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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컴, 해외 진출 쉽지 않네…인도 R&D센터 ‘청산’

2016년 ‘글로벌 진출’ 목표로 설립…해외향 제품 QC 담당
한컴MDS 매각으로 해외 채널 축소…IT계열 종속 해외법인 ‘0’
한컴얼라이언스로 해외 진출 일원화…인도 사업은 지속 운영

한글과컴퓨터 사옥 전경. [사진 한글과컴퓨터]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한글과컴퓨터(한컴)가 인도 연구개발(R&D) 센터(법인명 Hancom India Private Limited)를 완전히 청산한 것으로 확인됐다. 설립 7년 만에 철수다. 회사는 이 기간 17억5500만원을 투자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23일 한컴그룹에 따르면 인도 R&D센터 청산 절차가 2023년 2분기 중 마무리됐다. 인도 R&D센터는 올 2분기 기준 한컴그룹 연결 대상 종속기업 중 유일하게 남은 정보기술(IT) 분야 해외법인이다. 인도 R&D센터 마저 철수되면서 IT사업 부문의 모든 해외 거점 운영이 중단됐다. IT 역량을 통한 해외 확장 전략이 사실상 ‘일단 멈춤’ 상태인 셈이다.

인도 R&D센터 청산에 따라 한컴그룹 종속기업 중 해외법인은 한컴라이프케어(구 산청) 필리핀 자회사 2곳만 남았다. 필리핀 독립법인 한컴SPI(Hancom SPI Inc.)는 소방용 방화복·방열복과 공기호흡기 등을 생산하고, 한컴SPI 트레이딩(HANCOM SPI TRADING INC.)이 이를 판매하는 구조다. 이를 제외한 종속 해외법인은 현재 없다. IT분야와 관련이 없는 곳만 종속기업으로 남았다. 한컴그룹은 2022년 말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싱가포르 ▲중국 ▲홍콩 ▲호주에 IT계열 법인을 연결 대상 종속기업으로 보유하고 있었다.

설립 7년 만에 청산…17억원 투자, 성과는 ‘글쎄’

한컴그룹은 ‘글로벌 진출’이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2016년 6월 14일 야심 차게 인도 R&D센터를 설립했다. 인도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고, 현지 인력을 통해 ‘해외 출시 소프트웨어(SW) 제품의 고도화 추진’이란 역할을 맡겼다.

한컴은 인도 R&D센터를 별도 법인으로 운영해 왔다. 한컴은 법인 설립 후 4개월 만인 2016년 10월 19억1014만원을 출자, 지분 99.91%를 확보했다. 인도 R&D센터는 이때부터 한컴의 종속회사로 분류됐다. 자본금은 19억6583만원(부채 1306만원)으로 출발했다. 설립 때 법인 업종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으로 명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 R&D를 넘어 현지 사업 확장의 거점 활용도 검토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회사는 2017년부터 해당 법인의 주요 사업에 ‘소프트웨어 개발’만 기재해 왔다. 상품 판매보단 제품 고도화로 운영 가닥을 잡은 셈이다. 인도 R&D센터의 주된 역할은 한컴에서 만든 해외향 소프트웨어 제품의 품질관리(QC)로 파악됐다. ‘IT 강국’으로 통하는 인도 내 인재를 통해 해외에 선보일 제품을 고도화하겠단 취지다. 다만 설립 당시 포부와 달리 7년간 운영에도 R&D 영역에서의 성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도 R&D센터는 설립 첫해 매출 없이 당기순손실 4647만원 기록했다. 인도 R&D센터의 매출은 모두 한컴에서 용역매입 등의 명목으로 지출한 일종의 투자금에서 발생한다. 한컴은 그간 매해 적게는 2억원, 많게는 6억원을 인도 R&D센터에 투입했다. 인도 R&D센터는 구체적으로 ▲2017년 매출 5099만원, 당기순손실 8153만원 ▲2018년 매출 2억4307만원, 당기순이익 1억1039만원 ▲2019년 매출 4억3704만원, 당기순이익 9174만원 ▲2020년 매출 6억795만원, 당기순이익 1억6017만원 ▲2021년 매출 4억922만원, 당기순이익 3181만원 ▲2022년 매출 589만원, 당기순손실 3억1986만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컴이 인도 R&D센터 청산을 결정한 건 2022년이다. 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도로 향하는 발길이 끊기면서 현지 인력 관리에 난항을 겪었다”며 “인도 R&D센터에서 수행하던 QC 업무 대다수가 본사로 이전되면서 법인을 청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은 이에 따라 청산에 따른 손상차손으로 2억9400만원을 2022년 재무제표에 미리 반영했다. 올해 2분기 청산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출범 당시 출자한 금액에서 손상차손을 제외한 16억1636만원을 회수했다.

