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다 뜯어 고친다“…정용진 승부수 통할까
[절치부심 신세계 빅픽처는]①
실적 악화에 분위기 쇄신, 대표이사 40% 물갈이
스타필드 확장·이마트 신규 출점 통해 오프라인 강화
[이코노미스트 이혜리 기자] “지금과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혁신해야 한다. 조직, 시스템, 업무 방식까지 다 바꿔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28일 경영전략실 조직 개편 후 진행된 첫 전략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경영전략실에 이같이 주문했다. 그룹의 핵심 축인 마트와 백화점이 흔들리면서 유통 강자 신세계그룹에 위기감이 돌면서다.
또한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 레스 클릭’(ONE LESS CLICK, 한 클릭의 격차)를 제시했다.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신년사에서 ‘고객 중심’을 화두로 내세웠지만, 올해 내수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위기 의식이 담긴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최근 유통업계 전반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쇼핑할 때 생긴 ‘단 한 클릭의 격차’가 고객의 마음을 흔들고 소비의 패턴을 바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유통그룹 중 가장 먼저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 대표이사의 40%를 물갈이한 데 이어 8년 만에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도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유통 업황 악화와 경쟁 심화로 어느 때보다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 강력한 쇄신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직접 나서 과거를 질책하며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의 ‘절치부심’, 즉 정 부회장의 ‘승부수’가 통할지 주목된다.
고강도 체질 개선…정기 임원인사·전략실 개편
신세계의 고강도 체질 개선 신호탄은 조기 임원 인사였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인사 시기가 당겨졌다.
인사 내용도 ‘파격’이었다.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대표이사의 약 40%를 물갈이했다. 주요 계열사인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도 모두 바뀌었다. 신세계 대표이사는 박주형 전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이마트 대표이사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한채양 대표가 맡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1월 계열사별 사업을 조정·지원·통합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했다. 이는 앞서 이뤄진 정기 임원 인사의 후속 조치다.
특히 정 부회장은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조직·시스템·업무처리 방식까지 다 바꿀 것을 지시했다.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 체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경영전략실과 그룹 전반에 대한 인사 시스템 재점검과 개선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이 연달아 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은 경영전략실 주도로 신세계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신세계그룹 측은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용진 체제 강화’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연이은 회의 주재에서 강한 질책과 당부의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그룹이 당면한 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유통 매출 1위였던 이마트는 지난해 쿠팡에 밀려 2위로 밀려났고, 영업익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했고,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8.6% 감소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 13.9% 감소했다. 백화점 사업부만 살펴보면 매출액과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9%, 15.1% 줄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섰고, 2022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첫 연간 흑자달성을 앞뒀다. 반면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과 G마켓은 올해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강화 차원에서 신세계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도 론칭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다시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추
그룹 안팎에서는 연이은 인사를 통해 그룹 장악력을 한층 강화한 정 부회장이 미래 성장 전략에서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회복’에 확실하게 방점을 뒀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세계는 2022년 신년사에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를 제시하며 온라인에 무게추를 뒀었으나 최근에는 노선을 정반대로 튼 것으로 보인다. ‘유통시장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의 모델을 뒤따라가는 것으로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경영전략실 수장으로 발탁한 것 또한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회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필드 확장이 신세계 미래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2016년부터 7년간 신세계프라퍼티를 이끌며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2년 만에 2018년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말 스타필드 수원점 개장에 이어 2025년 창원, 2027년 청라, 2030년 광주 등 점포 수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마트의 수장도 한채양 대표로 바뀌면서 오프라인 경쟁력에 다시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등 오프라인 유통 3사의 수장을 맡게 된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신규 점포 출점 재개를 선언했다. 한 대표는 지난해 12월 9일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본업 경쟁력 강화에 모든 힘을 쏟겠다”며 “신규 출점 등 외형 성장과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유통시장 주도권을 쿠팡에게 뺏기면서 지난해 온라인 중심 확장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오프라인 확장에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며 “신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본업인 ‘오프라인’으로 돌아가게 된 게 조직 쇄신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룹 안팎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과 다양화를 앞세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 유통시장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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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28일 경영전략실 조직 개편 후 진행된 첫 전략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경영전략실에 이같이 주문했다. 그룹의 핵심 축인 마트와 백화점이 흔들리면서 유통 강자 신세계그룹에 위기감이 돌면서다.
