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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꽂힌 유통업계…‘기회의 땅’에 누가 또 깃발 꽂나

[‘亞쇼핑 1번지’ 노린다] ②
인구 1억명 육박하는 젊은 국가…성장성 높아
베트남 거점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공략 이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 [사진 롯데쇼핑]
[하노이(베트남)=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유통업계가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내수 경기 침체에 한중 갈등으로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베트남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각종 규제에 부딪히며 매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업계는 ‘탈(脫)중국’의 대체지인 베트남에서 현지 사업 기회 확대를 모색, 수익성 개선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 베트남은 ‘기회의 땅’으로 인식된다. 베트남은 가파른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고 최근 호찌민, 하노이와 같은 대도시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며 ‘차세대 큰손’으로 통한다. 전 세계 중 한류 열풍이 거센 지역으로 꼽히는 베트남은 한국 문화에 우호적으로, 초기 진입 장벽을 뚫기에 적합하단 평가다. 특히 최근 롯데그룹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이하 롯데몰 웨스트레이크)가 오픈을 하면서 베트남 시장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분위기다. 

롯데, 베트남 시장 선점…신세계·GS리테일 등도 박차

유통업계 중 대표적으로 롯데그룹이 베트남 시장에서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부터 식품·외식부문을 시작으로 유통·서비스 부문까지 사업 확장에 집중해왔다. 1996년 롯데제과를 통해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딘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GRS와 롯데쇼핑, 롯데컬처웍스 등 20개의 계열사가 진출해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하노이 서호 지역에 베트남 최대 규모 복합 쇼핑몰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오픈했다. 사업비로 6억4300만달러(약 8500억원)를 투입하는 등 롯데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결해 진행한 프로젝트다. 향후 이곳을 아시아 시장 확대 교두보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호찌민에 총 사업비 9억달러(약 1조1600억원) 규모의 복합단지 건설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신세계그룹의 이마트도 베트남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현지 3호점을 오픈하고, 2026년까지 20호점 출점과 매출 10억달러(약 1조3155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GS리테일의 편의점 GS25는 ‘현지화 전략’과 ‘K-푸드 강화 전략’으로 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남부 베트남에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서는 성과를 거뒀다. GS25는 오는 2027년까지 베트남에 GS25 이름을 단 편의점 수를 700개로 늘릴 예정이다.

베트남 현지인들이 베트남 GS25를 이용하는 모습. [GS리테일]

패션·뷰티 업체들의 관심도 높다. 콜마그룹은 지난 2019년 관계사 HK이노엔을 통해 베트남 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숙취해소제 현지 연간 판매량이 100만병 이상으로 올해 100억원 매출을 목표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패션그룹 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은 지난 2011년 베트남에 진출해 현재 30여개의 쇼핑센터와 20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베트남에 10개 법인을 두고 있는 한세실업은 최근 3년간 베트남 법인에 2400만달러(약 305억원)을 투자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 ‘성장성’ 주목…유통업계 치열한 경쟁 예고

업계가 베트남에 꽂힌 이유는 ‘성장성’에 있다. 베트남의 인구는 1억명에 육박하며, 중산층과 젊은층의 비중이 높다는 것도 성장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또 베트남은 도시화율이 아직까지 40%가 되지 않는다. 도시화가 계속해 진행된다면 국내 유통업계가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은 더욱 커지는 셈이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 만난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베트남은 굉장히 모던한 나라”라며 “젊기 때문에 트렌디한 걸 굉장히 빨리 받아들이고, 한국 문화 노출이 많기 때문에 이해도도 빠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국의 20년 전 콘셉트를 그대로 적용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중국에 비해 정치적 갈등 요소가 적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과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와 최근 외교 경색으로 리스크가 존재하는 중국과는 달리 베트남은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에 우호적이다. K팝 등 한류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등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다. 또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와도 인접해 교두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베트남 수출 규모는 609억6400만달러로 중국(1557억8900만달러), 미국(1097억6600만달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소매시장 규모는 매년 10% 이상 신장해 지난해 베트남 소매시장 규모는 총 2405억달러(약 320조원)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19.8% 증가한 수치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외관 모습. [사진 롯데쇼핑]

국내 유통업계의 베트남 진출 가속화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서 양국 간 교역은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로 향후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진출이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업계는 내수 경기 침체, 각종 규제에 막혀 성장세가 주춤한 상태”라며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판단되는 국가인 베트남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마련하고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베트남을 주목하고 있지만, 이러한 점이 베트남 진출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일례로 최근 오픈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인근 상권에는 일본 최대 유통 기업이 운영하는 쇼핑센터 이온과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빈 그룹이 운영하는 쇼핑몰이 이미 자리잡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가 베트남으로 다 향하고 있어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며 “이미 많은 각국의 유통기업들이 진출해 있어 경쟁이 심하고, 또 대체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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