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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청년도약계좌 금리 두고 ‘대략난감’…“팔수록 손해”

14일 최종금리 공시 앞두고 고심
금리차 크면 특정은행 가입자 쏠릴 수도
“수천억 손실 가능성” 은행권의 고민

지난해 9월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따듯한 예산, 4대 핵심과제' 주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은행권이 ‘청년도약계좌’ 금리 수준을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본금리와 우대금리 조건 등에 대해 금융당국이 ‘너무 낮고 까다롭다’며 재조정을 주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은 무턱대고 금리를 높이면 너무 많은 가입자가 쏠려 손해가 커질 수 있어 최종금리 결정을 두고 고심 중이다. 은행권은 금융당국이 일정 수의 가입자만 받는 등 기준을 정해줘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금리 더 올리라는 당국...“이미 역마진 상품” 토로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오는 15일 청년도약계좌를 출시하는 가운데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앞서 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의 기본금리로 3.5%(IBK기업은행 4.5% 제외)를 제시했고 소득우대금리는 0.5%, 은행별로 급여이체, 카드실적, 마케팅 동의 등에 따라 붙는 우대금리를 1.5~2%로 책정했다. 이 조건들을 감안하면 최종금리는 6~6.5% 수준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형 금융상품으로 청년이 매달 최대 70만원씩 5년을 모으면 5000만원 내외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가입자가 매월 40만∼70만원을 적금 계좌에 내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더해주고,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해 주는 식이다.

만약 청년이 월 70만원씩 5년간 납부해 6%의 금리를 적용받으면 총 4840만원(정부기여금 제외)을 모을 수 있다. 이자로만 640만원을 받는 셈이라 나쁜 조건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은행권이 제시한 청년도약계좌 금리 조건이 못마땅한 분위기다. 현재 청년도약계좌 우대금리 조건은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월 30만원 이상 카드결제 실적, 가입기간 절반 이상 유지 ▲급여 이체 실적기간 따라 우대금리 차등 적용 ▲마케팅 동의 ▲첫 거래 우대 ▲공과금 자동납부 연동 등이다. 

일부 조건들은 5년이라는 기간 동안 유지하기 힘들 수 있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우대금리 조건을 완화하지 못할거면 기본금리 자체를 높이라는 주문이다. 

은행권은 난감하다. 우대금리 조건은 잠재고객, 충성고객 등을 위해 만든 것이지 금리 조건을 불리하게 하려는 목적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현재도 역마진이 예상되는 상품에서 기본금리를 더 높이면 은행권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종금리 수준을 두고도 은행권의 고심이 깊어진다. 청년도약계좌 가입 대상은 만19~34세로 ‘상품 비교’에 매우 밝은 MZ세대다. 이들은 기본금리, 우대금리 조건들을 따져보고 0.1%p라도 금리가 높은 은행 상품에 가입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기본·우대금리 조정 후 다른 은행보다 최종금리가 높으면 가입자가 한꺼번에 쏠려 해당 은행의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종금리를 두고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은행별로 금리 차이가 커지면 특정은행에 가입자가 쏠릴 수 있어 금리 조정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청년도약계좌는 3년간 고정금리로 진행되다가 나머지 2년은 변동금리로 바뀐다. 3년 내에 금리가 더 하락하면 은행들은 수천억원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100억~200억원 정도의 손실은 은행들이 감내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비용이 들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은행권은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를 일정 수준 받으면 더이상 가입을 받지 않는 ‘가입자 수 기준’ 신설을 원하고 있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가입자가 분산돼 은행들이 손실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당국이 이보다는 기본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완화를 우선시 하는 분위기라 은행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당국은 ‘청년들이 5년 후 5000만원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데 정작 금리가 낮으면 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보니 강하게 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청년들에게 청년도약계좌는 목돈 마련의 기회겠지만 은행들에게는 불편한 상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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