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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가짜뉴스’ 칼춤, 네이버로도 향했다…회사 “개선, 또 개선”

이동관 위원장 취임 후 ‘가짜뉴스’ 방지 강화…네이버 ‘사실조사’ 돌입
네이버 포털 뉴스 영역서 독점적 지위…대형 선거 앞두고 늘 구설에
편집서 ‘사람 손’ 뗀 네이버…AI 기반 뉴스 알고리즘 개입 여부 도마 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이동관 위원장이 취임한 후 연일 ‘가짜뉴스’ 방지를 외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선이 네이버로 향하고 있다. 포털 뉴스의 약 90%가 네이버에서 소비되고 있는 만큼 부작용이 없는지 들여다보겠단 취지다. 대형 선거를 앞두고 늘 구설에 오른 네이버는 이번에도 다시 개편을 예고했다. 그간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접목해 뉴스 노출에 ‘사람의 개입’을 없애왔음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네이버는 26일 정확한 기사 전달과 이용자 보호를 위해 뉴스 서비스 개편 나선다고 밝혔다. 고침·정정·반론·추후 보도 모음 페이지의 접근성을 강화하고, 자살 관련 기사의 댓글을 자동으로 닫는 등의 기능 도입이 이번 개편의 골자다. 이 같은 개편 방향성은 방통위가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 위반 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사실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한 뒤 하루 만에 나왔다.
네이버가 9월 26일 발표한 뉴스 서비스 개편 중 자살 관련 기사의 댓글 정책 변경 내용. [제공 네이버]

방통위는 이번 사실조사에 앞서 지난 7월 5일부터 네이버 뉴스 서비스 실태점검을 실시해 왔다. 해당 조사는 네이버는 뉴스 운영 알고리즘에 ‘언론사 인기도 지표’를 인위적으로 적용, 기사 노출도를 조정했단 의혹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된 데 따라 진행됐다.

방통위는 실태점검을 통해 네이버가 ▲특정 이용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불합리한 조건 또는 제한의 부당한 부과 ▲중요사항 미고지 등으로 금지 행위 규정을 위반한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조사를 통해 해당 사안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겠단 취지다.

방통위 측은 “네이버는 국내 최대 검색포털 사업자로 미디어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뉴스 알고리즘은 언론사의 기사 배열 관여 문제와 직결돼 특정 언론사 편중 현상 등의 발생 원인으로 지목돼 왔고, 이에 따른 사업자 차별 및 여론 왜곡의 문제가 지적됨에 따라 실태점검에 착수한 바 있다”고 전했다.

방통위는 네이버의 뉴스 점유율이 66.7%에 달해 ‘독점적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사회적 책임과 공정성 논란이 계속된 점을 조사의 배경으로 짚었다. 사실조사 후 네이버가 ▲검색 결과 등 뉴스 서비스에 인위적 개입 ▲언론사 등에 대해 차별적 서비스 제공 등을 진행했다면, 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심각한 금지 행위 위반에 해당한다’는 입장도 명확히 했다. 방통위 측은 “사실조사를 통해 네이버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 행위를 진행했는지를 명확히 밝힐 예정”이라며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법에 따라 관련 매출액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최대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 등 엄정하고 단호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방통위가 이처럼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 문제를 들여다보는 배경으론 지난 8월 취임한 이 방통위원장의 의지가 꼽힌다. 이 방통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와 이로 인한 선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 요소”라며 “포털에 의한 뉴스 등 독과점 횡포를 막아 황폐화된 저널리즘 생태계의 복원과 소비자의 권리 보장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방통위는 이 위원장 취임 후 ‘가짜뉴스 근절 태스크포스(TF)’ 가동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개편, 또 개편’

네이버 플랫폼의 뉴스 영향력은 방통위의 설명처럼 ‘독점적’ 수준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22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뉴스를 접하기 위해 가장 많이 이용한 매체는 ▲텔레비전 76.8% ▲인터넷 포털 75.1%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20.0% ▲메신저 서비스 12.0% 순으로 나타났다. 포털 뉴스 이용자 중 89.7%가 네이버를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다음은 25.3%를, 구글은 14.4%로 집계됐다.

