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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HMM 매각 개시…7년만에 새 주인 찾을까

[산업은행의 과제들]①
영구채 1조 주식전환 후 동반 매각
산은·해진공 보유 지분 38.9% 대상
SM그룹 등 조건부 인수 의향 밝혀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일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냈다.  [사진 HMM]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대표 선사 HMM(011200)(옛 현대상선)이 매각 작업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예상 매각 가치는 5조원대로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힌다.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되던 HMM 영구채는 일부만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각한다. HMM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던 SM그룹이 인수 의향을 타진한 가운데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등이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7년만에 HMM의 새 주인을 찾으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HMM에 대한 인수 의향을 밝힌 기업이 확실히 있으며, 이르면 연내 매각도 가능하다고 자신한 바 있다. 다만 최근 해상 운임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며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적정 몸값 산정이 이번 매각 성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전날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냈다. 지난 4월 삼성증권과 삼일회계법인, 법무법인 광장 등을 매각 자문단으로 선정한 지 약 3개월만이다.

거래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지분 38.9%(3억9900만주·영구채 포함 희석 기준)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번 거래 규모를 최대 5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번 경영권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정경쟁입찰로 진행된다. 2단계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게 목표다. 

영구채 1조 주식 전환해 동반 매각

산은과 해진공은 2억68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영구채 중 1조원 규모를 우선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하기로 했다. 전환 시점은 오는 10월이다. 잔여 영구채에 대해선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영구채 문제는 HMM 매각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된 요소다. 현재 HMM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종자본증권 등은 총 2조6800억원 규모다. 산업은행과 해진공 등이 각각 50%씩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다. HMM이 이를 지속해서 보유할 경우 이자 부담이 오르지만,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정부 지분율이 높아져 지분 희석은 불가피하다. 경영권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영구채까지 모두 사들이려면 인수자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해도 문제다.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고, 주당 가치가 떨어져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반대로 산은 입장에선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익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는 측면에서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었다. 때문에 오는 10월로 콜옵션(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원 규모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 일부를 주식전환하고, 잔여 영구채에 대해선 HMM의 상환권 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일종의 절충안이다. HMM 매각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문제를 방지하고, 배임 논란을 회피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전환 여부는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산업은행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되 경영권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향도 거론된다. 이 경우 인수자와 산은 측이 주주간계약을 통해 공동보유자가 돼 인수자의 경영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해당 영구채의 만기일은 2049년~2050년이 대부분이다. 아직 20년 이상 기한이 남은 만큼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채 주요 주주로 남아 의결권 공조에 나설 수 있다. 

SM그룹·현대차·포스코그룹 등 후보군 거론

HMM은 사실상 국내 유일의 원양 국적 선사다. 2017년 한진해운이 워크아웃(구조조정) 끝에 파산을 선언했지만 HMM은 산업은행과 해진공 등 정부 수혈로 기사회생했다. 이후 산은은 HMM의 민영화를 꾸준히 논의해왔지만 높은 몸값 탓에 인수 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현대차(005380), POSCO홀딩스(005490), #삼성SDS, LX인터내셔널(001120)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지만 모두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부인했다. 

다만 SM그룹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HMM 인수 의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SM그룹은 정부가 보유한 1억9879만주를 최대 4조5000억원에 인수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제조건은 HMM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산은과 해진공의 영구채 일부 전환 결정에도 SM그룹이 HMM 인수 의사를 접지는 않을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배가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전환권 및 신주인수권 행사 결정에도 SM그룹의 인수 의지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며 “신주 상장일에 시가총액이 상승한다는 공식은 맞지만 현재 시점보다 무조건 상승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적정 몸값 찾기가 될 전망이다. HMM의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9조원을 훌쩍 넘는다. 통상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한 지분 45.7%의 가치는 5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실적 둔화 우려도 부담이다. HMM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0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6059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2조816억원으로 절반으로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0분의 1로 급감했다. 증권가가 전망한 HMM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조6370억원으로 작년(9조9516억원) 대비 73%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배 연구원은 “인수 주체의 고민은 결국 HMM의 시가총액에 경영권 획득이 보장된 지분율을 곱해 산출될 적정 인수 가격이다”고 파악했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인터뷰에서 HMM의 적정 인수가격을 4조원으로 전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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