‘경영 효율화’ 한컴…“글로벌 진출 꿈 접은 것 아냐”

한컴 측은 이번 인도 R&D센터 청산이 해외 진출 전략의 일원화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한컴은 지난해 2월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전문기업인 케이단 모바일(KDAN Mobile·KDAN)과 싱가포르에 지주회사(홀딩스) 성격의 공동 법인 설립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2년 9월 한컴얼라이언스를 설립하고, 글로벌 SaaS 기업에 대한 투자를 모색 중이다.

한컴은 한컴얼라이언스 설립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총 3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SPC와 케이단이 한컴홀딩스에 공동 투자하는 방식이다. 한컴얼라이언스는 유럽·아시아 지역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응용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소프트웨어개발키트(SDK) 분야 기업을 인수할 방침이다. 오는 2024년까지 해외에 상장하는 게 목표다. 한컴얼라이언스가 출범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한컴의 자본금 출자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2분기 기준으로 해당 법인이 연결 종속사로 분류되지 않은 이유다.

한컴은 한컴얼라이언스를 통해 해외 진출의 의사결정을 일원화했다. QC 업무를 본사로 이전한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발 영속성이 떨어진 인도 R&D센터를 더 이상 운영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다.
케이단 오피스 설명 자료. [제공 한글과컴퓨터]

한컴MDS 매각, 해외 채널 축소…“새 시장 모색”

한컴MDS(현 MDS테크) 매각 역시 인도 R&D센터 청산 배경으로 꼽힌다. 한컴그룹은 한컴MDS를 통해 인도는 물론 ▲중국 ▲홍콩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사업을 영위했다. 한컴MDS의 주력 사업은 임베디드 시스템 토탈 솔루션 공급이다. 임베디드는 PC 외 장비에 사용되는 내장형 칩을 말한다.

한컴그룹은 2022년 7월 한컴MDS를 포함해 12개의 계열사 지분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한컴MDS 인도 법인(MDS Pacitic india Pvt. Ltd.·소프트웨어 도소매업)도 한컴그룹에서 떨어져 나왔다. 인도 R&D센터 운영으로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그만큼 줄어든 셈이다.

한컴 관계자는 “현재 IT계열 해외법인이 종속사로 포함된 상태는 아니지만, 한컴얼라이언스를 통해 지속해서 글로벌 사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며 “인도를 포함한 다양한 세계 시장에서 사업 가능성을 살피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컴그룹은 지난해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확보한 유동성을 통해 글로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당시 12개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약 950억원을 확보했다. 현재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총 1200억원 수준의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회사 측은 “지난해 확보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글로벌 인수합병(M&A)를 올해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컴얼라이언스를 통해 케이단에 투자를 집행, 한컴 오피스SW 기술과 케이단의 모바일PDF·전자서명·애니메이션 솔루션 기술을 결합해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시아·북미·유럽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컴그룹이 한컴얼라이언스를 통해 해외 진출 전략을 일원화하는 등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번 인도 R&D센터 철수로 현지 사업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컴은 R&D센터를 설립한 2016년을 전후로 일찍이 인도 시장에 주목해 왔다. 당시 인도 기업용 이메일 1위 기업 ‘레디프’(Rediff)와 계약을 맺고 문서 솔루션인 ‘웹오피스’와 ‘모바일오피스’를 공급하기도 했다.
2021년 9월 한글과컴퓨터와 HCL테크놀로지 임원들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기념 사진을 찍은 모습. [사진 한글과컴퓨터]

2021년에는 인도 IT 서비스기업 ‘HCL테크놀로지’와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고, 현지 사업 확장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HCL테크놀로지와 인도 R&D센터의 인력 수급과 개발 역량 강화를 지원받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베트남·말레이시아·대만 등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공동으로 모색하기로 했으나, 한컴이 인도 R&D센터를 청산하면서 사실상 해당 계획도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에는 국내 스타트업 ‘살랑코리아’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한 뒤 ‘한국어 교육사업’의 인도 진출도 타진한 바 있다.

한컴 측은 이번 인도 R&D센터 청산과 별개로 이런 현지 사업은 지속해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컴 관계자는 “인도 R&D센터를 통해 현지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 않았던 만큼 타격은 크지 않다”며 “인도에서 영위한 사업은 대다수 본사에서 진행해 왔고, 이번 청산과 별개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컴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202억5200만원이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7억3092만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 중 96%가 내수에서 나왔다. 수출 매출은 49억3000만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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