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날카로워지는 규제 칼날…“신뢰회복 중요한데, 소형사는 어쩌죠”

[사모펀드의 빛과 그림자]③
美 당국도 규제 조이기 나서
“규제 지키려 자정능력 키울 것”
“소규모 운용사 투자위축 우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김윤주 기자] 금융당국이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법규위반 시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아웃)’ 등의 규제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엄격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중소형 운용사들의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모펀드 겨누는 금융당국 ‘칼날’

최근 금융당국이 중대한 위법행위로 투자자 피해를 유발하는 사모운용사에 대해 초강수를 두겠다고 밝혔다. 우선 금감원은 단 한 번이라도 중대한 법규 위반한 운용사를 시장에서 즉시 퇴출(원스트라이크 아웃)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제도 개선 배경은 금감원이 사모운용사 전수검사에 나선 결과다. 또한 당국은 위법행위를 저지른 운용사 및 임직원에 대한 엄정한 제재절차,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내부통제 및 이해상충 방지체계 강화 등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은 “선량한 관리자로서 고객 자금의 충실한 운영을 통해 국민자산 증식 및 나아가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자산운용업의 본질임에도 법적으로 인정된 금융회사 지위(라이선스)를 사유화해 본업의 취지에 위배되는 불법·부당행위를 일삼는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사모펀드 시장이 투자자의 안정적 자산증식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시장질서 확립 및 신뢰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은 “사모운용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에 대해 지속적인 심층검사를 추진해 라이선스 취지에 부합하지 않거나 위법행위를 저지른 운용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절차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적인 고객 이익 훼손행위, 횡령 등 펀드 재산을 사유화하는 중대한 법규위반은 즉시 퇴출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부정·불법 행위, 유동성 관리 실패 등에 따른 투자자 피해 최소화를 위해 내부통제 및 이해상충 방지체계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美 당국도 ‘규제 강화’ 당위성 더해

최근 미국 금융당국도 사모펀드 규제 조이기에 나섰다. 미국에서 사모펀드 규제 강화에 나선 만큼 우리 금융당국도 규제 강화의 당위성을 얻은 셈이다. 미국 금융당국은 사모펀드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전망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8월23일(현지시간) 사모펀드 규제안을 의결했다. 규제안에는 사모펀드가 분기마다 펀드 성과 및 수수료‧비용‧보수에 관한 내용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매년 감사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사모펀드가 특혜성 거래조건을 일부 투자자에게만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이는 그동안 사모펀드가 공모펀드에 비해 금융당국의 감시를 느슨하게 받아왔다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앞서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지난해 2월 규제안을 공개하면서 사모펀드의 자산 규모 확대로 중요성이 커졌고, 사모펀드 주요 투자자에 연기금이 포함된다며 투명성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규제에 반발하고 있다. 당국에 정보보고를 위해서는 추가 비용이 예상되고, 해당 비용이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 있으며, 특정 사모펀드에 대한 표적조사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를 대변하는 미국투자위원회는 “새 규제는 불필요하며 혁신과 세계 시장 경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한다”고 반발해 사모펀드들의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규제강화’ 움직임에…업계는 술렁술렁

미국의 상황처럼 국내 투자업계 또한 당국의 규제강화 움직임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당국의 규제 강화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자정 능력을 키우고, 궁극적으로는 금융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제 내용이 어떻게 마무리가 될 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자정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규제를 구체화한다는 것은 감독원도 사모펀드 시장이 금융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고 인정한다는 것으로, 산업을 건전하게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과정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업을 하는 회사라면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지금 거론되는 원스트라이크아웃 등은 방법론의 문제이며, 규제강화와 함께 사전에 문제를 방지하는 등 개별 운용사들의 자정 노력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소규모 운용사들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유동성 악화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가운데 대형 사모펀드 운영사 위주의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이미 소형 운용사들은 녹록지 않다. 여기에 더해 당국의 규제를 신경쓰다 보면 투자활동은 더욱 보수적이게 되고, 이에 따라 경쟁력도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21년 사모펀드 제도 개선으로 중소형사 위주의 신생운용사가 대폭 증가했다”면서 “하지만 대형 운용사에 자금이 쏠리며 영업에 이미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운용사들이 당국 규제를 통해 투자가 더욱 위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농구 선수 허웅, 전 여자친구 고소 “협박·스토킹…마약 연루도”

2택배 기사님 “아파트 들어오려면 1년에 5만원 내세요”

3“응애” 소리 늘까…4월 출생아 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4책 사이에 숨긴 화려한 우표…알고 보니 ‘신종 마약’

5경북도, K-국방용 반도체 국산화 위해 전주기 지원체계 구축

6영천시, 베트남 대형 유통업체 K-MARKET과 "농특산물 수출 확대" 협약 맺어

7대구시, 경기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피해 복구 지원에 1억원 지원

8소방당국, 아리셀에 ‘화재 경고’…‘예방컨설팅’까지 했다

9최태원 동거인 첫 언론 인터뷰 “언젠가 궁금한 모든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실시간 뉴스

1농구 선수 허웅, 전 여자친구 고소 “협박·스토킹…마약 연루도”

2택배 기사님 “아파트 들어오려면 1년에 5만원 내세요”

3“응애” 소리 늘까…4월 출생아 수, 전년 동월 대비 증가

4책 사이에 숨긴 화려한 우표…알고 보니 ‘신종 마약’

5경북도, K-국방용 반도체 국산화 위해 전주기 지원체계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