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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와 따로 노는 평가제…‘미로찾기’는 여전 [임성호의 입시지계]

초·중·고 12학년제…각기 다른 평가 시스템
인재발굴·교육격차 문제…원인으로 지목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로 일대에서 학생들이 무악대동제를 즐기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국내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입시의 평가 시스템은 모두 제각각이다. 우선 국내 모든 초등학교에는 중간·기말고사와 같은 시험 자체가 없고 절대평가, 상대평가 등도 없어 학생은 현재 학력수준 위치를 학교 내에서 알 수 없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대체로 중학교 1학년은 중간·기말고사가 없다. 본인의 적성을 찾을 수 있는 시간과 그에 따른 도움을 주기 위한 적성 관련 프로그램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학교 1학년 과정에도 국·영·수 등 주요 교과목 학습은 진행되고 있다. 

광주 동구 동산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중학교 2, 3학년에 가서는 중간·기말고사가 처음으로 시작된다. 90점이 넘으면 A, 80점 이상은 B로 5단계(A, B, C, D, E) 절대평가다. 

고교진학 후에는 수강과목에서 4%이내 들어오면 1등급, 11% 안에 들어오면 2등급, 23%이내면 3등급으로 총 9등급제이다. 대학입시에서는 1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학교내신 성적을 토대로 수시가 진행된다. 

대입 수능에서는 학교내신과 동일한 비율로 구성된 등급(9등급)과 전국에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백분위 점수, 표준점수가 제공돼 매우 정밀한 상대평가가 적용된다. 

전국 17개 시도 평균으로 수학과목을 특정해보면 중학교 3학년때 전국적으로 90점이 넘는 학생은 28.0%이다. 서울지역은 33.7%, 경기 32.5%이고,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지역은 울산지역으로 35.2%이다. 10명중 3명 이상이 중학교때는 90점이 넘고 있는 최고 등급을 받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수학과목에서 90점이 넘는 학생은 전국 평균 14.6%로 반토막이 난다. 중학교때 90점을 넘는 것과 고등학교 때 90점을 넘는 것은 체감에서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서울은 21.1%이고, 경기는 10.5%, 울산지역은 7.4%이고, 전북지역은 7.0%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학생수준의 차이도 있을 수 있지만 학교에 따라 문제수준 난이도가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수능에서 수학 90점이 넘는 학생이 적을 경우 전체 학생에서 1.5%, 많을 경우에는 5%를 겨우 넘어가는 수준이다. 

90점이 넘는 기준으로만 볼 때 중학교 때는 약 30%, 고등학교에는 약 15%, 대입수능에서는 5% 이내의 분포다. 초·중·고 학년간 격차, 지역간 격차가 고스란히 대입수능에서도 연결되는 추세라는 의미다. 

이런 평가시스템에선 우수한 학생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잠재적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만일 중학교때 90점 이상의 A등급이 아니라 99점, 100점 맞는 학생도 별도로 선별돼 그에 따른 맞춤형 교육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더 큰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대학입시는 수시와 정시로 크게 이원화된다. 서울권 소재 대학은 수능위주로 선발하는 정시전형이 2024학년도 기준으로 39.9%, 지방권 대학들은 11.9%로 선발되는 극과극 시스템이다. 서울학생들은 내신과 수능을 동시에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구조고, 지방권 소재 학생들은 상당부분 학교내신에 의존하게 만드는 구조다.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는 정시 선발 비율이 42.2%로 서울권 평균보다 높다. 

실제 수능에서 1~5%대 학생들이 90점 이상이고, 전국 고교에서 90점 이상은 15%라는 점을 비교해보면 상당수 고등학교에서 중간, 기말고사 난이도가 전국적으로 동시에 실시되는 수능시험 수준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서도 학교시험 단계에서부터 수능 정도까지 근접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진 지역, 학교에서 잠재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인 시험에 대비하지 못하고 그냥 단위학교 수준에서 머무는 정도에 그칠 수 있다. 최상위권, 중위권대까지도 학습목표, 수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작동되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본인 실제능력과 무관하게 피해를 본 학생이 나올 소지가 있다. 

정시든, 수시든 어느 한쪽에 유리하다고 특정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지방대학들이 수시에 집중해야만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서울대 등 주요대학에서 수시 선발 비중을 80~90%까지 높여도 대학간 격차를 좁힐 수는 없었다. 특정 집단에 유리한 입시제도는 단정하기 불가능하다. 오히려 정시든, 수시든 전국에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입시룰 자체도 균형감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때 시험이 없고, 중학교때 90점이 넘쳐나는 절대평가, 고등학교때 수능 난이도와 따로 놀고 있는 중간·기말고사 시험, 서울과 지역간 수시, 정시 선발비중의 극심한 불균형 등이 모두 우수인재 발굴, 교육격차 문제의 주된 원인일 수도 있다. 

올해 기준 중2가 대학에 들어가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제도가 또 바뀐다고 한다. 곧 발표를 앞두고 있는 바뀌는 제도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문제점으로 여겨지는지 궁금하다. 대학입시는 어떠한 제도로 바뀌든 대학 모집정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상대평가 방식으로 선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유불리 발생은 불가피하다. 특정 집단에 유불리보다 균형감있고 안정감있는 대학입시의 룰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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