또한 정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원 레스 클릭’(ONE LESS CLICK, 한 클릭의 격차)를 제시했다.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취지다. 정 부회장은 그동안 신년사에서 ‘고객 중심’을 화두로 내세웠지만, 올해 내수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위기 의식이 담긴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정 부회장은 “최근 유통업계 전반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쇼핑할 때 생긴 ‘단 한 클릭의 격차’가 고객의 마음을 흔들고 소비의 패턴을 바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소해 보이는 ‘한 클릭의 격차’에 집중해야 경쟁사와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9월 유통그룹 중 가장 먼저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 대표이사의 40%를 물갈이한 데 이어 8년 만에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도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유통 업황 악화와 경쟁 심화로 어느 때보다 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 강력한 쇄신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 부회장은 직접 나서 과거를 질책하며 변화와 혁신을 꾀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의 ‘절치부심’, 즉 정 부회장의 ‘승부수’가 통할지 주목된다.
고강도 체질 개선…정기 임원인사·전략실 개편
신세계의 고강도 체질 개선 신호탄은 조기 임원 인사였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인사 시기가 당겨졌다.
인사 내용도 ‘파격’이었다.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대표이사의 약 40%를 물갈이했다. 주요 계열사인 신세계와 이마트 대표도 모두 바뀌었다. 신세계 대표이사는 박주형 전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가, 이마트 대표이사는 조선호텔앤리조트의 한채양 대표가 맡았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1월 계열사별 사업을 조정·지원·통합해 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 전략실을 경영전략실로 개편했다. 이는 앞서 이뤄진 정기 임원 인사의 후속 조치다.
특히 정 부회장은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조직·시스템·업무처리 방식까지 다 바꿀 것을 지시했다. 성과 중심의 인사·보상 체계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경영전략실과 그룹 전반에 대한 인사 시스템 재점검과 개선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이 연달아 전략회의를 주재한 것은 경영전략실 주도로 신세계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라고 신세계그룹 측은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용진 체제 강화’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연이은 회의 주재에서 강한 질책과 당부의 메세지를 보내는 것은 그룹이 당면한 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 유통 매출 1위였던 이마트는 지난해 쿠팡에 밀려 2위로 밀려났고, 영업익도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2.6% 감소했고,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68.6% 감소했다.
신세계는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4%, 13.9% 감소했다. 백화점 사업부만 살펴보면 매출액과 영업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9%, 15.1% 줄었다.
쿠팡은 지난해 3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 8조원을 넘어섰고, 2022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첫 연간 흑자달성을 앞뒀다. 반면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사업을 담당하는 SSG닷컴과 G마켓은 올해도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 강화 차원에서 신세계 통합 멤버십인 ‘신세계 유니버스’도 론칭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다시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추
그룹 안팎에서는 연이은 인사를 통해 그룹 장악력을 한층 강화한 정 부회장이 미래 성장 전략에서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회복’에 확실하게 방점을 뒀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세계는 2022년 신년사에서 ‘오프라인조차 잘하는 온라인 회사’를 제시하며 온라인에 무게추를 뒀었으나 최근에는 노선을 정반대로 튼 것으로 보인다. ‘유통시장 공룡’으로 성장한 쿠팡의 모델을 뒤따라가는 것으로는 미래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히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를 경영전략실 수장으로 발탁한 것 또한 오프라인 본업 경쟁력 회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필드 확장이 신세계 미래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2016년부터 7년간 신세계프라퍼티를 이끌며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취임 2년 만에 2018년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말 스타필드 수원점 개장에 이어 2025년 창원, 2027년 청라, 2030년 광주 등 점포 수를 확장할 예정이다.
이마트의 수장도 한채양 대표로 바뀌면서 오프라인 경쟁력에 다시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 이마트24등 오프라인 유통 3사의 수장을 맡게 된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신규 점포 출점 재개를 선언했다. 한 대표는 지난해 12월 9일 이마트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본업 경쟁력 강화에 모든 힘을 쏟겠다”며 “신규 출점 등 외형 성장과 동시에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유통시장 주도권을 쿠팡에게 뺏기면서 지난해 온라인 중심 확장에 주력했던 것과 달리 오프라인 확장에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며 “신성장 동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본업인 ‘오프라인’으로 돌아가게 된 게 조직 쇄신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룹 안팎의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혁신과 다양화를 앞세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어 유통시장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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