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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금지’에 증시 급등했지만…금융당국 ‘과제’는 더 늘었다 [허지은의 주스통]

내년 6월말까지 공매도 한시적 전면금지
8개월간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아야
정부·금융당국 엇박자 우려…일관성부족
MSCI선진국지수 편입도 사실상 멀어져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금융위원회는 2023년 11월 6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의결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허지은 기자]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내년 6월까지 전면 금지됩니다.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금지 요구가 거셌던 만큼, 공매도 전면금지 첫날인 오늘(6일) 증시는 일제히 급등했습니다. 외국인 순매수세가 유입되며 코스피는 4%, 코스닥은 7% 넘게 급등했고 2차전지 관련주도 일제히 상한가로 장을 마쳤습니다. 

공매도 금지에 시장이 화답한 분위기로 보이지만, 정작 당국의 과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번 공매도 금지의 명분으로 내세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선 내년 7월까지는 투자자들이 납득할만한 제대로 된 제도 개선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금융당국이 총선을 앞둔 여권의 압박에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융위원회는 전날 임시 금융위를 열고 현행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 외 공매도 금지에서 2023년 11월 6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금지를 의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시장 조성자 등 유동성 공급자를 제외한 모든 투자자는 전 종목에서 공매도 전략을 쓸 수 없게 됐습니다.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는 이번이 역대 네 번째입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한시적 공매도 전면금지가 내려졌습니다. 이후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 대형주 공매도가 허용됐지만, 중소형주에 대해서는 공매도 금지가 적용돼 왔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임시 금융위 직후 브리핑에서 “그동안의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기관 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며 금지 조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글로벌 IB(투자은행) 2곳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 사례를 적발하면서 이에 대한 개인 투자자 반발이 거센 데 따른 조처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정의정(가운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가 26일 오전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 앞에서 증시안정대책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그러나 일각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당 압박에 굴복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최근 경제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1400만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입니다. 특히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국민의힘 간사 송언석 의원이 같은 당 원내대변인인 장동혁 의원에게 '김포 다음 공매도로 포커싱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논란은 증폭됐습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위해선 공매도 전면 허용의 필요성을 주장해왔습니다. 공매도는 ‘가격발견’이라는 순기능이 더 크고, 선진국 증시에서 대부분 허용하고 있기에 대외 신인도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취지였습니다. 국내 증시에서도 궁극적으로 전면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에 돌연 입장을 선회한 셈입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매도 전면 금지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가 해외 기관의 반발이나 해외 지수 편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공을 들여 온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이번 공매도 금지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MSCI는 올해 6월 한국을 선진시장(DM)이 아닌 신흥시장(EM)으로 분류하면서 외환시장 접근성 등 6개 항목에 낙제점을 줬습니다. 

실제 해외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서치기업 스마트카르마의 브라이언 프레이타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국 지수로 이동할 가능성을 더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공매도 금지가 과도한 가치 산정에 제동장치 역할을 하지 못해 개인투자자가 선호하는 일부 종목에 거품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부담은 커졌습니다. 그동안 이복현 금융위원장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동남아와 유럽 등 해외 국가 IR을 적극 추진하며 국내 증시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정책을 내놨지만, 이번 조치로 인해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외국인 자금의 유출로 인해 국내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우려도 나옵니다. 

공매도 전면 허용, 전면 금지를 떠나서 제도 개선 자체는 국내 증시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금융위는 공매도 전산화 시스템 마련 등을 추진했지만, 시스템 구현이 쉽지 않아 이를 미뤄왔는데요. 앞으로 남은 8개월의 기간동안 기관·외국인과 개인 사이 차별이 있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근본적으로 해소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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