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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꽌시 없이 수출한다” 中 둔화에...‘K-뷰티’ 中企, 대만 로켓배송으로 쾌속질주

K뷰티 中企 "중국 수출 줄고, 대만은 늘었다"
현지 물류센터 입고, 익일배송 '로켓배송' 효자

바르고코스메틱 연구원들이 젤네일 상품 개발을 위해 조색 및 컬러 개발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바르고코스메틱]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창업 20년이 넘은 네일제품 전문 중소기업인 ‘바르고코스메틱’은 최근 대만 수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1만원이 안 되는 가격에 손톱을 꾸밀 수 있는 가성비 젤네일 브랜드 ‘베씨’ 제품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한 쿠팡 대만 로켓배송을 통해 현지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 지난 2018년 한국 쿠팡에 입점 후 지난해 매출 5억원을 돌파한 바르고코스메틱은 올해 대만 인기에 힘입어 6억 중반대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대만 수출이 늘면서 최근엔 수출 전담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지난해와 비교해 대만 매출은 70배 가량 뛰었다. 수출로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현지 박람회, ‘꽌시’(關係·인맥관계) 기반의 신뢰를 쌓는 영업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대만 진출 쿠팡,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 급증

쿠팡이 대만에 진출하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화장품의 대만 수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대만 시장에 로켓배송과 로켓 직구를 출범한 쿠팡이 입고부터 마케팅, 물류와 배송, 고객응대(CS)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면서, 수출에 애를 먹던 K뷰티 중소기업들이 쿠팡을 발판 삼아 판로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 기간 효자 시장으로 뽑히던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위축세, 중화권 꽌시 문화 기반의 현지 바이어 협업과 법인 설립 등 업체 스스로의 판로 확대 노력 없이도 수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중소기업 화장품의 대만 수출은 7000만달러(약 93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2.2% 늘면서 같은 기간 수출액이 20% 이상 감소한 반도체(6000만달러·796억원), 플라스틱(4000만달러·531억원) 등 B2B(기업간거래) 품목의 수출 규모를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면 지난해 중소기업 화장품 대만 수출액(1억3000만달러)를 능가하는 실적이 올해 가능하다는 관측이다.

방앗간화장품 직원이 물류창고에서 쿠팡을 통해 대만에 수출할 마스크팩 제품을 나르고 있는 모습. [사진 방앗간화장품] 

반면 그동안 K뷰티 수출 수요가 가장 높았던 중국으로의 화장품 수출은 올 상반기 16.6% 줄어들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중견·대기업을 포함한 전체 화장품 기업들의 중국 수출은 지난해 전년과 비교해 26% 급감했다. 중국의 경기침체와 화장품 규제 강화, 자국제품 선호 추세 등으로 수출이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티몰 한국관에 입점한 마스크팩이나 스킨케어, 수분크림 등 국산 제품들은 최근 급격히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 중국 내 ‘꿀광’ 마스크팩을 시작으로 창업 2년 만에 5억장이 넘는 마스크팩을 팔아 화제를 모은 ‘지피클럽’도 최근 중국 수출이 고전하자, 쿠팡 대만 로켓배송에 힘을 주고 있다. 손재덕 지피클럽 이사는 “지난해와 비교해 쿠팡 대만을 통한 판매 성장률이 올 들어 최근까지 10배에 이르고 있다”며 “중국 수출 하향세로 대안 마련이 시급한 가운데 쿠팡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시흥시의 마스크팩 중소업체인 ‘방앗간화장품’도 쿠팡 대만을 통해 지난해와 비교해 올 7월 현재 매출이 5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2015년 쿠팡에 입점해 첫해 매출 19억원을 낸 회사는 대만 수출 판로 확대 등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이 15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임영식 방앗간화장품 대표는 “쿠팡 대만 수출 전단팀을 포함한 12명을 최근 신규 채용했다”며 “대만은 중화권 핵심 1순위 국가로 대만에서 잘되면 홍콩과 중국 등 중화권 전체를 공략할 물꼬가 트인다”고 강조했다.

방앗간화장품 직원이 물류창고에서 쿠팡을 통해 대만에 수출할 마스크팩 제품을 나르고 있는 모습. [사진 방앗간화장품] 

“로켓배송 덕에 현지 박람회 참석 필요 없어”


화장품은 그동안 K팝과 K컬쳐 열풍에 힘입어 중소기업의 효자 수출 상품으로 자리잡았지만, 수출 프로세스와 방식은 업체마다 비슷했다. 현지 대형 뷰티 박람회를 찾아 반복적으로 브랜드를 알려 제품을 영업하거나, 발이 넓은 도매상이나 바이어를 수소문해 제품을 현지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각개 전투식’ 수출이 일반적이었다. 황서윤 대표는 “매년 베트남·인도네시아·미국 등 뷰티박람회 참석비용(부스비·영업비 등)으로만 2억원을 썼지만, 매출은 2000~3000만원에 그쳤다”며 “2~3년간 같은 박람회에 참석해야 겨우 납품계약이 체결된 적이 많다”고 했다.

중화권 등 동남아 시장은 믿고 맡길만한 현지 네트워크가 없으면 뚫기 어렵다. 임영식 대표는 “과거 대만에 진출하면서 브랜드 상표 등록 업무를 현지 벤더사에게 대행을 맡겼더니, 자신들 업체에 상표를 등록해버리고 발뺌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바르고코스메틱은 몇 년 전 단기간에 베트남 현지 법인 설립을 추진하다 현지 브로커 등과 업무 조율에 실패해 손해만 보고 철수한 적도 있다.

이에 K뷰티 중소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처럼 한국 기업이 쿠팡에 물품을 납품하면 현지 물류센터에 입고한 뒤 익일 배송하는 로켓배송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만에서 로켓배송은 490타이완 달러(약 2만2000원) 이상 주문하면 다음 날까지 무료 배송을 해준다. 로켓직구는 대만 소비자가 주문하면 한국에서 항공편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서비스로 대만 소비자는 690타이완 달러(약 3만1200원) 이상 직구 상품을 구매하면 1~2일 안으로 배송받는다.

반대로 현지 대표 온라인 유통업체인 쇼피, 모모는 익일배송 시스템이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 쿠팡의 경쟁력이 높다는 반응이 늘고 있다. 실제 쿠팡 대만 앱은 쇼피와 모모를 제치고 지난 2분기부터 쇼핑 분야에서 다운로드 1위를 달리고 있다. 트래픽사이트 ‘시밀러웹’에 따르면 쿠팡 대만 앱 이용자는 18~24세(9.91%), 25~34세(24.04%) , 35~44세(23.82%) 등 2030 소비자 비중이 높다. 

이와 관련해 뷰티업계 관계자는 “K팝 문화에 친숙한 2030 현지인들의 쿠팡 사용이 늘면서 국산 중소 K뷰티 제품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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