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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사태’의 나비효과…반사이익 노리는 대형 ‘실적주’

‘뻥튀기 상장’ 논란 파두 사태 이후 깐깐해진 IPO 심사
LS머트리얼즈, DS단석, 에이피알 등 실적위주 대어 등판 주목

에코프로머티리얼즈, LS머트리얼즈 등 2차전지 관련 기업이 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마켓in 이승훈 기자]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입성한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코프로머티) 등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공모주에 대한 열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 하다. 특히 얼마 전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일었던 반도체 팹리스 업체 파두 사태 여파로 기업공개(IPO)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탄탄한 대형 ‘실적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파두는 전 거래일 대비 1.90% 하락한 2만600원을 기록했다. 지난 9월 15일 고점(4만3950원) 대비 절반 이하로 주가가 떨어졌다. 

파두의 이 같은 주가 폭락은 최근 상장 이후 첫 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 예상치와 달리 ‘어닝쇼크급’의 성적을 발표해서다. 앞서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매출액 자체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을 열어보니 매출액은 2분기(4∼6월) 5900만원, 3분기(7∼9월) 3억2000만원에 그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른 후폭풍도 이어졌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첫 IPO 집단소송 추진 계획 공개했다. 한누리는 “올 2분기 매출이 사실상 제로(0)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지난 8월 7일 상장 절차를 강행한 파두 및 주관 증권사(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를 상대로 증권 관련 집단 소송을 제기할 방침을 세우고 피해 주주 모집에 나섰다”고 밝힌바 있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며 IPO 시장의 재무정보 투명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4일 간담회에서 상장 직전월 매출-손익 검토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미래 추정 실적을 토대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예비 상장 기업에 대한 심사도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기술특례 상장 및 스팩합병 등을 통해 기업 상장을 준비하던 증권사들은 잇따라 비상 회의를 열어 최대한 보수적 기조로 전략을 수정하기로 했다.

당장 새롭게 ‘대어’로 언급되는 IPO 기대주들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깐깐한 분위기가 지속 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예비 기업 관계자는 “상장 준비 기업 입장에서는 실무적인 부담이 있다. 정기 분기·반기 실적 보고 시즌이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내용 준비가 필요하다”며 “거래소 역시 평소에 비해 많은 내용을 더욱 깐깐하게 심사해야하기 때문에, 심사를 위한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융 당국의 IPO 심사 강화가 단기적으로 IPO 시장에 찬 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의 심사강화는 IPO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고, 투자자 신뢰를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깐깐해진 심사를 거뜬히 통과하는 기업들에게는 어려운 심사를 이겨낸 만큼 ‘가산점 효과’도 기대된다”며 “이에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놓고 말하는 ‘특례상장사’ 보다 장기간에 걸쳐 실적을 증명해 온 ‘실적 위주 기업’에게 기회가 왔다”고 평가했다. 

연말 이어 내년 ‘실적주’ 위주 대어 주목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년 초까지 상장 예정 기업 중 투자자들에게 오르내리는 회사는 LS머트리얼즈, DS단석, 에이피알, 엔카닷컴 등이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한 LS머트리얼즈는 상장 첫날인 지난 12일 공모가 대비 300% 오른 2만400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일 첫 따따블을 기록한 케이엔에스에 이어 두 번째 따따블이다. 지난 2021년 설립된 LS머트리얼즈는 LS전선의 자회사다. LS머트리얼즈는 에너지 저장 장치 울트라 커패시터(UC)와 알루미늄 소재 및 부품 생산을 주력 사업으로 삼는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중대형 UC는 차세대 이차전지로 불린다. LS머트리얼즈는 지난해 매출액 1619억원, 영업이익 144억원을 거뒀다. 이는 2021년 대비 각각 280%, 470% 증가한 수치다.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는 DS단석은 최근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15조1000억원의 증거금을 끌어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올해 공모주 시장 증거금 규모 기준 두산로보틱스(33조1000억원)와 필에너지(15조8000억 원)에 이은 세 번째다.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DS단석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결과 총 71만 3417명이 몰리며 최종 경쟁률이 984대 1을 기록했다. 

지난 1965년 설립된 DS단석은 재활용 전문 기업으로 폐배터리와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만든 바이오디젤 생산에 특화돼 있다. DS단석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8111억원, 영업이익 653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매출이나 영업이익 둘 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DS단석이 상장을 완료하면 올 코스피 IPO 기업은 넥스틸과 두산로보틱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동인기연을 포함해 5곳이 된다.

메디큐브 에이지알 모델 김희선. [사진 에이피알]

내년 IPO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스피 상장 1호를 노리는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 에이피알도 주목된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지난 12일 에이피알의 코스피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승인을 결정했다. 에이피알은 가까운 시일 내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일정에 돌입할 계획이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공동 주관사는 하나증권이다. 

에이피알의 기업가치는 1조원을 넘어서 1조5000억원까지 거론된다. 이는 에이피알의 매서운 성장 실적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3분기까지 에이피알은 누적 매출액 3718억원, 영업이익 698억원을 거두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9%, 277.6%가 증가한 수치다. 3개 분기 만에 매출 규모는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액 (3977억원)의 94%에 달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392억원)과 비교하면 78%나 높다.

에이피알의 이러한 호실적은 뷰티디바이스와 해외 시장 판매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영향이 크다. 메디큐브 에이지알(AGE-R) 뷰티 디바이스는 지난 11월 둘째 주 기준 국내외 누적 판매 150만 대를 넘기며 순항 중이다. 글로벌 시장 성장세도 매섭다. 미국과 일본에서 각각 15만 대 이상의 누적 뷰티 디바이스 판매고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 3분기 기준 미국에서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46.2%, 영업이익 540.9%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에이피알의 IPO 성패에 따라 2024년 장 분위기 역시 좌우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에서 B2C 일반 소비재 베이스이자 뷰티/패션이라는 전통적 섹터에서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대어다”며 “뷰티 디바이스의 상품성과 해외 시장 가능성 바탕 성장세를 증명한 3분기 실적 공개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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