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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예요] 미술관이 된 ‘호텔·백화점’…박서보·이배 등 거장들 작품 몸값은

수백만원서 수억원대 추정 예술 작품 전시
호텔서 휴식 뿐 아니라 문화생활도 즐긴다
'박서보'부터...파쇄기 넣은 뱅크시 그 작품까지
큰 손 'VIP' 고객 확보...프리미엄 이미지 확보

뱅크시 ‘러브 이즈 인 더 빈’(Love is in the Bin). [사진 파라다이스시티]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최근 유통업계가 ‘아트 마케팅’(art marketing)으로 들썩이고 있다. 경기 침체에도 국내 미술 시장 호황이 이어지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미학적 경험이나 문화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아트슈머’(Artsumer)’가 주요한 소비층으로 떠오르면서다. 백화점들은 유명 작가 전시에 이어 점포에서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고, 호텔들은 휴식뿐만 아니라 문화생활까지 즐기는 ‘아트캉스’(아트+호캉스)족을 잡기 위한 상품들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유명한 예술가나 그들의 작품을 활용해 기업과 브랜드의 이미지를 고급화하는 일종의 감성마케팅 전략을 취해 미술관을 가지 않고도 일상 생활에서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마케팅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박서보, 묘법(描法) No.180118, 2018년, 캔버스에 한지와 혼합 매체, 130×200㎝. [사진 기지재단 및 온라인]

유통업계에서 아트 마케팅에 가장 힘을 쏟는 건 ‘백화점’이다. 대표적으로 현대백화점이 자사 VIP 고객에게만 상품이 노출되는 폐쇄형 온라인몰 RSVP를 선보인 가운데 RSVP에서는 해외 신진 작가 원화 기획전도 진행해 그림 원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 중 장 샤를르 드 카스텔바작 그림이 2000만원, 박서보 작가의 묘법이 5억원의 가격대로 판매 중이다. 또 지난달에는 일본 작가 타쿠반나이 작품 두 점이 각 225만원에 판매된 바 있다. 

국내 호텔가는 국내 기업과 협업해 화제를 낳은 해외 거장들의 작품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프리즈 서울을 기념해 10년 만에 로비 전시 작품을 작가 이배의 회화 작품으로 교체했다. 숯을 이용해 재해석한 수묵화로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는 작가 이배는 신라호텔 로비를 위해 ‘붓질(Brushstroke)’ 시리즈 신작 2점을 선보였다.

기존에 작업하던 화폭보다 더 큰 300호(가로 3m, 세로 2m) 규모로 이배 작가 특유의 붓질과 다양하고 복잡한 배열의 획을 섬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내년 초까지 호텔 로비에 전시될 예정이다. 앞서 붓질 100호는 지난해 5월 서울옥션에서 치열한 경쟁 끝에 최고 추정가를 93.75% 상회한 1억5500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이러한 거래 기록을 보면 현재 미술시장에서 ‘붓질’ 시리지 신작 제품의 가격은 1~2억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라호텔은 프리즈 서울을 기념해 10년 만에 로비 전시 작품을 작가 이배의 회화 작품으로 교체했다. [사진 신라호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에서는 오는 11월 5일까지 세계 3대 경매사인 소더비와 협업한 전시 ‘러브 인 파라다이스 뱅크시 앤 키스 해링’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선 뱅크시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 중인 ‘풍선 없는 소녀’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2018년 소더비 경매장에서 18억원에 낙찰된 후 현장에서 파쇄돼 화제를 모았다. 뱅크시가 액자 내부에 숨겨둔 파쇄기를 직접 작동해 작품을 훼손한 것으로, 2021년 현재의 작품명으로 경매에 재등장해 302억원에 거래된 바 있다.

아트캉스 패키지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예술 전시 ‘빛의 시어터’ 두 번째 전시 ‘달리, 끝없는 수수께끼’전을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 해당 전시 관람과 여유로운 호캉스를 함께 즐기길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선보인 ‘빛의 시어터 패키지 Ⅰ’은 그랜드 딜럭스룸 숙박과 테이크아웃 피자, 더뷔페 조식이 포함돼 있다. 가격은 27만8000원부터다. ‘빛의 시어터 패키지 Ⅱ’ 선택 시 클럽 스위트룸 숙박과 클럽 라운지의 조식, 해피아워 혜택을 이용할 수 있다. 가격은 41만원부터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는 예술 전시 ‘빛의 시어터’ 두 번째 전시 ‘달리, 끝없는 수수께끼’전을 12월 31일까지 진행한다. [사진 워커힐]

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은 최근 미술계에서 떠오르는 인기 아티스트 ‘오스틴 리’의 국내 첫 개인전 관람 티켓과 결합한 아트캉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시그니엘 서울의 오스틴 리 전시회 패키지는 롯데호텔앤리조트 리워즈 회원 전용 상픔으로 객실 1박과 패싱 타임 전시회 티켓 2매로 구성됐으며 가격대는 43만원부터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아트에 집중하는 것은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상당수가 주요 VIP 고객과 겹치기 때문이다. 미술계의 큰 손 고객들을 공략하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술에 관심 많은 구매력 있는 소비자는 호텔과 백화점이 겨냥하는 고객층과 일치한다”며 “문화생활을 즐기러 온 ‘큰손’을 당장 고객으로 맞이할 수 있는 데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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