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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다변화해야 생존”…위스키도 만드는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약 [이코노 인터뷰]

[‘1세대 수제맥주’ 생존법] ③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이사 인터뷰
하루 아침에 뺏긴 ‘곰표’, ‘대표밀맥주’로 승부수
위스키 시장 출사표....음료, 하이볼까지 확장

서울시 강서구 세븐브로이 본사에서 김강삼 대표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수제맥주 업체들도 이제 다변화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세븐브로이 역시 수제맥주에 이어 하이볼, 위스키 등 주류 제품군을 확대해 ‘원조 수제맥주 업체’에서 ‘종합 주류 기업’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2020년 출시 후 6000만캔 판매되며 국내 수제맥주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평을 받는 곰표밀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가 종합 주류 기업으로의 새로운 도전을 알렸다. 서울 강서구 가양에 위치한 세븐브로이 본사에서 ‘이코노미스트’와 만난 김강삼 대표이사는 “수제맥주 업체로써의 정체성을 잃지 않되 다양한 주류로 저변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여 년을 대한민국 수제맥주의 다양성과 매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김 대표가 이제는 종합주류기업으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세븐브로이는 국내 수제맥주 1호 회사다. 2011년 국세청에서 중소벤처수제맥주 허가를 내줄 때 최초로 제조면허를 받았다.

김강삼 세븐브로이 대표이사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곰 대신 호랑이…‘대표밀맥주’ 자사브랜드로 키운다

국내 최초의 에일 맥주인 ‘세븐브로이IPA’를 시작으로, 영문 브랜드가 대부분이던 맥주 시장에 한국의 지역명을 사용한 ‘강서’, ‘한강’과 같은 제품을 출시하는 등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해오며 이름을 알리는 데 주력해왔다. 이후 2020년 ‘곰표밀맥주’를 출시해 그동안 라거에 익숙해져있던 소비자들의 입맛과 관심을 사로잡으며 수제맥주의 매력적인 맛을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기여했다. 

곰표밀맥주는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렸다. 편의점 협업 상품으로는 이례적으로 전국 품귀현상까지 벌어졌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세븐브로이가 곰표밀맥주의 제품 개발부터 제조, 유통까지 총괄해왔지만 대한제분이 지식재산권(IP)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곰표’ 이름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올해 3월, 곰표와의 계약 종료 후 곰 대신 호랑이 캐릭터를 앞세운 ‘대표밀맥주’를 자사브랜드로 내세웠다. ‘맛’은 그대로, 제품명만 변경하면서 소비자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세븐브로이가 생산, 판매하는 ‘곰표밀맥주’가 큰 성공을 거두자 대한제분은 3년간의 계약기간 중 1년을 남긴 2022년 4월경 세븐브로이맥주의 사업영역 가운데 하나인 해외수출사업을 직접 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면서 “(상표권) 계약이 중단될 것을 우려해 모든 수출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대한제분에게 넘겨줬지만 계약만료 시점에 자사와 맥주사업 종료를 통보했다. 오랜기간 확보한 노하우를 뺏긴 셈”이라고 토로했다.

세븐브로이맥주의 '대표 밀맥주'. [사진 세븐브로이]

수제맥주 최초 ‘위스키’ 시장 도전…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김 대표는 대량생산 시스템과 위스키 시장 진출을 위기 타개책의 단초로 삼고 있다. 우선 수제맥주 기업 최초로 공장형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춘 익산공장 문을 열며 새 도전에 나선다. ‘대표 밀맥주’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수제 맥주에 이어 하이볼, 위스키 시장까지 도전하며 경쟁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세븐브로이는 현재 강원도 횡성 브루어리를 시작으로 경기도 양평, 전라북도 익산까지 3곳의 브루어리를 보유했으며, 월 450만캔 생산이 가능하다. 익산 브루어리는 무알코올 맥주 생산 시설과 완전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밀맥주 이외 대표 골든에일, 대표 하이볼 피치, 대표싱글몰트 등 3가지의 추가 제품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칠 하이볼 레몬, 칠하이볼 자몽 등을 새로 출시해 하이볼 제품군도 강화한다. 

김 대표는 “수제맥주는 시설투자나 그 과정이 일반기업보다 쉽지 않아 제품군을 확대하는게 어려웠다”라며 “이 같은 단점을 개선하고자 국내 수제맥주 업계 최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공장 안에 퀄리티 높은 장비들도 두루 갖춰 세븐브로이만의 맛을 유지해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수제맥주업체들도 자신들만의 공장을 설립해 물품을 직접 제조해야하는데 그간 위탁생산(OEM)만 해서 소품종 다량 생산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브루어리 시스템은 대기업의 양조시스템과 달리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소비자의 취향에 맞춘 제품을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드디어 갖추게 된 셈”이라고 했다. 브루어리 시설에 기반한 자사 브랜드 맥주 맛에 대한 자신감으로 OEM, 제조자개발생산(ODM) 제품 생산라인을 넓히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롯데월드(더굿바이브맥주), 에어프레미아(비어프레미아), 하이모(모태미남 논알콜 맥주), 에버랜드 리조트(마르카리베 논알콜 맥주) 등 OEM, ODM 제품도 계속해서 생산 중이다. 

세븐브로이가 직접 생산한 각종 맥주 제품들. [신인섭 기자]

변화하는 주류트렌드에 맞춰 하이볼과 같은 즉석음용(RTD)제품과 홉으로 만든 탄산음료제품 등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커가는 회사만큼이나 수제맥주업체로써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지만 전통 있고 특화된 맥주가 많은 독일처럼 세븐브로이가 100년, 200년 가업으로 이을 수 있는 회사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세븐브로이 본사에서 김강삼 대표이사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김 대표는 “맥주를 만들면서 하루하루 늘 위기였다. 어떻게 우상향만 하겠느냐만은 세븐브로이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정신이 있는 기업”이라며 “다양한 종류의 수제 맥주로 사랑받았던 지난 20년을 기반으로 앞으로는 맥주, 위스키 등까지 아우르며 나아갈 세븐브로이의 새 미래를 그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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