네이버는 뉴스를 접하기 위해 국민의 75.1%가 매체로 이용하는 인터넷 포털 영역에서 89.7%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이 같은 구조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 오랜 시간 뉴스 서비스 개선을 공정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왔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자체 기사 배열을 중단하고,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기사를 사용자가 선택하는 구독 기반 형태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추천 서비스는 보완적으로 적용했다.

회사는 구체적으로 ▲뉴스 추천에 AI 기술 에어스(AiRS) 도입(2017년 2월) ▲뉴스 자체 편집 중단 및 AI 추천 기사 배치 적용(2019년 4월) ▲구독 기반 뉴스 서비스 전면 개편(2019년 9월) ▲네이버 콘텐츠제공(CP) 언론사 대상으로 집계한 많이 본 뉴스(랭킹 뉴스) 폐지(2020년 10월) ▲실시간 검색어 폐지(2021년 2월) 등을 통해 자정 노력을 지속해서 기울여 왔다.

이 같은 변화가 대형 선거를 앞두고 주기적으로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옥죄는 기조가 제도권을 중심으로 나타나면서 이뤄졌다는 게 IT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올해에도 뉴스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다시 시작된단 견해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을 1년여 앞둔 지난 3월부터 여권을 중심으로 ‘공개 저격 발언’이 이어지고 있고 ‘포털뉴스 서비스’와 관련한 법안들이 지속해 발의되는 추세다. 총선은 오는 2024년 4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뉴스 서비스에 대한 압박이 점차 거세지자, 네이버는 올해에도 다양한 변화를 도입했다. 지난 5월 독립 자율기구로 운영되던 뉴스제휴평가위원회(제평위)가 출범 7년 만인 지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제평위는 2016년 출범 이래 네이버·카카오의 포털 뉴스 입점 심사·제재를 담당해 왔다. 제평위의 활동 중단은 네이버·카카오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네이버가 지난 6월 새로 도입한 뉴스 댓글 운영 정책 중 일부 내용. [제공 네이버]

서비스 측면에서도 개편이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6월 관련 법을 위반하거나 현저한 불쾌감 유발하는 댓글을 게재하면 이를 중단하는 정책을 강화했다. 욕설·비속어·권리 침해·반복적 작성 등의 댓글도 제한 범위에 포함했다. 이런 댓글을 작성한 사용자는 작성 목록을 볼 수 있는 프로필에 ‘이용 제한 사실’과 ‘정지 기간’ 등을 추가로 표기되도록 했다. 이용 정지를 풀기 위해선 댓글 사용 규칙 등에 대한 퀴즈를 푸는 절차도 신규로 도입됐다.

네이버는 이와 함께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네이버 뉴스 3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3차 검토위)도 지난 6월 발족했다. 3차 검토위는 ▲추천 심층성 강화 ▲추천 다양성 개발 ▲신규 추천 모델 개발 등을 주제로 네이버 뉴스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3차 검토위의 조사 결과는 연내 발표될 예정이다.

뉴스 추천에 대한 알고리즘 투명성도 대외에 적극 알리고 있다. 지난 7월 뉴스 AI 알고리즘 안내 페이지를 개편하고, 이용자가 네이버 뉴스 서비스 운영 방식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네이버가 9월 26일 발표한 뉴스 서비스 개편 중 정정보도 문구 표기 내용. [제공 네이버]

이런 변화를 추진해 온 네이버가 또다시 뉴스 서비스의 개편을 예고했다. 방통위의 사실조사 후 나온 개편안은 ▲정정보도모음 페이지 접근성 강화 ▲팩트 체크 기사 모음 제공 ▲자살 관련 기사에 댓글 제외 ▲팔로우 댓글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편에 따라 모바일 메인 MY뉴스판과 언론사 편집판 등에서도 정정보도모음을 확인할 수 있는 배너가 제공된다. 언론중재위원회 등 관계기관 심의상태나 결과에 대한 안내를 기사 본문 최상단에 노출하는 식으로 변화된다. ‘심의중·요청중’ 등 현재 상태를 제목에서 보다 알기 쉽도록 디자인도 강화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은 물론 규제 기관까지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 대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개선이 필요하겠지만,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내용들에 IT업계 일각에선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위기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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