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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서 나온 롯데免…‘면세점 1위’ 자존심 다시 세울까

[격변의 면세시장] ③
‘롯데’ 방 빼고 ‘신라·신세계·현대’로…공항免 재편
10년 노다지냐 승자의 저주냐, 면세 지각변동 예고

7월부터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 사업자에서 빠지고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탑승동에 위치한 면세점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 면세점이 7월 1일부로 새로운 10년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롯데면세점이 국내·외 시내면세점 강화를 위해 방을 뺐고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새로 단장한 매장을 선보이며 향후 10년간 사업권을 가지게 됐다. 시장에선 인천공항에서 지난 2001년 개항 이래 ‘터줏대감’ 역할을 해온 롯데가 빠지면서 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공항 면세점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달하는 만큼, 단 10%의 매출만 줄어들어도 신라면세점에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진다. 롯데는 해외사업과 시내면세점 확대로 인천공항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각오다.



인천공항 떠난 롯데…신라·신세계·현대百, 7월 영업 시작


업계에 따르면 7월 1일부로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 4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관세청이 향후 10년간 면세점 운영 사업자로 이들을 새로 선정한 데 따른 것이다. 롯데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낮은 입찰가를 적어내며 탈락했다. 이로써 6월 30일을 끝으로 인천공항 사업을 접게 됐다.

시장에선 인천공항에서 매출을 빼앗긴 롯데가 업계 1위 자리를 가져오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롯데 자체 추산 공항면세점이 롯데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다. 롯데가 공항면세점에서 빠지게 될 경우 매출의 10%만 줄어들어도 신라면세점에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진다. 2019년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발생한 매출이 총 3조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 면세업계 순위는 롯데-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 순이다. 지난해 기준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3조7200억원, 신라면세점은 3조3400억원이었다. 신세계면세점은 2조7000억원,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1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롯데 측은 “전체 매출 중 공항점 비중이 2019년 3%, 최근엔 1% 수준이라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을 떠난 롯데면세점은 인터넷 면세점과 시내면세점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7월부터 ‘공항보다 더 큰 롯데 면세권에서 산다’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공항 면세점보다 가까이 있고, 이용이 편리한 시내면세점과 인터넷 면세점의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인터넷 면세점에서는 온라인 주류전문관을 오픈하고 주류 판매에 나섰다. 온라인 면세점에서 주류 판매는 7월부터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대한 제도를 변경하면서 가능해졌다. 이는 국세청과 관세청이 함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침체된 한국 면세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추진한 지원 정책 중 하나였다. 제도 변경으로 온라인 면세점의 주류 판매가 가능해짐에 따라 발 빠르게 전문관을 마련하고 100여 개 브랜드의 700여 개 제품을 선보인다.

국세청이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 위임 고시를 개정하면서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철수하더라도 면세주류 판매가 가능해진 셈이다. 오프라인 면세점 또한 일상 회복에 따라 7월 7일부터 영업시간 정상화에 나섰다. 우선 롯데면세점 시내점 중에 명동본점과 월드타워점부터 단계적으로 영업시간을 정상화한다. 현재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운영 중인 영업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한다. 제주점과 부산점도 추후 관광객 회복을 고려해 조정할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이 빠진 인천공항도 분주하다. 신라·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은 7월부터 일제히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을 시작했다. 신라면세점은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를 비롯한 화장품, 주류, 담배 브랜드만 400여 개를 선보인다. 신세계면세점은 디올, 구찌, 티파니를 유치했고 패션·뷰티 제품군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제2터미널에서 먼저 면세점 운영을 시작하고 다음 달 1터미널 매장을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3월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붐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인터넷·시내면세점 승부수…‘온라인 판매’ 주류에도 사활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2터미널의 8907㎡(약 2700평) 규모 매장에 40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샤넬·디올·에스티로더 등 화장품과 에르메스·샤넬·구찌 등 명품 패션, 발렌타인·조니워커 등 주류, 담배 등을 판매한다. 신세계면세점은 제1·2터미널에서 향수와 화장품, 주류, 패션 등 29개 매장을 운영한다. 우선 22개 매장에서 645개 브랜드를 선보이고, 향후 단계적으로 리뉴얼에 나설 계획이다. 명품 브랜드는 까르띠에·디올·구찌·보테가베네타·생로랑·티파니·불가리 등을 선보였다.

다만 일각에선 ‘승자의 저주’ 우려도 제기된다. 고환율이 이어지며 면세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임대료 부담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인천공항 임대료 산정 방식은 출국자 여객 수에 따라 연동된다. 올해 인천공항 1~5월 출국자 수는 986만명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출국자 수(891만명)를 넘어섰다. 2010년 165만명 수준이던 인천공항 출국자 수는 2019년 353만명으로 114% 늘었다. 같은 기간 면세점 매출은 1조4500억원에서 3조1600억원으로 118% 증가했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10년간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은 이용객 수에 정비례해 증가한 셈이다. 증가율도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이용객이 늘어나면 신라의 역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면세점 입장에서는 공항 이용객 수가 늘어야 잠재적 고객이 늘어나고 시장이 커지는 셈”이라면서도 “일정 시점이 지나면 이용객 수가 늘어도 매출이 늘지 않는 시점이 오느냐가 진짜 승자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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