품을 비롯한 주류 경매 섹션이다. 연이어 낙찰을 성공시키며, 경매 열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중에서도 ‘진라면 봉지’ 콜라보로 유명한 호안 미로의 에디션 작품, ‘The Queen of the Emphemerals’가 치열한 경합 끝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추정가 3000만~5000만원을 뛰어넘은 5600만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에디션 작품은 판화 작품을 일컫는 용어다. 작품설명에 ed.라는 약어와 함께 번호가 적혀있으며, 이번에 출품된 작품의 경우 ed.32/50에 해당한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판화 에디션 작품들은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접근하기에 용이하고, 특히 이번 경매에 출품된 작품들의 경우 그 크기가 커서 더 인기를 끌었던 것 같다”며 “호안 미로 작품은 100호로, 경매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사이즈”라고 설명했다.
와인과 위스키를 취급한 주류 섹션(78~93번)의 경우 한개의 랏(번호)도 빠짐없이 낙찰됐다. 이날 경매에서 가장 뜨거운 경합이 펼쳐진 섹션이며, 현장에서의 응찰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져 재미를 더한 순간이기도 하다.
주류 섹션의 경우 서울옥션 홍콩 법인과 서울옥션의 협업으로 기획됐다. 실물을 확인했다는 가정 아래 경매가 진행됐으며 위스키는 전시장, 와인은 서울옥션 수장고에 보관하다 확인을 원할 시 관람객에게 이를 내어주는 방식으로 준비 작업이 이뤄졌다.가장 높은 값에 낙찰된 건 샤또 무똥 로칠드(Château Mouton Rothschild) 1988년산이다. 구릿빛 색조의 레드 와인으로, 라벨에는 키스 해링의 삽화가 들어가 있다. 전화, 서면, 현장 응찰객이 뒤섞인 뜨거운 경합 끝에 850만~1400만원으로 책정된 추정가액을 훌쩍 넘긴 175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해당 와인이 특히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1988년이라는 숫자가 주는 희소성 덕분”이라며 “6L으로 유독 용량이 큰 제품이라는 점도 가치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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