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도 우려했는데…STX, 니켈 구매 위한 유증 ‘악수’ 되나 [이코노 리포트]
니켈 가격 1만8000달러…연초 대비 40% 급락
LFP 부상에 전기차 수요 급감…상승 요인 전무
지분가치 희석 우려까지 겹쳐 주가도 흔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STX(011810)가 니켈 구매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니켈 가격 급락 전망이 나오고 있어 STX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STX의 주가가 유상증자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우려로 크게 하락한 만큼 향후 지분가치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TX는 지난 서울 중구 STX 사옥에서 이사회를 열고 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STX는 이번 증자로 확보할 자금 중 400억원을 채무(무역금융자금)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200억원은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구매자금, 100억원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니켈 구매자금, 99억원은 발전용 목재칩(우드펠릿) 구매자금으로 사용한다. 즉 유상증자로 수혈한 자금 중 40%에 가까운 돈을 니켈 구매에 사용하는 셈이다.
STX는 지난 8월 니켈 매장량 세계 1위인 인도네시아에 법인 설립을 완료했고 최근에 관련 인허가를 신청했다. 라이선스 발급이 예상되는 2024년 1월 이후부터 현지에서 니켈 판매 및 운송사업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차전지 공급과잉 전망이 나옴에 따라 니켈과 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니켈 가격은 전날 런던금속거래소 종가 기준 t당 1만828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초 3만958달러 대비 40.9% 급락한 수치다. 지난해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하락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지난 5월 니켈 가격이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공급과잉으로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골드만삭스가 당시 제시한 12개월 가격 목표치가 t당 1만6000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특히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리튬인산철(LFP)배터리가 급부상하며 니켈 수요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LFP 배터리는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원재료 수급이 수월하고 안정성이 높아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NCM을 선호했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 역시 LFP 채택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니켈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판매가 신통치 않은 점도 악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 7개국의 올해 7월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16만3076대로 전월 대비 26.3% 급감했다. 전년 대비 판매 증가율이 50%를 웃돌았던 국내 역시 올해 상반기 10%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STX의 주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유상증자 결정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니켈 공급과잉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도 투자심리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STX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1만930원으로 지난 19일 대비 18.9% 급락했다.
한편 STX의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규 발행주식은 보통주 736만주이며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12월 6일 공시된다. 신주는 기존주주와 실권주 일반공모 청약을 거쳐 내년 1월 5일 상장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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