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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도 흔들림 없다”…인재‧기술 위한 투자 지속

[이재용 회장 취임 1년] ①
올해 첫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
실적 개선 속도 빨라질 듯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위기에도 흔들림은 없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 회장 취임 1년을 맞는 가운데, 최근 1년간 삼성전자에 대한 재계 안팎의 평가는 대체로 이랬다. 올해 들어 반도체 사업에서 분기마다 수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보는 등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인재와 미래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한 것으로 이해된다. 삼성전자가 3분기에 올해 첫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에 복귀하는 등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사업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동시에 이른바 ‘사법 리스크’ 탓에 멈춰버린 미래 사업 발굴도 꾀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중단된 대규모 인수합병을 재개해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내에만 360조원 투자 

삼성은 올해 3월에 2042년까지 국내에 300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경기 용인 남사읍에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사업 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아닌, 대규모 신규 투자로 국내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단일 단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삼성의 투자로 예상되는 경제 효과는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 700조원, 고용 유발 효과 160만명 등으로 추산된다. 이재용 회장 취임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대규모 국내 투자를 선언해 큰 주목을 받았다. 재계에선 “반도체 사업 불황과 경쟁 심화에도 대규모 국내 투자를 결정,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란 말이 나왔다. 

삼성은 또한 전국에 있는 사업장을 중심으로 향후 10년간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지역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 충청권에 ▲반도체 패키지 특화 단지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차세대 배터리 마더 팩토리 등을 조성하고 경상권에는 ▲차세대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생산 거점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 거점을 육성할 방침이다. 호남권에는 스마트 가전제품 등의 생산량을 늘린다. 지역 상생 프로그램에 10년간 3조6000억원도 투입한다. 

‘기술 또 기술’

이재용 회장은 취임 1년간 삼성의 미래를 이끌 인재와 기술 확보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아버지인 고(故) 이건희 선대 회장 2주기인 지난해 10월 25일 열린 사장단 간담회에서 인재와 기술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재용 회장은 당시 사장단 간담회에서 밝힌 소회와 각오를 회장 취임 직후 사내 게시판에 올리는 것으로 취임사를 대신했다. 이 회장은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는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 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며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했다. 할아버지인 고 이병철 삼성 창업자에서 아버지인 고 이건희 선대 회장으로 이어진 인재와 기술의 삼성을 계승‧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지난 8월 삼성전자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직속의 미래기술사무국이 신설된 것에도 인재와 기술을 중시하는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또한 삼성리서치 직속의 이머징 테크팀을 비롯해 주요 사업부 직속으로 이머징 테크그룹을 각각 신설해 미래 기술 확보에 나선다.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경우 프로젝터와 로봇을 결합한 무버블(Movable) 프로젝트 사업화와 관련한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 생활가전 사업부는 가전제품 인공지능(AI)화를 위한 AI전략P를 꾸렸고, 삼성리서치 차세대가전연구팀 산하에는 스마트홈AI 랩 조직이 생겼다. 재계에선 “12월 삼성 사장단 인사 이후 신설된 각 조직의 인력 규모도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불황 돌파구는

삼성전자가 올해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닥뜨린 가운데, 3분기를 기점으로 실적 개선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연결기준으로 1조5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가, 3분기에 올해 첫 조 단위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67조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2.74%, 77.88% 감소한 것인데, 올해 상반기 실적과 비교하면 양호한 성적이란 진단이 지배적이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2분기보다 11.65% 늘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258.21% 급증했다. 

재계 안팎에선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반도체 적자 규모를 줄이고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성장 등을 통해 실적 개선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다만 “이재용 회장에 대한 사법 리스크 등이 해소되지 않아, 대규모 인수합병 등 과감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란 우려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삼성의 성장 역사를 고려하면 만족할 성적표는 아니다”며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등을 통해 책임 경영을 실현하고, 이전보다 과감한 방향 설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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