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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억 적자’ 한샘…1년 반 만에 ‘40대 여사장’ 카드 빼 든 까닭

[한샘의 눈물] ②
대표 교체 가장 큰 이유 ‘실적 부진’…주가도 폭락
‘부실 재건 전문’ 김유진 신임 대표, 맨파워 기대↑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 겸 에이블씨엔씨 대표가 한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가구업계 1위 기업 한샘이 적자 탈출을 위해 1년 반 만에 대표이사를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한샘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IMM 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한샘의 실적 부진을 끊어내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기존에는 외부 전문경영인을 대표집행임원에 앉혀 이사회와 별개로 회사 업무를 맡겼다. 하지만 이 체제로는 불황에 빠진 가구업계에서 탈출구를 찾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진태 전 대표가 실적 부진, 주가 하락의 책임을 안고 떠났고 그 자리에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 본부장이 선임됐다. 새로운 수장으로 선임된 한샘 신임 대표는 할리스와 에이블씨엔씨 반등을 이뤄낸 전략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영업손실만 217억원으로, 2002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15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유진 신임 대표가 등판하면서 새로운 반전을 꾀할지 주목된다. 

IMM PE, 한샘 방향타 직접 잡아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지난달 김유진 IMM오퍼레이션즈그룹 본부장을 한샘의 새 대표집행임원으로 선임했다. 김 본부장의 한샘 대표집행임원 선임은 IMM PE가 한샘의 방향타를 직접 맡겠다는 의미다.

IMM PE는 사업의 내용과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IMM오퍼레이션즈그룹 인력을 한샘 수장으로 삼는 전략을 취했다. 한샘과 IMM오퍼레이션즈그룹의 결정권이 한 사람에게로 집중된 만큼 실적 개선을 위한 의사결정과 전략 실행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IMM PE는 2021년 10월 롯데쇼핑 등과 손잡고 한샘을 인수한 뒤 12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변경하고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했다. 집행임원제도는 기업을 감독하는 이사회와 별개로 업무집행을 전담하는 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다.

IMM PE는 그동안 이사회는 내부 출신으로, 집행임원은 외부 출신으로 구성을 다르게 해 한샘을 운영해왔다. 한샘 이사회는 기타비상무이사 4명과 사외이사 3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실상 사내이사 역할을 하는 기타비상무이사는 모두 IMM PE 출신 인물이었다. 이들이 한샘의 주요 전략을 이사회에서 결정하면 지난해 1월 한샘 대표집행임원으로 영입된 김진태 전 대표는 이 전략을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김진태 한샘 대표집행임원. [사진 한샘]

하지만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한샘의 경영을 개선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는 애초 2025년 1월3일까지가 임기였지만 이를 1년 반이나 남기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 전 대표의 뒤를 이어 대표집행임원에 오른 인물이 바로 김 신임 대표다. IMM PE 출신 인물인데 사실상 IMM PE가 이사회와 집행위원을 모두 IMM PE 사람으로 교체해 실적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적 악화에 ‘수장 교체’ 초강수

IMM이 한샘 대표이사의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은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1년 IMM PE가 인수할 당시 한샘의 주가는 주당 22만원 수준이었지만 현재 4만원대로 내려앉은 상태다. 김 전 대표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하고 자비로 장내 매수도 하고, 주가와 연동해 최저임금까지 수령했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샘을 이끌어온 김 전 대표를 사실상 실적 악화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IMM PE는 김 대표의 ‘맨파워’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부진에 빠졌던 여러 기업을 맡아 성공적으로 체질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김 신임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전산학과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6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대 후반인 2009년 9월 IMM PE로 이직해 투자운용역을 맡았고, 이후 IMM PE의 할리스F&B(할리스커피 운영사), 레진코믹스, 태림포장 인수를 주도한 바 있다. 투자부터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경영까지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신임 대표는 IMM PE 내에서는 연차가 다소 낮은 편에 속하지만, 내부에서도 능력 있는 여성 리더군에 꼽힌다. IMM PE는 2021년 12월 발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안내책자에서 사회분야와 관련한 활동으로 여성 리더 육성을 꼽으며 김유진 대표를 대표적인 리더 육성 사례로 언급한 바 있다. 

한샘 CI. [사진 한샘]

턴어라운드 가능할까…연내 반등에 부정적 전망도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내 드는 등 IMM PE가 직접 한샘의 경영을 도맡아도 단기간 내 회복은 어렵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현재 부동산 침체로 가구업계 불황이 지속되고 있어 한샘의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부동산원의 1~5월 주택매매 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국 주택 매매량은 22만201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6%가 감소했다. 이는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최저 수치다. 경기침체 등으로 소비가 위축됐을 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인상과 물류비 및 인건비 등이 상승하며 불황 여파가 계속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한샘이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한 4991억원을, 영업손실은 82억원으로 적자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의 예상대로 한샘이 2분기 적자를 기록한다면, 창사 이래 사상 초유의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업황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투자 대비 그 이상의 실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지난해 3분기부터 이어지고 있는 비용 및 투자 확대에 따른 영업손실 기조는 당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요 원재료 가격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 매장 리뉴얼 비용 및 DT 일부 비용 축소, 계절적 성수기 효과 등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 폭은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한샘 관계자는 “한샘은 우선 기존의 경영 방침을 유지할 계획”이라면서도 ”회사가 장기간의 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 높은 수준의 위기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실적 개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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