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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작부터 ‘파업’… 위태로운 국내 완성차업계

[반복되는 夏鬪, 재계는 전전긍긍]③
현대차 노조, 금속노조 총파업 동참
르노, 잠정합의안 도출했지만 부결

현대차가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한 7월 12일 울산공장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재 속 ‘화합’과 ‘상생’을 도모했던 국내 완성차 노사의 관계가 위태롭다.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 기대 이상의 경영 실적 등이 맞물리면서 그동안 잠잠했던 노조의 투쟁 본능이 다시 꿈틀거린다. 

예상치 못한 ‘파업’ 시작부터 불안

올해도 어김없이 교섭의 시간이 찾아왔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기아·르노코리아자동차·GM한국사업장·KG모빌리티)는 임금 및 성과급 인상 여부 등을 놓고 노사 협의를 진행 중이다.

올해는 작년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해 국내 완성차 5개사는 일제히 ‘무분규’ 협상 타결을 발표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 모두가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마무리한 것은 12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는 인식, 급격하게 이뤄지는 전동화로의 전환에 따른 불안감 등이 ‘평화’와 ‘화합’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노사 교섭은 시작부터 위태롭다.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가장 규모가 큰 현대차 노조가 상급 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의 총파업에 참여하면서다. 현대차 노조가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5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차는 임금협상 시작부터 ‘파업’이라는 위험 요소를 떠안게 됐다. 현대차 노조는 금속노조 총파업 동참을 이유로 조합원들에게 오전·오후 조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이로 인해 현대차 울산 및 아산공장의 생산 라인이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 사측은 약 2000대의 생산 차질과 53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갑작스러운 생산 차질로 인한 협력업체의 피해까지 더하면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현대차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행위가 불법이며, 정치적 성향의 파업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한 노조 간부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기업별 노조가 정상적인 형태의 파업을 하려면 중앙노동위원회 쟁의 신청 등을 거쳐 합법적 파업권을 얻어야 한다. 사측은 이 과정을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이 문제라고 보고 있다.

역대급 실적에 칼 갈았다

올해 교섭에서 국내 완성차 노조 대부분이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노력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9조8198억원, 7조233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GM한국사업장은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해 9년 만에, 르노코리아는 영업이익 1848억원으로 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를 근거로 현대차는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도 현대차와 동일한 조건을 내건 상태다.

GM한국사업장 역시 현대차, 기아와 동일한 18만4900원의 월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인상액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물가 상승에 대비한 기본급 인상이 필요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성과급은 전년 지급액의 2배가 넘는 1800만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 치 앞도 예측 불가능한 노사 관계

최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기대감을 모았던 르노코리아는 8월부터 재교섭에 나선다. 조합원 찬반 투표를 넘지 못한 탓이다. 연초 노사 상생 공동 노력 선언문을 발표했던 노사의 모습과는 상반된 결과다.

지난 7월 21일 진행된 르노코리아 노조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 투표자 1389명 중 658명(47.4%)만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727명(52.3%), 무효는 4명(0.3%)이었다. 찬성이 과반수를 넘지 못하면서 최종 부결됐다.

부결된 잠정 합의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10만원 인상 ▲타결 일시금 250만원 및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원(변동 PI 50%)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20만원 지급 등이다.

올해 교섭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신차 생산 준비에 집중하려고 했던 르노코리아 사측은 기존보다 더 높은 안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사명 변경 후 첫 번째 교섭에 나서는 KG모빌리티도 그동안 노사 상생을 강조해 온 곳이다. 지난해까지 13년 연속 무분규 협상 타결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선목래 KG모빌리티 노조위원장도 지난 4월 곽재선 KG모빌리티 회장 등과 함께 한 공식 석상에서 “사명 변경 후 처음으로 맞는 단체협상에서 대화와 상생 기조로 임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럼에도 KG모빌리티 노사의 무분규 협상 타결을 쉽사리 예상할 수는 없다. 다른 기업과 달리 KG모빌리티는 단체협상도 진행하기 때문이다. KG모빌리티는 쌍용자동차 시절 단체협상 주기를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변경했다.

현재 KG모빌리티 노사는 협상 진행 상황 등 관련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흘러나온 이야기가 교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글로벌 경기 침체, 불확실성 확산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노사 화합 분위기가 형성돼 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회사의 실적이 회복되기 시작함에 따라 노조도 참을 만큼 참았다는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젊은 세대가 유입됨에 따라 노조 내부에서도 무조건적인 파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과거처럼 노사 대립이 극에 달하는 상황은 연출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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