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엑스포에 ‘진심’인 최태원 회장…15일간 목발 투혼 눈길
부러진 다리에도 파리-베트남-유럽에서 엑스포 홍보
업계에서 ‘Mr. Expo’로 불려…1년간 80개국 정부 관계자 만나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Break a leg!(다리를 부러뜨려라!)”
지난 6월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 리셉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외친 건배사다. 고대 그리스 시대, 연극이 끝난 후 손뼉 대신 발이 부러지도록 쿵쿵거렸던 데서 유래했다는 관용어다. ‘다리가 부러져라’는 뜻보다 ‘행운을 빈다’라는 의미로 통했다.
최 회장이 갑자기 이 건배사를 외친 이유가 있다. 그는 파리로 오기 전에 다리가 부러져 세계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목발을 짚고 행사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내가 파리로 오기 전 실제로 다리가 부러진 것은 세계엑스포 유치 준비를 하는 부산에 행운을 의미한다고 믿는다”라고 건배사를 재치 있게 설명했다. 그의 건배사가 끝나자 현장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각국 관계자와 눈 마주치기 위해 휠체어 대신 목발 고집
6월 초 최 회장은 건강 관리를 위해 테니스를 치던 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프랑스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실무진 사이에서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부상이 꽤 심했다고. 하지만 엑스포에 ‘찐심’인 최 회장은 의료진의 만류에도 프랑스 방문을 강행했다고 전해진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위해 목발에 의지해 보름 동안 프랑스와 베트남을 방문한 최 회장의 투혼은 재계에서도 화제다. 특히 목발에는 ‘부산엑스포’라는 로고가 새겨져 있고, 목발 뒷면에는 부산엑스포 플랫폼 ‘웨이브’에 연결할 수 있는 QR코드가 새겨져 있다. 최 회장은 만나는 사람마다 이 QR코드를 찍어보라고 권했다.
최 회장은 BIE 총회 중 6월 20일 4차 프리젠테이션과 다음 날 열린 리셉션 현장에 공식 방문했다. 이 일정 외에는 30분 단위로 부산 유치 지원 활동을 장외에서 펼쳤다. 4차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 최 회장은 다음 날 열리는 공식 리셉션 현장인 이시레몰리노 스포츠센터를 찾아 실무진들과 2시간여 동안 동선과 준비 상황을 체크하는 열정을 보여줬다. 리셉션은 엑스포 개최지 결정 투표 전까지 후보국 별로 한 차례씩 BIE 전체 회원국 대표단과 박람회 관련 인사들을 부르는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이다. 리허설이 끝난 늦은 밤에는 다른 그룹 총수와 가수 싸이 등을 초청해 함께 축하주를 함께 했다.
21일 리셉션 본 행사에서 최 회장은 기업 총수들과 함께 각자 테이블에서 BIE 회원국 대표단 및 관계자들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국내·외 언론과도 접촉해 부산엑스포 지지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또한 대한상의가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만든 전용 공간인 ‘메종 드 부산’ 등에서 각국 대사와 관계자 등을 만났다. 또한 각국 정상과 만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 모습을 본 재계 관계자는 “이 정도 진심이면 Mr. EXPO라고 불릴 만하다”며 “몸이 불편한데도 열심히 뛰는 모습에 각국 관계자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SK그룹 회장이 아닌 박람회 공동유치위원장으로서의 모습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기업 총수가 소화하기에는 벅찬 일정으로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최 회장은 휠체어 대신 목발을 고집했다고 한다. 바로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다. SK 관계자는 “휠체어를 타야 할 정도로 일정이 힘들었을 텐데, 상대방과 대화할 때 아이 콘택트를 해야 한다며 목발을 고집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파리 일정을 마치고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6월 22일부터 24일까지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다. 현재는 다시 유럽으로 가서 엑스포 유치 지원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름 동안 최 회장의 비행거리만 4만km에 달하는 강행군이다. 최 회장의 유럽 방문 국가와 일정은 엑스포 유치 전략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복수의 유럽 국가의 고위 관계자를 만나는 것으로 보인다.
“2030 부산엑스포,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계기 될 것”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부산엑스포 민간유치위원장으로 취임했다. 그동안 안 가본 대륙이 없을 정도로 민간유치위원장 자격으로 세계 곳곳을 누볐다. 이번 파리 유치전까지 포함하면 최 회장은 BIE 179개 회원국 중 총리나 외교부 장관 등을 단독 면담한 국가가 80개국을 훌쩍 넘겼다. 목발을 짚고도 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에 열정을 보여준 최 회장의 이야기도 많은 국가에 알려졌다. 이런 열정 덕분에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20일자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엑스포 공동유치위원장 역할에 대해 “막중한 임무지만 대단한 영광”이라며 “6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이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2030 세계박람회는 경제적 이해관계나 특정 도시를 위한 전시장이 아니라, 지구를 위한 유익한 솔루션을 선보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부산엑스포를 유치하면, 한국 경제 활성화와 국격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 “대한민국 기업인이자 국민으로서 엑스포 유치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왔다. 또한 “2030 부산 엑스포는 우리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소프트 파워를 가진 선도 국가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2030 엑스포 개최지는 11월 BIE 회원국들의 비밀 투표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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