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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기술 현실로…‘유전자 가위’ 치료법 FDA 첫 승인

흑인 유전 ‘겸상 적혈구병’ 중증 환자에 도입 승인
비정상적 헤모글로빈 축적으로 적혈구 낫 모형 변이
유전자 교정해 태아 시절로…30억원 육박 치료비 ‘숙제’

‘유전자 가위’ 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CRISPR-Cas9) 활용 치료법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8일(현지시간) 획득했다. FDA 승인을 받은 유전자 교정 치료법은 버텍스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제출한 ‘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엑사셀)이다.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유전자 가위’ 기술로 불리는 크리스퍼(CRISPR-Cas9) 활용 치료법이 미국 식품의약청(FDA)의 승인을 8일(현지시간) 획득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한 질병 치료법이 미국에서 승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FDA 승인을 받은 유전자 교정 치료법은 생명공학회사인 버텍스와 크리스퍼 테라퓨틱스가 제출한 ‘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엑사셀)이다. 양사는 앞서 크리스퍼 기반 해당 치료법을 ‘카스제비’(Casgevy)란 이름으로 영국에서 승인받은 바 있다. 유전자 교정의 세계 첫 승인 사례다. 바레인에 이어 미국에서도 승인이 나와 ‘유전자 가위’ 기술 확산이 가속화될 수 있단 기대도 관측된다.

FDA는 구체적으로 양사가 공동 개발한 유전자 교정 치료법을 12세 이상의 중증 겸상 적혈구병 환자에게 도입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적혈구가 낫 모양으로 변화하는 질병이다. 육체적 통증은 물론 뇌출혈과 신장·심장 등 기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흑인 유전병 중 하나다. 헤모글로빈 유전자 변이가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전자 염기 하나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비정상적 헤모글로빈이 만들어져 발생한다. 비정상적 헤모글로빈이 적혈구에 축적돼 모양이 변화하면서 혈류를 방해, 통증·뇌졸중·장기 부전 등을 유발한다. 미국 내 환자만 10만명이고 이 가운데 약 20%는 중증이다. 전국적으로 흑인 아기 365명 중 1명이 이 질환을 지닌 채 태어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주기적으로 환자에게 수혈하는 것 외에 지금까지 더 좋은 치료법은 없었다.

엑사셀(카스제비)은 환자의 헤모글로빈이 태아 시절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치료 방법이다. 환자에게서 채취한 줄기세포에서 관련 유전자를 제거, 태아에서만 만들어지는 헤모글로빈을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비정상 헤모글로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낮추는 식이다. 환자의 조혈모세포를 잘라내 적혈구에서 태아 헤모글로빈이 생성되도록 유도하는 게 핵심이다.

FDA는 이날 유전자 가위 기반의 치료법 외에 일반적인 유전자 치료법을 활용한 블루버드 바이오의 ‘리프제니아’(Lyfgenia) 치료법도 승인했다. 리프제니아는 환자에게 변형된 유전자 사본을 주입해 기형 세포 발생을 억제하는 특정 헤모글로빈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의 치료법이다. FDA는 리프제니아에 앞서 겸상 적혈구를 치료하는 일반적인 유전자 치료법 1개를 승인한 바 있다.

이번에 승인을 받은 엑사셀은 기존 수혈·약물·골수이식 등의 비해 단 한 번의 적용만으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다만 이번에 승인된 유전자 가위 치료는 220만 달러(약 29억원), 일반 유전자 치료에는 310만 달러(약 41억원)가 비용으로 발생할 전망이다. 고가인 데다 유전자 가위 기술로 겸상 적혈구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도 현재 9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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