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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곳만 살리자”…정부, 부실 PF 선별 지원 가속화

[9월 부동산 위기설] ②
금리‧공사비 인상에 브릿지 단계 PF 사업성 악화…“만기 연장, ‘언발의 오줌누기’”
지방 미분양 몸살 앓는 시행사, 연쇄 부도 증가 전망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박지윤 기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의 연쇄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금력이 부족한 시행사들은 금융기관 브릿지론(토지 확보 등을 위한 단기 차입금)을 이용해 토지를 구매한 뒤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으로 이를 상환한다. 하지만 올 하반기 상환 만기를 앞두고 본PF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던 시행사들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이에는 정부는 부실 우려 PF 사업장을 위해 만기 연장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취약 사업장들, 대규모 EOD 발생하나

부동산‧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대출 채권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올해 4월 PF 대주단을 발족하고 지난 6월 말 기준, 사업장 91곳을 대상으로 PF 대주단 협약을 체결했다. 이 가운데 66곳에 만기 유예, 신규 자금 지원, 기한이익 부활 등 정상화 지원에 나섰다. 다만 나머지 25곳은 아직 협의를 진행하고 있거나 사업성 부족으로 지원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도 지난 7월 5일 5개 위탁 운용사(KB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이지스자산운용·코람코자산운용·캡스톤자산운용)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캠코는 정상화 대상 사업장 선정 및 채권 양수도 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다. 5개 운용사는 캠코가 각각의 운용사에 출자하는 1000억원을 포함해 2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8월까지 조성한다.

부동산‧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부의 부동산 PF 대출 정상화 프로젝트가 사업성이 우수한 곳을 선별해 지원하는 만큼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사업장들은 결국 자금 경색과 고금리 부담에 기한이익상실(EOD) 처리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대출 지원도 사업장에 따라 입지가 좋거나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66곳만 추려서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캠코 펀드가 1조원 규모지만 선순위 투자자만 보호하고 중‧후순위 투자자에게는 표면적으로만 지원하기 때문에 혼수상태인 사업장에 인공호흡기만 꽂아놓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중‧후순위 투자자는 캠코 펀드에 가입하는 순간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며 “사업이 어려워져 공매로 넘어가게 되면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부동산투자업계 관계자도 “정부 금융 지원은 이자후취 조건으로 만기 연장만 해주고 있는 격이라 ‘언발에 오줌누기’라고 보면 된다”며 “자기자본이 거의없이 부동산 시장 활황을 믿고 무리한 사업 확장을 택한 사업장들은 결국 EOD로 갈 것이고 전반적으로 부실한 사업장은 정리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3월 14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주택재개발 신축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세워져 있다. [사진 연합뉴스]

“올 하반기~내년 상반기 최악 시기 올 것”

IB업계에 따르면 현재 선순위 대출만 취급하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대출 금리가 연 12% 수준이다. 이와 관련 최근 지방 주상복합단지 건설사업 공사비 견적을 재산정한 결과, 기존 600만원대에서 100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공사비가 크게 오른 데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분양률도 낮고 금리는 높기 때문에 PF 사업 자체를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행사 관계자는 “신규 부동산 PF 사업은 2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넘어가지 못한 사업장들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좋아질 때까지 버티고 있다”며 “토지를 담보로 잡은 시행사, 자금을 투입한 금융사, 공사를 하는 건설사 모두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 최악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길이 막혀 EOD가 발생하는 부동산 PF 사업장들이 늘어나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가격 하방 압력이 다시 거세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셋값이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하락세고 고금리 상황에서 매매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 분양 대책, 규제 완화 등 강력한 대책이 없다면 부동산 시장의 진짜 바닥은 올 하반기에 도래할 수 있다”며 “미국이 기준 금리를 내린 가운데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인하 때까지 시행사들이 고금리를 버틸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앞으로 대구, 울산 등 미분양 적체가 심한 곳에 초기 사업장이 많은 시행사를 중심으로 EOD가 발생해 공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심리”라며 “금리도 아직 높고 미분양으로 문을 닫는 시행사들이 늘면 시장 침체 분위기가 강해져 전셋값이나 정부 대책 등이 받쳐주지 못할 경우 수도권 핵심지를 제외하면 매매 시장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시장 수요자들이 고금리 기조에 이미 적응을 한 상태일 뿐 아니라 역전세 현상도 지역에 따라 강도가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수요층이 탄탄하고 입지가 좋은 지역은 하방 압력이 낮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동산개발업계 관계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 분양률은 지방에 비해 선전을 보이고 있어 부동산 수요자들이 이미 고금리 기조에 적응했다고 볼 수 있다”며 “수도권은 공사비 상승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 새 아파트 수요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건설사, 금융사, 시행사가 체감하는 부동산 PF 시장 침체는 심각하겠지만 일반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느끼는 분위기는 사뭇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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