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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신약’이냐 ‘신소재’냐…바이오에 꽂힌 K-식품 명가

[돈되는 ‘바이오’] ①
식품시장 침체 가속화…인구 감소로 향후 전망도 ↓
바이오, 제2의 먹거리로…투자 대비 성과 저조 지적도

CJ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시험약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CJ제일제당]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이 ‘바이오 분야’에 주목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국내 식품 시장이 쪼그라들 전망인데다 시장 우위를 점해도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식품산업 특성상 미래 먹거리가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바이오는 그만큼 ‘돈이 되는 시장’으로 꼽힌다.바이오를 ‘제2의 먹거리’로 낙점한 식품 기업들은 새 전략 짜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바이오는 하나의 획기적인 신제품 개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 축적을 통해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개발해야 하는 분야다. 언제 수익이 날지는 물론 성공의 가능성도 쉽게 담보할 수 없다. 하지만 독보적인 바이오 소재를 개발하기만 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을 확보한다면 시장 공급가를 주도적으로 형성하고 높은 영업이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 식품업체들이 리스크를 안고도 바이오 분야에 집중하는 이유다. 

식품-바이오 시너지 효과 노린다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과 대상 등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세분화된 바이오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식품기업 중 일찍이 바이오 사업을 키워온 곳은 CJ제일제당이다. CJ제일제당은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2018년 한국콜마에 매각한 지 3년 만인 2021년 바이오기업 천랩을 인수하며 제약·바이오 사업에 재진출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1월 천랩의 사명을 CJ바이오사이언스로 변경했다. CJ제일제당의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는 바이오 사업은 식품첨가제와 사료첨가제 부문을 영위하고 있다. 

농업·식품 부문 ‘그린바이오’, 환경·에너지 부문 ‘화이트바이오’, 의료·제약 부문 ‘레드바이오’ 등 3가지 축으로 운영된다. 레드바이오 부문은 CJ바이오사이언스가 주축이 돼 사업을 키운다.최근에는 CJ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신약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15개로 확정했으며, 이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업체 중 세계 최다 수준이다.

파이프라인 15개 중 자체 개발 파이프라인은 4개로 고형암, 염증성 장질환(IBD), 천식 등에 쓰이고 영국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기업 ‘4D파마’ (4D Pharma) 신규 파이프라인 인수 건은 11건으로 고형암,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 대장증후군(IBS), 천식, 파킨슨병 등을 적응증으로 한다.

여기에 1만여 개의 실물 균주개를 보유함으로써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실물 균주 보유 여부는 특정 균주가 인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CJRB-101에 대한 임상 1, 2상 계획(IND)을 승인받았으며, 올해 9월에 투약을 시작해 2025년 상반기까지 1상을 마무리하고 2상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대상홀딩스는 2021년 7월 대상셀진을 설립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상셀진의 주요 사업은 생명공학 기술 기반의 화장품·의약품 제조,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연구개발(R&D) 등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상도 바이오를 활용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상홀딩스는 2021년 7월 대상셀진을 설립해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상셀진의 주요 사업은 생명공학 기술 기반의 화장품·의약품 제조,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연구개발(R&D) 등이다. 최근에는 레드바이오, 배양육 연구를 바탕으로 한 그린바이오에 이어 친환경 신소재 ‘카다베린’ 생산에 성공하며 화이트바이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카다베린은 주로 나일론이나 폴리우레탄을 생산하는데 기초 원료로 쓰이는 바이오매스 기반의 친환경 소재다. 카다베린을 적용해 생산한 나일론 및 폴리우레탄은 기존 석유계 원료로 만든 것과 동일하게 섬유, 플라스틱, 페인트, 잉크, 에폭수지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아직 상업화 초기 단계지만 향후 카다베린이 석유계 소재를 완전히 대체한다면 잠재수요가 2026년 160만톤(t)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소재사업부문에서 보유하고 있는 발효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라이신을 원료로 한 카다베린을 직접 생산할 예정이다. 특히 주원료인 라이신을 군산 바이오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어 카다베린의 단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외에도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은 식물성 단백질, 마이크로바이옴 등 바이오 소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고 올해부터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hy(옛 한국야쿠르트)도 신사업으로 ‘바이오 소재 B2B’(기업 간 거래)를 낙점, 2021년 5월 소재 기업 간 거래(B2B) 전용 브랜드 ‘hy랩스’를 출범한 이후 직접 개발한 개별인정형 프로바이오틱스 2개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 투자 대비 성과 저조 지적도

이처럼 식품업계가 바이오 분야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인구 감소로 인해 장기적으로 식품시장이 침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제2 반도체로 낙점될 만큼 미래 유망 산업으로 꼽히는 국내 바이오 산업은 그야말로 초고속으로 성장하고 있다.

식약처 산업동향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2년 1조 9832억원이었던 바이오 의약품 국내 시장 규모는 2021년 7조 111억원으로 급성장했다. 특히 최근 3년 새 성장세가 가팔랐는데 2017년 2조 2309억원 수준이었던 바이오 의약품 국내 시장 규모는 2019년 16.55% 성장한 2조 6002억원, 2020년에는 27.03% 성장한 3조 3029억원, 2021년에는 112.27% 성장한 7조원을 나타냈다.

다만 바이오 분야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어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평균적으로 개발기간은 10~15년여가 걸린다. 개발비용의 경우 적게는 3000억원, 많게는 조 단위의 투자가 필요한 만큼 길게 보고 사업을 할 필요가 있단 얘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을 주업으로 하는 기업들은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등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영업이익이 크지 않다”며 “그래서 식품과 조금이나마 연결 지을 수 있는 바이오나 헬스케어 등을 신사업군으로 정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력을 갖춘 회사들이 바이오 분야에 투자하고 산업 성장을 위해 같이 나서주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며 “대신 식품 사업은 유통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면 바이오 분야는 생명공학 기반의 기술 중심이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실력과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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