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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갚는데’ 유상증자하는 기업들…주가 하락에 개미 부담만

[빚내서 빚 갚는다]②
채무상환 유상증자 총액 1조6719억원 기록
CJ CGV‧SK이노‧한화오션,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
유상증자 철회하기도…“자금 조달 어려움 커진다”

채무상환용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기업들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홍다원 기자] 고금리에 회사채 발행마저 어려운 기업들이 유상증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빚을 상환하기 위한 상장사들의 유상증자가 대폭 늘었다.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며 주가가 하락하자 기업 부담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철회하는 기업도 등장하는 등 자금 조달 어려움은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기업들의 채무상환용 유상증자 총액은 약 1조671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9254억원)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빚 상환을 위해 유상증자를 추진한 기업이 늘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신규로 주식을 발행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 시장에 악재로 인식된다. 발행주식수가 늘어나는 만큼 주식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한 유상증자라면 향후 사업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연구개발(R&D)이나 시설투자 등의 자금마련 목적과 달리 악재로 해석된다. 

‘빚 갚기’ 유상증자 규모가 크게 증가한 건 고금리가 이어지면서다. 미국 국채 10년물이 5%를 돌파한데다 고금리 전망에 기업들이 대출을 상환해 이자 부담을 덜고자 유상증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빚을 갚기 위해 진행된 유상증자 금액의 83%(1조3912억원)가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기존 주주들이나 새로운 주주들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에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두 배 늘어난 ‘빚 갚기용’ 유상증자


실제 최근 조 단위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들은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다. 특히 SK이노베이션과 CJ CGV는 유상증자를 결정한 직후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23일 1조1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당시 유상증자 조달 금액 중 30%가량인 3500억원을 채무 상환에 쓰겠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CJ CGV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5700억원, 제3자 유상증자에 단독 참여하는 CJ로부터 감정 가치 4444억원인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 받기로 했다. 그러나 고평가 논란까지 불거졌다. 법원이 CJ올리브네트웍스 기업가치를 4444억원으로 평가해달라는 감정평가서를 기각하면서다. 법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식 가치를 과대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유상증자 소식이 나오자마자 주가는 하락했다. 지난 6월 20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CJ CGV 주가는 하루 만에 21% 넘게 폭락하면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당시 주가는 2008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한화오션도 마찬가지다. 한화오션은 올해 두 번이나 조 단위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올해 상반기 한화그룹의 계열사는 한화오션의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2조원의 자금을 수혈한 바 있다. 3개월이 지난 후 한화오션은 또 2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나섰다. 

한화오션은 신주 8948만5500주를 2만2350원에 신규 발행하기로 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이 기존 상장 주식의 무려 41%에 해당된다. 기존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크게 희석될 것이란 점이 우려를 더욱 키웠다. 

다만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가 빠지면서 한화오션이 당초 목표했던 금액도 줄어들었다. 2만2350원이었던 예상 발행 가격은 두 차례나 낮아졌다. 한화오션은 8948만5500주에 대한 신주 발행가액을 1차 신주 발행가액인 2만1850원보다 5120원 줄어든 1만6730원으로 확정했다. 

따라서 한화오션은 유상증자를 통해 총 1조497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당초 계획했던 1조9552억원보다 4581억원 감소한 규모다. 한화오션은 조달한 자금 중 5700억원은 친환경 연료기술 등 시설 투자, 2071억원은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다. 72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잇단 유상증자 발표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증권가에서도 보수적인 접근을 조언하기도 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한화오션에 대한 리포트를 낸 증권사 9곳 중 6곳은 투자의견을 하향하거나 목표 주가를 내려잡았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해도 투자금 회수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서 “유상증자라고 무조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금리 상황에 투자보다는 채무상환용 목적으로 이뤄지면서 타격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후의 수단인 유상증자마저도 철회

기업들이 겪고 있는 자금 조달 어려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나 전환사채(CB) 발행도 어려운 상황에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상장사들의 돈줄이 말라가는 가운데, 유상증자마저도 철회하는 기업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고금리에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기업들이 많다. 

특히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코스닥 기업 위주로 유상증자 철회가 이뤄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악화는 물론 이자 부담이 심해지면서 투자자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서만 버킷스튜디오, 골든센츄리, 셀피글로벌, 다이나믹디자인, 디엔에이링크, 오르비텍, 쿠콘, CG인바이츠, 바이온 등 기업들이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했다. 

바이온은 지난 8월 2일 결정한 7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하기로 했다고 10월 18일 공시했다. 발행예정주식수는 431만3000주, 신주발행가액은 주당 1623원이었다. 유상증자 발행대상자 아이월드제약이 유상증자 납입 포기 확인서를 제출했다. 

이외에도 유상증자 납입을 미루는 기업들도 있다.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했지만 주가가 낮거나 운영 자금 납입 의지가 없어 미루는 것이다. 유상증자 납입이 계속 미뤄지면 기업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커진다. 

유상증자마저도 어려워지면서 자금 조달 여건은 꾸준히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채권시장 연구위원은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기업실적 약화 등으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면서 “크레딧 시장도 유동성 리스크를 반영해 저신용등급 기업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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