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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모집 정원 확대, 입시 현장에 일으킬 파장은 [임성호의 입시지계]

2024학년도 수능 응시 이과 학생 수 23만명…의대 응시생 4%
의대 모집 정원 4000명 늘어나면…3등급 학생들도 의대 지원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사진 연합뉴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 2024학년도 수시 원서 접수자의 수를 봤을 때, 전국 39개 의과대학(의대)에 지원하는 학생은 95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정시에 지원하는 재수생, 반수생의 수를 합하면 이 숫자는 1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금년도 수능에 응시한 학생 중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 쉽게 말해 순수한 이과 학생의 수는 23만2966명이다. 의대에 응시하는 학생 수를 이와 비교한다면 4%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4%는 현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구조에서 1등급에 해당한다. 11% 내 학생들은 2등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의대에 실제 원서를 제출하는 학생은 1등급대 학생일 것이다. 전국 39개 의대에서 3018명을 선발하기 때문에, 4% 내 1등급 학생 중에서도 상위 1.5% 내외 수준의 학생이 의대에 합격하게 된다.

의대 지원자 수, 모집 정원 늘어나며 자연스레 증가 

전국 40개 대학은 매년 의료계 인재로 성장할 3058명을 선발하고 있다. 39개 의대에서 3018명을, 차의과학대 전문대학원에서 40명을 모집한다. 2015학년도부터 의대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학부 선발로 전환됐다. 2022학년도에는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은 물론 전국의 39개 의대가 모두 학부 선발을 시행했다. 차의과학대만 전문대학원 체제를 이어가고 있으며, 모집 정원은 40명이다.

의대 지원자의 수는 모집 정원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증가했다. 특히 의학전문대학원 체제가 학부 선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의대 모집 정원은 매년 늘었다.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수는 물론, 경쟁률도 꾸준히 늘어 현재 30대1 수준의 평균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다.

의대 모집 정원이 지금보다 1000명 늘어나면 이과 학생 대비 지원자 수의 규모가 현재 4.1%에서 5.4%대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집 정원이 10여 년 동안 늘어난 추세를 근거로 예상한 결과다.

이는 모집 정원의 증가 폭이 커질수록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모집 정원이 2000명 늘어나면 6.8%대로, 3000명 늘어나면 8.2%대로, 4000명 늘어나면 9.5%대로 확대되는 식이다. 만약 의대 모집 정원이 4000명 증원되면, 지원자 수는 2만20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의대 모집 정원이 4000명 늘어나면 사실상 3등급대 학생들도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현재 이과 학생 중 상위 4%에 속하는 학생들이 의대에 지원하고 있는데, 모집 인원이 늘어나면 이 비율이 9.5%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11%까지 수능 2등급인 점을 고려한 수치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반길 수밖에 없다. 수능 3등급대 학생들은 현재 의대에 지원하기 어려워서다. 2024학년도 기준으로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의 자연계열 모집 인원은 5443명이다. 의학계열을 제외한 수치다.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나면 이 학생들은 마음먹기에 따라 의대로 진학 결정을 할 수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자연계열의 합격 점수를 봤을 때, 28% 정도의 학생들은 의대에 합격할 수 있어도 자연계열에 진학하고 있다.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나면 이들 대학뿐 아니라 다른 대학의 일반 학과 합격선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전국 39개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2023학년도 수능 최저 점수는 국어와 수학, 탐구 3과목의 백분위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95.3점이다. 이들 3개 영역에서 각각 상위 4.7%에 진입하면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의대 모집 정원이 현재보다 1000명 늘어나면 합격 점수도 95.3점에서 94.5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대 모집 정원이 3000명 늘어나면 이 점수는 93.5점으로, 4000명 늘어나면 93.0점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위 4.7% 내 학생들이 의대에 합격하고 있지만, 합격 점수가 낮아지면 상위 7%대 학생도 의대에 합격할 수 있는 상황이다.

수능에서 11%까지가 2등급인 점을 고려하면, 이 구간의 학생들도 의대에 지원, 합격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수능 3등급대 학생이 주어진 상황을 잘 활용해 2등급에 진입하면 의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뜻으로, 실제 대학 입시 상황도 지금과 180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의대 모집 정원 확대는 의사의 수 부족이라는 문제와 의료계라는 전문적인 분야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섣부르게 의견을 개진하기 어렵다. 하지만 의대 모집 정원이 확대될 때 대학 입시에도 큰 변화가 발생할 것이라면 이공계 분야를 살릴 수 있는 특단의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의대 모집 정원 확대에 모든 이목이 쏠려있지만, 현재는 이공계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구체적이고 정교한 정책이 절실한 시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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