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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는 결국 무역장벽"…美 전기차 보조금 대상서 韓·日·유럽 다 빠졌다

리스·렌트 차량은 예외지만, 소비자 선호도 떨어져
WSJ "전기차 혜택 받으려면 미국 브랜드 사야할 것"

미국 조지아주 기아 공장에서 현장 근로자가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예상은 했지만, 미국이 노골적으로 무역 장벽을 높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지침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미국 정부는 IRA에 따라 북미지역에서 생산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데 사실상 자국 기업에만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이런 평가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최근 IRA 세부지침을 통해 세액공제 수혜 대상을 발표했다. 테슬라의 모델3 및 모델Y를 비롯해 포드의 머스탱 마하-E 등 16종이 포함됐다. 중요한 것은 이들 차종을 만드는 자동차 기업이 테슬라‧제너럴모터스(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업체라는 것이다. IRA 세부 지침에 따르면 올해 기준 ▲북미지역에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미국이나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채굴·가공한 핵심 광물의 40% 이상 사용 시 3750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업체들이 미국 기업뿐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 업체에 혜택을 몰아주면서 다른 나라의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때 가격 경쟁력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 재무부의 보조금 수혜 차종 발표 후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기 위한 미국의 규제 강화로 당분간 미국 이외의 자동차 제조사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기차 세제 혜택을 받고 싶으면 이제 미국 브랜드를 사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현대·기아차도 고전이 예상된다. 앨라배마 공장에서 조립하는 현대차 GV70은 세부 요건 발표 이전까지 보조금 수혜 대상이었지만, 이번에 제외됐다.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전기차 공장에서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져야 미국 현지 판매 시 보조금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앞서 호세 무뇨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장은 최근 “(보조금) 제한받지 않는 리스 차량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소비자들이 리스보다 구매를 선호하는 만큼 매출 감소분을 벌충하기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기아 아메리카의 스티븐 센터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보조금 대상 제외에 대해 “단기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전체 산업에 끔찍한 일”이라고 했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미국 조지아 주 브라이언 카운티(Bryan County)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HMGMA)’ 기공식에서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자동차그룹]

다만 이번 보조금 대상에서 한국뿐 아니라 일본‧유럽 자동차 기업들도 함께 제외됐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폭스바겐·리비안·닛산·BMW·볼보 등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는 뜻이다. 현대차그룹은 렌트‧리스 차량 수출 확대를 비롯해 일본‧유럽 자동차 기업과는 보조금에 구애받지 않는 고소득 소비자를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우리 전기차 수출에 대한 타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고 어느 정도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은 18일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배터리 수출에 있어선 우리가 혜택을 받는 나라가 됐다”고 했다.

최 수석은 “지난해 12월 렌트나 리스 같은 상용차는 보조금 지급 요건이 예외로 인정받아 한국에서 수출한 전기차도 7천500달러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됐다”며 “그 결과 최근 현대차 그룹의 미국 판매가 작년 8월 대비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IRA 세부 지침 발효 이후 세액공제 대상 차종과 금액이 축소된 것도 우리 자동차 업계의 미국 시장 내 경쟁 측면에서 크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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