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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빨간 너, 담배 못끊는 나’ 모두 유전적 특성…“DTC 검사 네거티브 규제 필요”

[생로병사 마지막 퍼즐 Y염색체] ⑤ 최대출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 인터뷰
판매 사전 심의 등 규제·제도 완화 필요해
“DTC 유전자 검사 이해도 높이기는 숙제”

최대출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엔젠바이오 대표) [사진 엔젠바이오]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가치’다. 제도와 규제를 적용할 때도 소비자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 직접 신청(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그러려면 서비스를 먼저 규제하기보다, 서비스의 긍정적인 면을 먼저 보고 부정적인 면은 나중에 제지해야 한다.” (최대출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

DTC 유전자 검사는 개인이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검사 도구를 받아 타액 등을 채취한 뒤 유전자 검사 결과를 받는 서비스다. 암과 같은 질환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받으려면 병원에 가야 하지만, DTC 유전자 검사는 집에서도 간편하게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알 수 있다.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도 흥미롭다. 술을 마셨을 때 얼굴이 붉어지는지(알코올 홍조), 담배를 끊기 쉬운지(니코틴 의존성)를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살펴볼 수 있는 우리 몸의 반응이 자신의 유전적 특성과 연관돼 있는지 등이다.

국내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다수다. 이들 기업과 협력해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하려는 대기업도 많다.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수많은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지만, 정부가 나서 인증제를 도입한 뒤 서비스의 신뢰도도 높아졌다.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DTC 유전자 검사항목도 정해져 있어 과장되거나 왜곡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쫓겨나는 분위기다.

정부, DTC 유전자 검사 허가 항목 100여 개 수준

그런데도 산업계에서는 DTC 유전자 검사를 향한 제도와 규제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이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통해 경영을 지속하는 데 이 제도가 발목을 잡아서다. 이들 기업에 따르면 침이나 땀, 피 등 체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은 4000여 개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가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제공해도 된다고 허가한 항목은 130여 개를 정도다.

지난 2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만난 최대출 유전체기업협의회 회장(엔젠바이오 대표)은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에 대한 제도는 ‘네거티브 규제’(우선 허용 후 규제)로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최근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판매 사전 심의 절차 간소화와 미성년자 대상 검사 허가, 검사 정보의 2차 활용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뜻이다.

최 회장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이를 엄격하게 운영하는 점은 문제”라고 했다. “DTC 유전자 검사에 대한 제도와 규제를 따라야 하나, 기업들은 현재 제품의 판매 방식까지 하나하나 사전 심의를 받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한 허가를 받을 때도 절차가 많아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시범사업을 통해 이런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길 바란다”고 했다.

최 회장은 사용자가 예방의학 측면에서 건강 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분야는 DTC 유전자 검사항목에 포함해야 한다고도 했다. 비만과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이 대표적이다. 알레르기나 특정 약물에 대한 반응을 비롯해 사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좋을 정보에 대한 항목도 추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생활 습관을 바꿔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면 DTC 유전자 검사가 건강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특정 약물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유전자 정보를 전달한다면 (DTC 유전자 검사가) 해당 반응에 대한 위험을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쓰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DTC 유전자 검사를 통해 얻은 정보를 다른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제도는 곧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정 기업의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로 영양소 정보를 얻었다면, 이를 토대로 부족한 영양소는 채우고, 많은 영양소는 제외한 영양제를 추천받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공청회를 열고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유전자 검사 결과를 2차 서비스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앱 통해 유전자 정보 확인…서비스 전달이 핵심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가 제도와 규제의 장벽을 넘을 방안은 무엇일까. 최 회장은 사용자들이 DTC 유전자 검사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이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잘 전달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 회장이 대표로 있는 엔젠바이오가 최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형태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의 핵심은 접근성과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라며 “검사항목을 늘리거나 활용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규제와 제도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정보는 사용자가 제대로 이해해야 가치가 올라가며, 이는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올해 출시한 헬스케어 앱 ‘나에’를 통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한 것도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력에 있어서는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과 비교해도 우수하다”며 “DTC 유전
자 검사 기업이 제도와 규제 안에서 사업을 꾸려갈 환경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엔젠바이오는 앱에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기업 제휴를 늘려 사용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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