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곳곳서 빨간불…위기설 고개
[불안한 저축은행]②
올들어 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 줄줄이 ‘부정적’으로 하향
등급 강등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금리 상승에 수익성 저하…외형 줄어든 저축은행 업계
과도한 부동산PF 익스포저…“재무건전성 악화 전망”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연서 기자] 신용평가사들이 올해 들어 저축은행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에 최근 부실채권이 급격히 불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한국기업평가(한기평)는 키움저축은행(A-), OK저축은행(BBB+), 웰컴저축은행(BBB+), 바로저축은행(BBB+)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OSB저축은행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로 조정했고, 한국신용평가(한신평)도 웰컴저축은행의 신용등급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재무건전성 지표가 저하되고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과도한 저축은행들을 중심으로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성, 자산건전성, 부동산PF 건전성 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외형 줄어드는 저축은행 업계
한기평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성장이 둔화 되면서 올해부터 외형이 축소되고 있다. 한기평은 ▲경기 침체 ▲고금리 환경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 ▲부동산금융 부실 가능성 증가에 따른 투자 비중 축소 ▲연체율 상승에 따른 여신 심사 강화 등을 이유로 저축은행 업계의 외형 축소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국내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총자산순이익률(ROA)은 2022년 3분기 누적 1.0%에서 2023년 3월말 –0.2%로 떨어졌다. 2022년 하반기 이후 수익성 저하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다. 한기평은 ▲자산축소에 따른 수익규모 감소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NIM(순이자마진) 축소 ▲연체율 상승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로 수익성 저하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신평은 “금리 상승으로 저축은행의 자금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연체채권 확대로 대손비용이 증가하면서 저축은행 업계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있다. 타 금융업종보다 수익성 저하 폭이 크다”며 “이는 법정최고금리 20% 한도에 막혀 조달금리 상승을 대출금리에 온전히 전가하는 것이 어렵고, 차주의 신용도가 타 금융업종보다 열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축은행 업계의 전반적인 자산건전성도 나빠졌다. 한기평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 2022년 6월 말 3.5%에서 올해 3월 말 5.9%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지난해 6월 말 4.3%에서 올해 3월 말 5.8%로 올랐다.
한기평은 “인플레이션 심화에 따른 실질 소득 감소,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사업자의 실적 저하, 고금리에 따른 이자상환부담 증가가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저축은행의 수익성과 자산건전성은 저하됐지만 자본적정성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의 권고로 다수 저축은행이 선제적 유상증자를 시행했다는 이유에서다. 나신평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BIS자본비율은 ▲2019년 말 14.9% ▲2020년말 14.3% ▲2021년말 13.3% ▲2022년말 13.2% 등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다가 2023년 3월 말 13.6%로 다시 상승했다.
나신평은 “수익성과 자산건전성 저하추세를 감안할 때 BIS자본비율은 다시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주주가 재무적 지원능력을 보유한 저축은행은 유상증자를 통해 BIS자본비율 하락을 방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저축은행은 자본적정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되는 부동산PF 리스크 우려
앞서 한기평은 키움저축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키움저축은행은 부동산PF 익스포저 비중이 과도해 건전성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키움저축은행의 PF 익스포저(본PF+브릿지론)규모는 4463억원으로 전년말 4211억원 대비 약 200억원 늘었다. PF익스포저는 대출자산의 20.3%, 자기자본대비 180.7%에 달한다. 특히 브릿지론은 1966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101.1%에 달해 부담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기평은 “부동산 경기 저하로 관련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브릿지론의 경우 미분양 증가와 주택가격 하락, 금리상승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인해 원활한 사업진행이 어려운 상황으로 여타 부동산 금융자산 대비 위험 수준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본 PF 관련 여신은 브릿지론 대비로는 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판단되지만 분양시장의 침체, 공사비 증가로 인한 시공사와의 분쟁, 중소형 시공사 부도 가능성 확대, 금융비용 증가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부동산PF 건전성 저하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한기평은 “부동산PF의 자산건전성 지표 저하는 본격화되지 않았다”며 “부동산과 부동산금융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광범위한 지원책, 개별 저축은행의 느슨한 부실 인식 기준 등이 부동산금융 부문의 부실이 조기에 드러나는 것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PF 익스포저가 향후 저축은행의 재무건전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확대될 전망”이라며 “다만, 조기에 부동산 PF 익스포저 부실을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손실 처리한 저축은행의 경우 건전성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들은 하반기 저축은행 업계의 신용등급 방향성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한신평은 “부동산금융 및 중저신용자에 대한 가계신용대출 건전성 저하가 지속되고 있다”며 “자본완충력이 높지 않은 업체들의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나신평은 “저축은행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이라며 “고금리 지속을 견디지 못하는 한계차주가 증가하면서 자산건전성 저하 압력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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