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짜리 클릭하니 80만원? ...‘눈속임 광고’ 발란, 가격 비교 없앤 까닭 [이코노Y]
거짓·과장 광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
유인판매 '제로(0) 시스템' 구축, 6월부터 새 시스템 가동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거짓·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유인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고를 받은 명품 플랫폼 ‘발란’이 빠른 시정에 나섰다. 명품 카테고리의 특성상 희소성이 있는 인기 옵션의 가격을 높게 설정하거나, 재고 소진 목적으로 비인기 옵션의 가격을 낮게 설정하는, 문제가 되는 시스템 전면 개편에 나선 것이다.
‘눈속임 상술’ 업계 낡은 관행…공정위로부터 경고
발란은 지난 12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려 소비자를 유인한 행위(전자상거래법 위반)에 대해 심사관 전결로 경고를 받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발란은 온라인몰에서 특정 브랜드 운동화를 30만원대 가격에 판매한다고 표시했다. 하지만 상세 페이지에 들어가면 실시간 재고가 1개뿐인 미국(US)식 사이즈에만 이 가격이 적용됐다. 한국식으로 표기된 다른 사이즈 가격은 70만~8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할인가격이 적용된 US 사이즈 옵션은 재고부족으로 구매할 수 없었지만, 같은 크기의 한국 사이즈 상품은 살 수 있었다. 예컨대 US 6 사이즈는 품절인데 동일한 크기인 240 사이즈는 2배 가격을 줘야 구매 가능한 식이다.
이런 소비자 유인 행위는 다크패턴(눈속임 상술)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구매 과정에서 ‘숨겨진 가격’이 추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격에 차이를 두는 건 리셀 또는 이커머스 업계의 낡은 관행이기도 했다. 인기 사이즈의 경우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때문에 값을 올려도 팔린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한정판 제품일 경우, 판매자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가격 차이가 벌어진다.
명품 카테고리의 특성상 희소성이 있는 인기옵션의 가격을 높게 설정하거나 재고 소진 목적으로 비인기 옵션의 가격을 낮게 설정하는 것은 업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입점 파트너사의 사업 건전성을 위해 필요한 정상적인 상거래 행위로 간주, 옵션추가금 기능을 제공해왔다.
그러나 원래 취지와는 달리 그간 옵션추가금의 순기능을 악용해 허위 매물을 저렴한 옵션가로 올려 소비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발란 모니터링 시스템에 의해 연간 20여건 적발, 발견돼왔다. 발란은 이러한 잇따른 경고와 지적에 발란은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강구책을 들고 나오는 한편, 판매자에게 소명을 요청하고 빠른 시정에 나섰다.
발란은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돼온 ‘유인판매’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한편, 오는 6월부터 발란에서 ‘옵션추가금 기능’을 없애기로 했다. 동일 상품 내에서 옵션별로 다른 가격 설정은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또 상품이 품절되면 결제액의 3%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보상 책임 제도’를 5월 22일부터 시행한다.
입점 업체가 재고가 없는 상품(품절)을 허위로 등록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발란 관계자는 “이번 개편의 핵심은 연간 수백만건의 주문량에 비해 체감이 어려울 정도로 사례가 미미하지만 소비자를 기만하는 유인 판매 행위를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강한 의지표출로 유인 판매를 아예 ‘제로’로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잇단 논란에...이용자 이탈 가속화 '우려' ↑
앞서 발란은 지난해에도 가격 꼼수인상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발란은 지난해 4월 유튜브 ‘네고왕’ 출연을 계기로 17% 추가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나, 일부 판매자가 행사 직전 상품 가격을 올리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발란은 업데이트 과정에서 생긴 서버 오류라고 해명했다.
발란의 잇따른 구설에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이용자 이탈이 더 가속화될거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에 따르면 발란의 지난해 1~2월 평균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발란 58만명이었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35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실적도 급감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발란의 매출은 891억원으로 전년보다 71%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373억원으로 101% 급증했다. 여기에 최근 명품 시장의 열기도 한풀 꺾이며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명품 성장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8.1%, 11월 11.3%, 12월 6.0%로 점차 둔화하더니 올해 1월부터는 마이너스(-7.2%)로 돌아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시장 성장세도 꺾인데다 최근 온라인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까지 이탈하며 그야말로 명품플랫폼을 둘러싼 환경을 최악인 상황”이라며 “명품 소비 감소세까지 뚜렷해지며 앞으로 이용자나 실적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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