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서도 뜨거운 챗GPT…투자유치 위해 기술 아닌 이것 있어야
12일 한국창업학회 ‘2023 춘계학술대회’ 개최
IPO 시장 한파에 스팩 상장 선택하는 기업 늘어
SVB사태로 투자 위축…“민간자금 유입 부족”지적
챗GPT 기술보다 사업측면에서 고민해야 투자 받을 수 있어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송재민 기자]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기업 공개(IPO) 시장 한파에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기 위해선 기업의 특성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챗GPT를 테마로 한 스타트업이 늘었지만 투자 유치를 위해선 기술이 아닌 사업 측면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창업학회(학회장 송영화)는 12일 서울시 마포구 서울창업허브에서 2023년 한국창업학회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글로벌창업생태계와 IPO’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춘계학술대회에서는 글로벌경제환경 악화에 대응해 민간투자시장을 검토하고 창업기업의 IPO전략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이원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부장은 ‘코스닥상장을 통한 자본시장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주제로한 발표에서 “IPO를 하려면 거래소 심사와 증권신고서 심사의 산을 넘어야 하는데 최근 심사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엄격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며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금융위가)계속해서 정정을 요구해 상장이 지체되는 상황들이 많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장의 상황이 좋지 않으면 많은 비상장 기업들이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을 선택하는 경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공모가 등에 변수가 많은 현 IPO 시장에서 상장에 소요되는 기간을 크게 감축할 수 있고 안정적으로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부장은 “기존에는 스팩과 비상장회사가 인수합병을 통해 상장을 하면 스팩이 상장기업 자격을 가지고 있어 비상장기업이 흡수되는 형식이었다”며 “지금은 제도가 신설돼 반대로 기업이 상장기업 자격을 갖게 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특별 세션에서는 올해 초 발생했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챗GPT의 등장이 국내 투자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민간투자시장의 트렌드와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김민서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국내 VC들의 펀드 구조는 미국과 다르기 때문에 SVB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짚었다.
박혁진 위벤처스 수석은 “시장 자체의 유동성 공급이 줄면서 VC들도 만들 수 있는 펀드가 줄어들다보니 남아있는 투자금을 활용해 지금까지의 펀드 리스크 위험회피(헷지)를 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며 “해외의 경우 민간자금의 인풋(Input)이 활발하지만 국내는 아직까지 많은 펀드가 정책기금이나 연기금 공제회 같은 기관 영향을 많이 받는 자금에 의지를 하다 보니 LP들도 외부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윤진 시그니처라벨(SIGNATURE LABEL) 대표는 “스타트업 투자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고위험, 고수익)을 전제로 하는 만큼 불확실성에 배팅을 하는 구조”라며 “SVB사태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 사례가 생기는 것에 대해 VC들이 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사업에 필요한 비용과 매출, 창업자의 백그라운드에 대한 검증도 과거보다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챗GPT의 등장이 국내 투자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김 대표는 “최근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에 참여했는데 대다수 팀들이 하드웨어 테크나 첨단 기술과 관련된 팀들이었다”며 “투자 경향성 자체가 바뀐 것 같아 기술적인 차별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챗GPT를 활용해 정확한 타겟 시장이나 경쟁력 없이 인터페이스만 다른 비슷한 사업구조를 가진 스타트업들이 계속해서 나오는 것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희윤 스파크랩스(SparkLabs) 상무는 “한국이라는 작은 시장에서 한국어 데이터로만 학습된 생성형 AI 기술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타겟 고객이나 활용 산업, 타겟 시장이 무엇인지는 헤매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수석은 “VC 입장에선 3~4년 뒤를 예측하고 투자하는 것이 맞지만 펀드가 만들어지는 시점의 시장 분위기를 탈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면서도 “기술 자체에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보니 테마가 형성되는 초기에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를 하는 팀들은 상대적으로 적어 시장의 기대만큼 화제가 되는 팀에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차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창업학회 춘계학술대회 개회식에서 송영화 한국창업학회 회장은 "학회는 관련 연구를 단순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업교육, 멘토링과 같은 창업 전반의 보육에 대한 지원 활성화, 정부와 민간의 소통 창구로서의 역할, 산학연 연계구조 조성 등 다양한 혁신활동을 통해 건전한 창업 생태계 구축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형두(국민의힘) 의원이 축사에 나섰고 창업대상 시상식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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