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에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분…스레드는 흥할 수 있을까? [한세희 테크&라이프]
메타, 트위터 겨냥…텍스트 기반 신규 소셜 미디어 출시
가입자 1주일 만에 1억명 돌파 ‘기염’…인스타와 연동 ‘장점’
오랜만에 맛보는 여론 훈풍…장기 사용 환경 마련은 ‘숙제’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가 다시 ‘쿨’해졌다. 트위터를 겨냥해 만든 텍스트 기반 신규 소셜 미디어 ‘스레드’(Threads)가 출시 1주일도 안 돼 가입자 1억명을 확보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사용자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트위터 인수 후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는 일론 머스크가 글로벌 밉상이 된 덕분도 있지만, 어쨌든 메타로서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론의 훈풍이다.
최근 몇 년간 메타의 대외 이미지는 악화일로였고, 좋은 반응을 얻는 새 서비스도 없었다. 프라이버시 침해·가짜뉴스의 온상·양극화와 필터 버블(Filter Bubble·필터링된 정보만 이용자에게 도달하는 현상)의 주범으로 찍혀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강력한 규제의 대상이 됐다. 애플이 모바일 앱의 광고 정책을 바꾸는 바람에 주력 사업인 디지털 광고의 효율은 확 떨어졌고, 인스타그램은 청소년 정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숏폼 영상 릴스나 하루 지나면 사라지는 스토리처럼 틱톡이나 스냅챗 등을 모방하며 따라가기 급급했다. 야심 차게 추진한 메타버스는 유행이 지난 것 같고, 가상현실(VR) 기기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애플이 가져가 버렸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초창기 소셜 미디어라 할 트위터를 그대로 모방한 스레드가 예상하지 못한 대성공을 거두었다. 7월 5일 출시 후 4시간 만에 가입자 500만명, 이틀 만에 7000만명을 기록했고 5일째에는 1억명을 넘어섰다.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사용자 1억명을 확보했다는 챗GPT보다도 훨씬 빠르다. 챗GPT가 사용자 1억명을 확보하는 데는 100일이 걸렸다.
그런데도 스레드가 성공적인 소셜 미디어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 초기의 열광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만에 사용자 지표가 급락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클론이지만 괜찮아
스레드는 트위터의 클론이라고 보면 된다. 본래 메타가 남의 인기 서비스 잘 모방하지만, 스레드는 트위터와 거의 차이가 없다. 텍스트 중심이고, 게시물 하나에 500자까지 쓸 수 있어 280자 제한이 있는 트위터보다 조금 더 길게 쓸 수 있다. @기호를 활용한 다른 사용자 소환이나, 다른 사람의 게시물을 자기 타임라인에서 공유하는 리포스트(repost) 등의 요소도 트위터에서 가져왔다. 스레드라는 이름 자체가 트위터에서 여러 트윗을 이어 하나의 긴 글을 만드는 것을 실타래(스레드)라고 부르는 것에서 나왔다.
스레드의 성공 요인으로는 인스타그램과 밀접하게 통합돼 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인스타그램 아이디를 이용해 원클릭으로 바로 스레드 계정을 만들 수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던 계정을 스레드에서도 그대로 팔로우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에 처음 가입하면 친구가 없어 막막하고 볼 것도 할 것도 없다는 초기 진입 장벽을 없앤 셈이다. 또 팔로워가 아니더라도 인기 인플루언서나 유명 브랜드의 게시물이 타임라인에 나오게 해서 볼거리를 늘였다. 23억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사용자 중 10%만 스레드에 정착해도 헌재 트위터 사용자 수와 거의 비슷한 규모가 된다.
스레드가 그간 묻혀 있던 텍스트 중심 소통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자극했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초창기 소셜 미디어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텍스트와 약간의 이미지가 결합된 콘텐츠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나 무선 통신망 상태가 나날이 좋아지면서 이미지와 영상 중심으로 소셜 미디어가 재편된 지 오래다.
문제는 인스타그램은 최고의 순간만을 담은 허세스러운 사진, 또는 유명 인플루언서나 대형 브랜드들의 공들인 콘텐츠가 주도하는 마케팅 공간이 되어버렸다는 점, 틱톡은 친구 관계와 상관없이 인공지능이 추천하는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재미있게 보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텍스트의 장점이 아쉬울 때가 있는 법이다.
트위터는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는 독보적 플랫폼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며 자극적이고 해로운 콘텐츠가 유통되는 분위기가 형성돼 왔고,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의 좌충우돌 행보는 기존 사용자를 떠나게 만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갈 곳 없이 떠돌던 텍스트 기반 소통에 대한 수요가 때마침 깔끔하게 잘 뽑혀 나온 스레드로 몰렸다. 6개월 만에 주요한 기능만 가진 스레드를 만들어 낸 메타의 도박이 성공한 것이다.
거품은 꺼지기 마련인데
물론 초기의 성공이 스레드의 장기적 성공을 약속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이는 클럽하우스, 멀리는 구글플러스가 초기의 열광과 급속한 사용자 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소셜 미디어의 좋은 예가 된다.
모바일 분석 기업 시밀러웹에 따르면, 스레드 일평균이용자수(DAU)는 출시 다음 날인 7일 4900만명에서 1주일 후인 14일 2360만명으로 51.8%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 내 스레드 하루 이용 시간은 21분에서 6분으로 줄었다. 센서타워 조사에서도 7월 11~12일 스레드 DAU는 8일에 비해 20% 줄었다.
사용자를 더 모으고 붙잡아 두게 할 것이 필요하다. 메타는 “10억명의 사람이 모여 대화하는 장”을 꿈꾸며, 동시에 “정치 등 경성 뉴스를 플랫폼에서 장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텍스트를 중심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에서 사용자가 늘어나는데 좋은 대화 경험만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알고리즘에 의한 콘텐츠 노출을 이어간다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제나 토픽이 주목받을 것이고, 이는 기존 소셜 미디어 콘텐츠의 문제를 되풀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스레드가 ‘트위터 킬러’가 되어 트위터를 뛰어넘는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현재 트위터의 문제를 개선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스레드의 미래는 메타라는 기업의 성패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론장 대화의 질이 좋아질 수 있는지 확인하는 흥미로운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스레드가 성공한다면, 고군분투하는 트위터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이미 훌륭한 디지털 광고 시스템과 타깃 도달 능력을 갖춘 메타가 앞으로 스레드에도 광고를 도입해 페이스북 및 인스타그램과 함께 집행할 수 있게 하면 광고주들은 기꺼이 돈을 쓸 것이다.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철창 매치는 이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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