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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고금리까지…M&A 한파 지속

[혼돈의 한국 경제] ② 
금리 인상 기조에 지갑 닫은 기업·LP
SK·롯데 등 대형사 M&A도 우려 확대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인수‧합병(M&A)시장 위축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건엄 기자]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다 보니 기업과 출자자들이 잇달아 지갑을 닫은 것이다. 시장에서는 금리가 단기간 내에 정상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만큼 M&A 한파 역시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34회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SRE:Survey of credit Ratings by Edaily)에서 전체 설문(복수응답) 응답자 중 73.9%에 해당되는 130명이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금 조달 부담을 M&A 감소 이유로 꼽았다. 크레딧애널리스트(CA)가 52명, 비CA가 78명이다. 

이어 ▲투자자들의 보수적 투자 검토 및 출자금 감소 55명(31.3%) ▲경기둔화에 따른 기업 영업 전망 악화 51명(19.3%) ▲코로나19 시기 풀린 유동성으로 인한 기업가치 버블 34명(19.3%)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법인 중 M&A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47개사로 전년 동기(51개사) 대비 7.8% 감소했다. 시장별로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이 각각 14개사, 30개사로 같은 기간 대비 17.7%, 2.9% 줄었다. 특히 M&A 과정에서 상장사가 주주에게 지급한 주식매수청구대금은 1987억원에서 101억원으로 94.9% 급감했다.

SRE 자문위원은 “M&A가 감소세를 보이는 이유는 프라이빗에쿼티(PE)와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의 이자 비용 확대 영향이 크다”며 “내부수익률(IRR)이 확실하지 않으면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인수 자금 부담 확대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M&A 및 투자에 대한 우려가 확대된 가장 큰 요인으로 금리 인상을 꼽았다. SRE 설문에서 ‘(기업의 M&A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바뀐 이유가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과반 이상인 93명(52.8%)이 금리 인상으로 인한 인수 자금 부담을 선택했다. 담당 업무별로는 비CA가 60명으로 CA(33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실제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여전히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한은 역시 현재의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업황 변동으로 인한 사업 역량 악화 54명(30.7%)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기업 영업 악화 21명(11.9%) ▲기타 8명(4.5%) 순으로 나타났다. 

SRE 자문위원은 “기대와 우려가 바뀐 대표 사례로 SK가 있다”며 “업황변동과 금리인상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다 보니 지난해 성사된 M&A에 대해서도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SK와 롯데 등 차입금 부담이 큰 대형 그룹사들이 진행한 일부 M&A가 상승효과보다는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설문 응답자 176명 중 56명(31.8%)이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現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지분 인수를 가장 우려가 큰 M&A 및 투자로 꼽았다. 세부적으로 크레딧 애널리스트(CA)가 31명, 채권매니저를 포함한 비CA가 25명이다. 

M&A에 필요한 자금 조달 과정에서 롯데케미칼의 차입금 부담이 확대됐고, 롯데그룹 전반의 유동성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대금 2조7000억원 중 절반 이상인 1조7000억원을 금융권 차입으로 조달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8조7252억원이다.

SRE 자문위원은 “롯데의 경우 코로나 기간 동안 수익성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라며 “롯데그룹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태”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 본사 전경. [사진 연합뉴스]


총 41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SK그룹의 반도체와 바이오, 그린에너지, 배터리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전체 응답자 중 무려 45명(25.6%)이 우려를 표해 롯데케미칼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SK그룹의 경우 CA(19명)보다 비CA(26명)가 좀 더 많은 우려를 표했다.

SK그룹 역시 과도한 차입금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사업의 현금창출력이 업황 악화로 크게 저하된 상황에서 자금 조달을 위해 무리하게 레버리지(Leverage) 일으켜 불확실성을 키운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그룹의 총 차입금 규모는 119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 차입금 규모가 44조원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5년 새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도 30조원에서 83조원으로 2.7배 늘었다. 

SRE 자문위원은 “SK가 M&A를 진행하면서 프라이빗에쿼티(PE), 재무적투자자(FI)와 적극적으로 협업해 왔던 만큼 숨겨진 레버리지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이라며 “이 부분은 공개가 안되다보니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려되는 M&A 및 투자로 ▲KG그룹의 쌍용자동차(現 KG모빌리티) 인수 29명(16.5%)▲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지분 인수 24명(13.6%) ▲롯데그룹, 베트남 에코스마트시티 투자 11명(6.3%) ▲SK에코플랜트, 테스 지분 인수 8명(4.5%) ▲두산그룹, 테스나 지분 인수 2명(1.1%) ▲삼성전자,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투자 1명(0.6%)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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