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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다 죽어”…‘실적 악화’ 유업계 위협하는 ‘반값’ 멸균우유

[우윳값 ‘ㅜㅠ’]②
고온에서 가열해 미생물 없앤 멸균우유…가격 싸고 보관기간 길어
유업계 실적에 빨간불, 무더위에 원유 생산량도 뚝

국내 우유 가격 인상에 수입 멸균우유가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독일 작센우유. [사진 SSG닷컴]
[이코노미스트 김채영 기자] 원유 가격 인상으로 올해도 밀크플레이션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지난해 원윳값이 49원 오르자 우유업계는 흰 우윳값을 약 10% 인상했고, 우유가 사용되는 빵·아이스크림·치즈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에 소비자들과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국내 우유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로 눈을 돌리고 있다.

올 상반기 국내 멸균우유 수입액 46% ↑

업계에 따르면 국내 우유 가격 인상에 수입 멸균우유가 주목받고 있다. 멸균우유는 고온에서 가열해 미생물을 없앤 우유로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일반 살균 우유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보관기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수입산 멸균우유 가격은 1ℓ당 1000원대 초중반으로 국산 우유보다 저렴해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멸균우유 수입 중량은 1만8379t으로 전년 동기 1만4675t보다 25.2%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멸균우유 수입 중량은 증가세다. 2019년 1만484t이던 멸균우유 수입중량은 2022년 3만1461t으로 3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한국은 호주·독일·영국·이탈리아·폴란드·프랑스·오스트리아 등에서 멸균우유를 주로 수입하고 있다. 모두 국산 일반 우유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형성돼 있다. 특히 수입 멸균우유 물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폴란드산의 경우 ℓ당 가격대가 1600~1800원대 수준으로 국내 일반 우유(2900원대) 보다 1000원 넘게 저렴하다.

이 같은 상황에 멸균우유와 대체 우유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대체 우유는 콩·아몬드·귀리 등 식물성 원료에서 단백질과 지방을 추출해 우유 맛을 낸 음료다. 대표적으로 두유·아몬드·귀리(오트)·코코넛 등이 있다. 우유 가격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비슷한 맛을 내는 대체 우유를 찾고 있단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대체 우유 시장 규모는 2015년 3억9000만달러에서 2021년 5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며 35%를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오는 2026년에는 6억9000만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상온 멸균우유 시장 규모는 1614억원으로 1492억원을 기록한 전년 대비 8% 성장했다. 956억원이었던 2018년보다 68% 증가한 수치다. 
 
실적 악화에 고민 더해지는 유업체

사룟값 상승과 환경 규제 등에 따른 시설 투자 확대 부담으로 올해 1분기 원유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49만8,000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공동취재단]
앞으로 멸균우유를 찾는 소비자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 국산 원유 가격 협상에 따라 흰 우유 등 음용유에 쓰이는 원유 가격은 ℓ당 996원에서 1084원으로 8.8% 인상된다. 이로 인해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흰 우유 제품은 ℓ당 3000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치즈·분유 등 가공유에 쓰이는 원유 가격은 현행 ℓ당 800원에서 887원으로 87원(10.9%) 오른다.

유업체 ‘빅3’라 불리는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과 매일유업, 남양유업도 원유 가격 인상에 흰 우유 가격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업체 빅3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0월 원유 가격이 오르자 올 1분기 우유 가격을 ℓ당 1888원으로 7.7% 올렸다. 우윳값을 올렸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0.9% 줄어든 607억원을 기록했다.

서울우유도 올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부진했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원유가격 인상 한 달 뒤 제품 가격을 6%가량 올렸지만 하반기 영업이익은 20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2% 줄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제품 가격을 9.9% 올렸지만, 2020년부터 3년간 적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더위에 원유 생산량이 줄어 제품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져 유업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젖소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원유 생산이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사룟값 상승과 환경 규제 등에 따른 시설 투자 확대 부담으로 올해 1분기 원유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49만8000t)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와 3분기도 각각 3.9%, 4.5% 내외로 생산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6월 젖소 사육 마릿수는 전년 대비 3.6% 내외로 감소한 38만6000마리로 올 하반기까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유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7~8월이 가장 긴장하는 시즌으로, 날씨가 더워지면 가공유의 원유 함량이 잠깐 낮아진다”며 “날씨가 더워지면서 젖소들 스트레스를 받아 원유 생산 어려워져 미리 확보해놓은 원유를 공급하거나, 탈지분유 함량 높이는 등의 방안으로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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