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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공백 끝난 KT…해결해야 할 당면 과제 많아

[닻 올린 김영섭 KT호]②
KT 임원 얽힌 ‘이권 카르텔’ 해결 주요 과제로 떠올라
노조와 교섭 과정도 쉽지 않아

KT 본사 모습 [사진 KT]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KT는 김영섭 신임 대표를 맞이함으로써 6개월 넘게 계속된 경영 공백을 마무리하게 됐다. 하지만 KT의 앞날이 마냥 밝은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당면 과제가 산적해 있다. 김 대표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KT의 큰 과제 중 하나는 인적 쇄신 및 경영정상화다. 특히 KT에 제기된 ‘이권 카르텔’ 논란을 해소하는 것도 김 대표의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KT 주요 임원들을 이권 카르텔로 지목해 왔다. 현재 검찰은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전 사장 등 KT 전현직 임원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 중이다. 

취임 직후 임원 인사 단행한 김영섭 대표

지난 8월 28일에는 KT 본사와 KT클라우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KT가 지난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가 설립한 회사인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금액보다 더 비싸게 매입하는 등의 배임을 저질렀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에 당시 각각 KT 대표이사와 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구 전 대표와 윤 전 사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최근 KT 내 ‘이권 카르텔’로 분류된 임원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구현모 전 대표 사임 이후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던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 신현옥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 등 3명이 대상이다. 정식 임원 인사 전까지 이들을 대신해 김영진 재무실장(전무), 이현석 충남충북광역본부장(전무), 이선주 경영지원부문 D-TF장(전무)이 각각 직무 대행을 맡는다. 

이번에 보직 해제된 3인은 구 전 대표와 함께 ‘쪼개기 후원’ 혐의를 받거나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연루된 인물들이다. 앞서 박 사장과 강 사장은 구 전 대표와 함께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았다. 신 부사장은 현재 KT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KT텔레캅이 시설관리업체 4곳에 하청을 주는 과정에서 신 부사장이 개입해 KDFS와 KS메이트 2곳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다.

임금·단체협상 교섭 역시 김 대표의 당면 과제다. 다수 노조인 KT노동조합은 올해 임금 인상안으로 7.1%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임금 분야에서는 임금 전년 대비 7.1% 인상과 일시금 10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물가인상 반영과 함께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 달성에 따른 배분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다. 아울러 기존 정년퇴직 연령을 현행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높이는 것도 제안했다.

하지만 인건비 지출이 경쟁사 대비 높은 상황에서 노조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노조도 오는 10월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소수 노조인 KT 새노조의 경우 이권 카르텔 색출을 위한 인사 쇄신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전무급 이상의 일괄 사표 제출을 촉구하기도 했다.

2021년 서울 광화문 KT본사에서 열린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장애 관련 설명회 모습 [사진 연합뉴스]

본업인 통신 분야 성장도 과제

조직 재정비와 더불어 김 대표의 또 다른 과제는 본업인 통신 분야를 강화하는 것이다. 그동안 KT는 구 전 대표의 디지코 전략을 통해 본업인 통신보다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새로운 먹거리 분야에 집중해 왔다. 

디지코 전략을 통해 매출과 주가는 올랐지만 대규모 통신 장애가 연달아 발생하는 등 본업인 통신에 대해서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여러 번 나왔다. 지난 5년 동안 KT는 여러 통신사고를 겪었다. 2018년엔 아현지사 화재 사고가 발생했고, 2021년엔 대규모 통신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KT 부산국사에서 라우터 입력 오류로 시작된 통신 장애는 약 1시간 30분 동안 전국적인 통신 서비스 장애를 유발했다. 

가장 최근인 올해 1월에도 부산·울산·경남 지역에 인터넷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KT 새노조는 “탈통신, 디지코만 강조할 게 아니라 ‘국민 기업’으로서 통신의 기본에 집중할 것을 경영진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2021년 부산발 전국 인터넷 대란에 이어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아울러 3등 사업자인 LG유플러스의 추격이 거센 상황이다. 그동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통신가입자 수에 있어 5:3:2의 시장 점유율을 보여 왔다. 하지만 최근 LG유플러스가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리며 KT를 맹추격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6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수 격차는 84만124명으로 조사됐다. 양사 간 이용자 수 격차가 100만명 아래로 좁혀진 것은 관련 통계 집계 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KT 내부의 위기의식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넘게 지속된 경영 공백으로 인해 떨어진 주가 부양도 김 대표의 과제다. 일부 증권 전문가들은 김 대표가 사업 정리 및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조직 슬림화와 적자사업 정리 과정에서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하고 이 때문에 배당도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김영섭 대표 취임 이후 조직개편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라며 “조직 슬림, 통폐합 속에 희망퇴직이 실시된다면 올해 초부터 우려했던 KT 이익 급감, 배당 감축 가능성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9년 전 KT는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했고, 이에 따라 일회성 인건비 1조2000억원이 영업비용으로 반영된 바 있다”며 “희망퇴직이 진행될 경우, 최소 5000억원에서 최대 1조5000억원이 당기 비용으로 처리돼 올해 4분기에 반영될 공산이 커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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