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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황 침체에 비용 부담 가중”

[위기의 철강업계] ①
중국산 후판 수입 급증…원자재‧전기요금 상승 압박 

경북 포항 한 철강회사 제품 창고에 쌓여 있는 열연 코일.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창훈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이른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19(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철강업계 발목을 잡아 온 중국발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 가운데, 철강 제품 수요 침체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은 오르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부담마저 겹친 상황이다. 탄소 감축을 위해 친환경 사업 육성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철강 사업 부진에 시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철강업계 안팎에선 “국내외 복합적인 악재로 최악의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라는 진단이 나온다. 일부에선 “국내 철강업계가 철강 시황 악화 등으로 감산을 검토하고 있다”라는 얘기마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 19조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집계했다.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10% 감소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3% 증가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침수로 생산 차질을 겪은 지난해 3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올해 2분기보단 이익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홀딩스 철강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8530억원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1조210억원)보다 16%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3분기 실적에 대해 “철강 부문에서 시황 부진 영향으로 2분기보다 이익이 감소했다”라면서도 “고부가 제품 판매 비율 확대와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철강 사업에서 세계적 경쟁력과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도 3분기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2832억원, 2284억원으로 나타났다.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10%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 줄었다. 동국제강그룹이 올해 인적 분할(분할 전 회사의 주주 구성이 분할 신설 법인에도 유지되는 방식)을 통해 신설한 열연 사업법인 동국제강은 3분기 별도 기준 매출액 1조790억원, 영업이익 1054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인적 분할 전 동국제강 열연 사업 부문의 지난해 3분기 실적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5.9%, 7.7% 줄어든 수치다. 세아제강의 3분기 별도 기준 실적은 매출액 4234억원, 영업이익 409억원으로 집계됐다.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보다 각각 5.3%, 17.6% 감소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 포스코]

공급 과잉에 저가 공세까지…“중국발 악재 터졌다”

철강업계 등에선 “올해 3분기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철강 수요 침체와 함께 중국발 철강 제품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부동산 침체로 철강 제품 수요 둔화가 예상된다”라며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적극적으로 감산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한 중국 정부가 감산 정책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더해 국내 시장에서도 부동산 침체 등으로 철강 제품 수요 감소가 전망되는 상황”이라며 “국내외 철강 시황을 고려했을 때 당분간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우려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3분기 시황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설상가상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철강 제품의 공세도 매서운 분위기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92만 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중국산 후판 수입량(64만 톤)을 넘어서는 규모다. 그나마 양호한 수요를 보이는 후판에서는 중국산 제품 비중이 늘고 있는 셈이다. 현대제철 측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조선사가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해외 저가 후판 사용을 늘리고 있다”라며 “기존 조선향(向) 판매 비율 55%를 45%로 낮출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철강업계에선 “그간 조선업계 불황 당시 대승적 차원에서 후판 가격을 동결해 왔는데, 국내 조선업계가 중국산 후판 비중을 늘려 아쉽다”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에선 “원가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란 얘기가 들린다.

전기요금에 원자재 가격도 ‘껑충’

철강 제품의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중순 톤당 105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북중국(CFR) 현물 기준 철광석 가격은 130달러에 근접한 상황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9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0.6원 인상했는데, 철강업계에선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20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의 탄소 감축 과제로 친환경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야 하는 시기에 철강 사업의 수익은 줄고 비용은 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정책 지원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철강 사업의 수익 악화로 친환경 사업 확대도 지지부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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