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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전장에 엇갈린 표정, 삼성‧SK 울고 현대차·LG 미소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 보고서-4대그룹 재무돋보기]④
메모리 반도체 빙하기,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적자↑
전장 가속페달 밟는 LG 승승장구
현대차 1분기 영업익 1위 전망, 美 IRA는 우려

다사다난(多事多難). 2022년을 가장 잘 표현한 사자성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풍토병(엔데믹)화로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를 막기 위해 풀었던 막대한 자금이 살인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돌아왔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류비용과 원자잿값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내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주요 4대 그룹 역시 직격타를 맞았다.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은 둔화됐고, 재고자산과 부채가 크게 증가하며 재무건전성이 악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와중에도 4대 그룹은 연구개발(R&D)과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올해 역시 경기침체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4대 그룹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편집자]

지난해 7월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세계 최초 GAA 기반 3나노 양산 출하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삼성‧SK‧현대차‧LG 등 국내 4대 그룹이 올해 핵심 사업에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 불황에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상반기까지 실적 반등에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반해 현대차는 자동차 산업, LG는 가전과 전장 부분에서 호실적을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빙하기’에 잔뜩 웅크리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요가 둔화하고 재고는 넘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불황에도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2023년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며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 아래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 비중 확대,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경쟁 업체들이 투자와 생산을 줄일 때도 생산을 지속해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을 펼칠 것을 암시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과정에서 생산업체들이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가격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는데, 이 위기를 견뎌내면 호황기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때 시장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월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왜 감산하지 않냐는 질문이 많지만 지금 우리가 손 놓고 다른 회사와 같이 가면 좁혀진 경쟁력 격차를 벌릴 수 없다”며 “지금이 경쟁력 확보의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 또 “메모리 점유율 40%에 만족하면 안 된다. 예전 인텔 CPU처럼 90% 점유율이 왜 안 되겠느냐”라고 했다.

하지만 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고 반도체 사업에서만 적자가 4조원 수준까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이런 전략을 포기한 것이다. 지난 1분기 삼성전자의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6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지난해 반도체 투자 축소와 감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조655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0.3%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를 발표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시장 환경에 맞춰 내년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로 (메모리) 수급 균형을 앞당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올해보다 50% 이상 (투자를)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지난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1년에 20조원 넘는 투자를 하고, 6개월 동안 600개가 넘는 공정이 투입돼 나온 제품이 센트(cent)에 팔리고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증권가는 지난 1분기 SK하이닉스가 3조~4조원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요한 것은 반도체 불황이 당분간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2분기까지는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며 “본격적인 실적 반등은 3분기부터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ES 2023 LG전자 전시관 입구에 올레드(OLED) 플렉서블 사이니지 260장을 이어 붙인 초대형 조형물 '올레드 지평선'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LG전자 기대감↑, 현대차 하반기는 ‘글쎄’

LG전자는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KB증권은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2% 증가한 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증권은 이보다 적은 수준의 영업이익(3조6671억원)을 전망했지만, LG전자의 연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이 3조2959억원(2020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좋은 실적으로 평가된다. 지난 1분기 LG전자가 연결기준 잠정 영업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9% 감소한 1조497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을 때도 증권가에서는 기대치를 웃도는 호실적이라며 환호했다.

LG전자의 호실적 배경으로는 생활가전(H&A), 전장(VS) 등의 성장이 꼽힌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가 다소 부진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른 사업부가 이를 덮을만한 실적을 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가전 부문이 에어컨 성수기 진입 효과로 10%에 근접한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전장부품(VS) 사업의 분기 매출도 역대 최대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3’에서 “전장 사업이 10년 만에 턴어라운드했고 고속도로에 올라갔으니 이제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은석현 VS사업본부장(부사장)도 “연간으로 흑자가 되고 2~4분기 연속 흑자가 나올 것으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올해도 많이 성장해 10조원 이상의 매출이 나오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급 차량 판매 증가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가 분석한 현대차의 1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2조6638억원, 기아는 2조1655억원으로 예상된다.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8.1%(1조9289억원). 34.8%(2조1655억원) 늘었을 전망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HMM, SK하이닉스, 포스코 홀딩스에 이어 현대차는 국내 기업 영업이익 기준 실적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대로 나온다면 국내 기업 영업이익 기준 1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호실적은 자동차 국내 판매는 물론 수출까지 동시에 늘어난 덕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 주요 15대 수출 품목 중 자동차가 65억2000만 달러(약 8조5724억원)의 수출 기록을 썼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자동차 수출액은 540억6700만달러(약 71조981억원)였는데, 불황에 빠진 반도체와 달리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가 수출량이 15억4500만 달러(약 2조326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5.7% 늘면서 전체 자동차 수출 비중의 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올해 2분기부터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이 현대차에 어떤 영향을 줄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IRA는 북미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미국 정부가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대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고 수출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현재 미국 현지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지만, 전기차를 생산하기까지 미국 현지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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