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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예고한 연준… 한은 ‘금리 진퇴양난’

[한미 금리차 2.0%p 온다]① 美 연준, 견고한 물가 속 또 긴축 선언
가계대출 부실, PF 리스크 등 통화정책 제약 속 한은의 선택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여전히 높은 물가를 잡겠다고 연내 두 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물가 안정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진다. 국내 물가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 물가까지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준이 예고대로 올해 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차는 사상 최대인 2%p까지 확대돼 국내시장 불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월 美연준 의장 “두 번 이상 금리 인상이 적절”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강한 긴축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정책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0%p를 눈앞에 두고 있다. 

7월 13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4회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은 앞으로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어렵다고 전망하며, 한미 금리차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연준은 여전히 미국 물가가 높은 수준이라 올해 한두 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한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6월 29일(현지시간) 스페인 중앙은행 콘퍼런스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 중 대다수가 올해 말까지 금리를 두 번 이상 인상하는 것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인플레이션을 (연준의 목표 수준인) 2%로 낮추는 과정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0%를 기록했다. 2021년 3월의 2.6% 이후 2년 2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까지 치솟으며 41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이에 미 연준은 금리를 10회 연속 올리며 물가 잡기에 집중했다. 

물가가 다소 잡히는 모습을 보이자 연준은 6월 14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에서 15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금까지 발빠른 긴축 스텝을 밟은 영향에 따른 시장의 적응력을 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의 이번 결정이 일시적인 것으로 여전히 긴축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CPI가 4.0%까지 떨어졌지만 단기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대비 5.3% 올랐기 때문이다. 물가가 완전히 잡혔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연준의 다음 FOMC 정례회의는 7월 25~26일(현지시간)이다. 파월 의장의 말대로 기준금리를 0.25%p 올리게 되면 한미 금리차는 2%p로 벌어진다. 

한은, 금리 올리고 싶어도 ‘부채’에 발목 잡혀

한은은 한미 금리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쉽게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처지다. 가계와 기업부채가 사상 최대로 불어난 상황에서 변동금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또 올리게 될 경우 이자 부담에 따라 시장의 부작용도 커질 수 있다. 

한은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대출 부실 가능성이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국내 가계대출 대출자는 모두 1977만명으로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3%로 나타났다. DSR은 연소득 대비 부채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40%가 넘었다는 것은 대출자들이 연간 소득의 40% 이상을 대출 원리금으로 내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DSR이 100% 이상인 차주도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자영업자들의 이자 부담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은의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말의 684조9000억원과 비교해 50.9%나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00%를 기록해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인 0.2~0.3%대와 비교해 3배 이상 높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5.12%로 여전히 5%대를 유지하고 있다. 같은 달에 가계와 기업대출의 변동금리 비중은 각각 72.0%, 65.1%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지금보다 더 커져 은행 부실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25일 금통위 회의가 열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을) 절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고, 7월 금통위에서도 “최종금리에 대해 금통위원 6명 모두가 기준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총재는 미 연준이 금리를 올린다고 무조건 한은이 금리를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 5월 금통위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의 물가 상황과 해외의 주요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따른 자본흐름 등을 지켜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은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결정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보고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체율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제약하는 요인”이라며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준금리는 동결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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