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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개선됐다지만…‘안정’이냐 ‘세대교체’냐 [신동빈의 ‘선택’] ②

롯데쇼핑 3분기 실적 ‘선방’…마트·슈퍼 사업 수익성 개선
유통업 위기감·재계순위 하락…문책성 인사 가능성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오픈식 참석 후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 이혜리 기자]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롯데그룹이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신세계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이 임원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단행하면서 남은 롯데의 인사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의 핵심 사업인 유통 계열사의 올해 3분기 성적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영업이익률 하락 폭은 경쟁 3사 중 가장 컸으며, 면세점, 홈쇼핑 등이 모두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면서 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 여기에 롯데의 올해 재계 순위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13년 만에 5위에서 6위로 밀려났다.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도 내려가며 경영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세대 교체’와 ‘안정’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조직의 안정을 꾀하면서도 그간의 성과에 입각한 인사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 인사 전망…실적부진 책임론 ‘솔솔’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의 올해 3분기 매출은 3조7391억원, 영업이익은 142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8%, 영업이익은 5.3%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92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4% 증가한 3060억원을 기록, 유통업계의 실적 부진 속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금리와 고물가 추세가 장기화하며 가계 소비 심리가 둔화했고, 백화점 실적도 악화됐다. 롯데백화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줄어드는 데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740억원으로 같은 기간 31.8% 감소했다

롯데온과 롯데홈쇼핑, 롯데면세점은 3분기에 각각 230억원, 80억원, 9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나마 마트와 슈퍼가 상품 통합 조달로 영업이익이 각각 57.3%, 146.6% 늘어났다. 백화점 및 유통 계열사의 부진을 마트마트·슈퍼마켓 등 식품 유통사업으로 어느 정도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경쟁사인 신세계 3분기 매출은 1조4975억원, 영업이익 1318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23.4%, 13.9% 감소했다. 현대백화점은 매출 1조42억원, 영업이익 740억원으로 같은 기간 각각 26.8%, 19.8% 하락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전경. [사진 롯데쇼핑]

앞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실적 부진에 따라 주요 계열사 수장을 교체하는 등 과감하게 조직 전열을 가다듬었다. 신동빈 회장도 이런 흐름을 무시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롯데쇼핑의 실적 성적표 또한 좋지 않아 이에 따른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으며, 업계에선 롯데쇼핑에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롯데그룹은 정기 인사에 앞서 지난 9월 최근 5년간 적자를 이어가는 패션계열사 롯데GFR에 ‘핀셋’ 인사를 단행, 기존 이재옥 대표에서 신민욱 신임 대표로 교체했다. 

신동빈 회장은 하반기 사장단회의(VCM)에서 혁신과 공정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회사의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해 조직문화 혁신과 공정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력만 보고 입단 1~2년 차의 신인 선수를 중용해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롯데자이언츠 사례를 들며 “필요한 인재를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로 발탁해 사업을 잘 진행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리에게 미래를 준비하고 재도약을 위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저와 함께 변화의 중심에 서달라”고 당부했다.

‘안정’ 무게 싣고 인사 폭 최소화 예측도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유럽 출장에 따라 신 회장이 대표로 등재된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 일정을 연기했다. 이사회 일정이 미뤄지면서 롯데그룹의 인사도 내달 초께 확정돼서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매년 정기인사 발표 때마다 이사회를 열어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등을 확정해서 발표해 왔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롯데건설과 롯데면세점 등 주요 계열사 10곳의 대표를 교체했다. 지난해 쇄신에 무게를 둔 인사를 단행했고, 실적 개선도 어느 정도 이뤘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올해에는 큰 폭의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아울러 이번 인사를 통해 지난 2년간 운영한 헤드쿼터(HQ)제의 중간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군별로 운영되고 있는 HQ체제는 2021년 말 정기 임원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진행하며 도입한 제도다.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유통과 화학·식품·호텔 등 주요 사업군으로 묶고 이 사업군들에 인사와 재무·기획·전략 등의 기능을 한 데 모아 HQ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HQ 체제는 기존 BU(Business Unit) 체제보다 적극적으로 각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로 ‘작은 전략실’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인사·재무·기획·전략 등의 주요 기능이 각 계열사에 남아 있어 사업군 소속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혔다. 또 올해 7월 이완신 전 호텔군 총괄대표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기존 호텔HQ에 있던 80명가량의 인력 중 재무와 ESG 담당 20명 정도만 남았다. HQ체제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무용론이 커지면서 해체설도 나오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이 어떤 변화를 줄지 관심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대외 환경은 급변하고 있어 대대적인 변화는 어려울 수도 있다”며 “지난해 쇄신 인사를 펼쳤기 때문에 올해는 안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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