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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버거 3대장’ M&A, 소문난 잔치로 그친 까닭

[美 프랜차이즈의 덫]① 본사는 ‘갑’, 독소조항은 ‘룰’
영업 자율권 제한에 본사 로열티까지 비용 부담 커
비용 떠넘기기 등 불리한 조항…사업 확대 한계 커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미국계 버거 프랜차이즈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설아 기자] 미국계 프랜차이즈 ‘빅3’ 버거 브랜드가 또 다시 팔리고 팔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해 초 버거킹을 시작으로 KFC코리아, 한국맥도날드까지 새 주인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한꺼번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등장했지만 현재까지 매각에 성공한 곳은 KFC코리아 단 한 곳 뿐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최근 동원산업과 매각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무산됐고, 1년이 넘도록 원매자를 찾지 못한 버거킹은 매각을 잠정 중단했다. 

이들의 매각 배경과 딜 성공 여부를 놓고 시장에선 갖가지 해석이 나온다. ‘시장점유율 1위’ 타이틀과 ‘저조한 수익성’이란 꼬리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한국맥도날드는 6년 전 매각 실패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평가다. 당시 CJ를 포함해 매일유업 등이 관심을 보였지만 조건을 놓고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불발됐다. 이번에도 글로벌 본사가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한 과거 데자뷰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FC코리아는 예상 몸값을 40% 이상 낮추며 가까스로 매각 문턱을 넘었다. KFC코리아가 KG그룹 품에 안긴 뒤 실적 반등에 성공했고 외형 확대 역시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매각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무엇보다 국내 시장에서 미국계 브랜드 사업은 ‘빚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가 쏟아진다.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빅3 버거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이토록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① 자율권 제한…곳곳서 통제 

업계에선 글로벌 본사의 통제권이 강하다는 것을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매각 대상인 미국계 버거 브랜드의 지분을 한국 법인이 100% 소유하고 있지만, 이를 인수한 새 주인이 경영을 전적으로 주도할 수 없는 구조다.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이 사실상 권리금과 유사한 간판값(영업권)인 셈이다. 

최근 3년간 영업 흑자를 내던 KG그룹이 KFC코리아를 팔고, 동원그룹이 한국맥도날드 인수를 포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설명이다. 영업에 대한 자율권이 없다 보니 신메뉴를 출시하거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협업 시도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기 때문이다. 

KG그룹은 이 같은 이견차로 KFC코리아 운영 기간 동안 글로벌 본사와 종종 마찰을 빚어 왔다. 국내 소비자에겐 다소 큰 치킨 조각을 한번 더 컷팅 하는 데도 본사의 승인이 나지 않으면 불가능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증가한 배달 매출을 잡기 위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려 했지만 본사와 오랜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경쟁사보다 뒤늦은 시점에 앱을 내놨다. ‘닭’을 활용한 메뉴나 버거 빵 대신 도넛을 사용한 신메뉴 개발에도 앞장섰지만 본사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트렌드 변화가 유독 빠른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와 글로벌 본사 요구를 동시에 맞추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글로벌 본사가 국내 영업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천편일률적인 운영 정책만 고집하면서 결국 양사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동원그룹 역시 본사와 운영 방식을 놓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매각 가격에 따른 이견으로 협상이 결렬됐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사실상 본사의 영업권 제한이 주된 이유라는 게 내부 안팎의 목소리다. 

이번 딜에 정통한 관계자는 “매각 가격과 관련해선 오히려 이야기가 잘 된 것으로 안다”면서 “인수자 입장에선 얼마에 샀느냐 보다 어떻게 운영해서 수익을 내는지가 중요한 데 현 상황에선 수천억원을 들여 사더라도 본사의 글로벌 스탠다드만 적용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② 과도한 로열티…배달료도 매출로 

사업권 인수 후 적자 여부에 상관없이 로열티를 내야 하는 것도 문제다. 3대 버거 브랜드의 로열티 기준은 제각각이지만 그 중 KFC 본사가 요구하는 로열티 규모가 가장 크다. 본사는 한국 법인으로부터 총매출액의 6%를 로열티로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갈등도 적지 않았다. 글로벌 본사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배달 비중이 높아진 데 따른 배달료까지 로열티 징수 대상에 포함시키면서다. 배달료는 주문한 고객이 배달 라이더에게 지불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KFC코리아 매출로 볼 수 없지만 본사 측은 ‘매출로 잡힌 건 매출로 봐야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190여 개에 달하는 KFC코리아 전 매장이 직영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임차료 등 매장운영에 필요한 제반 비용에 대한 부담도 컸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경우 총매출을 기준으로 정한 KFC와 달리 순매출액(총매출액에서 집단 내 매출액, 광고선전비 등을 차감한 금액)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맥도날드는 순매출액의 5%, 버거킹은 순매출액의 6%를 본사 로열티로 받고 있다. 

물론 매출 규모가 큰 이들의 로열티 액수는 상당한 수준이다. 맥도날드의 경우 3년 연속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로열티로 지급하는 금액이 적자 폭보다 더 크다. 사실상 로열티가 없다면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한국맥도날드는 2020년 501억원, 2021년 543억원 규모의 수수료를 본사에 지급해왔다. 2021년 적자 278억원의 두 배 가까이를 로열티로 낸 셈이다. 여기에 신규 출점 점포는 글로벌 본사에 약 6000만원의 기술료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글로벌 브랜드 로열티가 3% 안팎인데 버거 브랜드는 로열티가 다소 높은 수준”이라면서 “주로 핵심 상권에 매장이 있는 탓에 임대료 부담이 큰데 가맹점도 추가로 출점할 수 없어 성장성에도 물음표가 찍힌다”고 말했다. 

③ 곳곳에 숨은 ‘독소조항’ 

까다로운 조건과 더불어 곳곳에 숨어 있던 독소조항도 걸림돌이다. 갑(甲)의 위치에 있는 글로벌 본사가 계약 단계에서부터 우세에 놓여있다 보니 자신들에게 유리하지만 인수자인 한국법인에게 불리한 조건을 종종 포함시키는 것이다. KG그룹의 경우 KFC코리아 인수 당시 인수 주체인 KG써닝라이프가 로열티 지급을 못할 경우 계열사가 대신 로열티를 내도록 연대보증을 서도록 한 내용이 계약서에 담겼고, 향후 이 부분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부터 KG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다. 공시대상 기업에 포함되면 기업집단 현황 공시는 물론 사익편취 규제와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규제를 받는다. KG측에선 해당 계약 부분이 계열사간 부당지원을 금지하는 국내 공정거래법에 일부 저촉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 아니라 한국 법인에 소송 비용을 떠넘기거나 별도의 외식 사업과 관련해서도 본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등 독소조항이 여럿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맥도날드도 지난해 매각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새 인수자는 반드시 개인 ▲외식업 경험 필요 ▲본사 기준을 통과한 사람 이라는 등의 깐깐한 조건을 내걸었다.

한국맥도날드에 새 주인이 나타나면 계약서 상에는 영업에 관한 모든 권리는 물론 의무 관계가 더 세세하게 담기게 된다. 일례로 맥도날드는 각 법인이 매장을 새롭게 개발하거나 쪼개서 파는 행위에 대해서도 본사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법인이 사업권을 다시 팔 때도 매장을 마음대로 팔거나 없앨 수 없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의 행보는 스타벅스나 베스킨라빈스가 한국 법인에 대한 영업권을 허용해주면서 글로벌 본사와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과 정 반대의 상황”이라면서 “수익성이나 가격적인 이점 등 글로벌 본사가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한 버거 브랜드의 매각 장기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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