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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에 눈이 ‘싹’, 탁 트인 동양화에 입이 ‘쩍’…경북 청송 돌아보기 [E-트래블]

‘감동’ 어린 자연에 대한 지질 예찬
‘감각’ 넘친 예술로 인한 여심 저격

신성리 공룡발자국

[글·사진 강석봉 스포츠경향 여행기자] 세상 제 것인 양 살다가 자연의 웅장함을 대하면 쭈그러지는 게 우리네 인생사다. 오죽했으면 제사상 지방(紙榜)에 ‘학생’임을 자백해야 하는 ‘국룰’이 정해졌을까. 그렇다고 비루한 인생이라 자책할 필요는 없다. 마주해 칭송해도 여지없이 등 돌려 떠날 선택의 자유는 우리 몫이다

그럼에도 세계지질공원 탐방을 마주했을 때, 숨이 턱 막혀옴은 어쩔 수 없었다. 청송의 자연을 마주하는 순간, 동시에 막혔던 가슴이 펑 뚫렸다

지질 예찬…환상 지질 경관의 메갈로폴리스

지난 2017년 5월, 청송군 내에 산재한 기암괴석들이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정받았다. 당시 청송과 어깨를 나란히 한 동격의 경승지는 세리도(브라질), 남부 캐니언 패스웨이(브라질), 살파우셀카(핀란드), 리스(독일), 케팔로니아-이타카(그리스), 물레르탈(룩셈부르크), 부저우 랜드(루마니아), 플라토베르겐스(스웨덴) 등이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지난 2015년부터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명소와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네스코 공식 프로그램이다. 현재 전 세계 46개국 177곳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됐다. 국내에서는 청송을 포함해 제주도·무등산권·한탄강 등이 이름을 올렸다. ‘청송세계지질공원’은 지질명소 24곳, 비 지질명소 18곳을 품고 있다. 이곳을 탐방할 때, 공부하면 좋다. 그게 아니라도 수업 시간엔 집중해 보자. 공개수업과 같은 해설예약을 받고 싶다면, 청송유네스코세계지질공원 홈페이지에서 지질관광 항목에 예약하면 된다. 전제할 것은 5일 전 4인 이상으로, 개별 차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

‘청송세계지질공원’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봐도 좋다. 드라마틱한 이 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꼬리를 감추고 숨기도 한다.

숨바꼭질과도 같은 술래잡기 놀이의 포인트 몇 곳을 짚어주면 ▲방호정 감입곡류천이 있다.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제51호로 지정된 ‘방호정’ 바로 앞도 지질생태의 보고다. 방호정은 광해군 11년에 조준도 선생이 사모(思母)의 마음에 기꺼워 어머니의 묘가 보이는 절벽 위에 지은 정자다. 그 앞 개천은 풍화와 침식, 퇴적 등이 두루 진행된 지질대다. 방호정에 올라 바라보면 대지는 절경이로세. ▲신성리 공룡 발자국은 해설문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산사태가 나면서 단층이 벗겨져 그 밑에 깔려 있던 공룡 발자국 화석들이 드러났다. 그래도 탐방객 눈에는 “뭘 보란 거지?”란 말이 튀어나올 수 있다.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이곳은 공룡시대에 습지였던 덕분에 용각류, 조각류, 수각류 3종의 공룡이 발자국을 남겼다. ▲만안 자암 단애는 농로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지질공원 지정 전부터 독특한 풍광과 더불어 얕은 개천에서 물놀이하기 좋은 곳이었다. 단풍이 지천인 스카이라인이 눈을 간질인다. ▲백석탄 포트홀은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이라는 뜻이다. 은회색의 돌무더기가 비현실적 절삭면을 자랑하듯 뽐낸다. ‘우뢰매’ 연작을 찍어도 좋을 풍광이다. 현재 탐방 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올 연말 빛여울 방문자센터에 주차장 등이 완비되면 방문이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송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지질명소 중 하나인 만안자암단애. 

감동 충만…화선지 넘어선 바벨탑 ‘청량대운도’

독특한 미술관이 청송에 있다. 두 건물로 이뤄진 이곳은 군립청송야송미술관과 청량대운도전시관으로 나뉜다. 전시관은 6.7×48m의 거대 동양화 ‘청량대운도’만을 품은 전용관이다.

이 미술관은 청량대운도를 그린 이원좌 선생이 2005년부터 작고한 2019년까지 초대 관장이었다. 폐교된 신촌초등학교를 개보수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미술관은 국내외 화가와 도예가들의 작품들로 지역 미술계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실경산수화로 이름이 높았던 그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거대 예술품을 남겼다. 만화가의 이력을 가지고 있는 등 그에게선 괴짜의 이미지도 오버랩된다. 이런 거침없음이 대형 산수화라는 기상천외한 작품을 남기게 했을지 모르겠다.

2019년에 작고한 이원좌 선생은, 야송(野松)이란 호로 미술계에 발자국을 남겼다. 오로지 자신만의 미학을 추구한 야인(野人)이기에 이런 대작을 남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세계 최대 산수화로 알려진 이 그림은 KBS 예능 ‘1박2일 청송 편’에 소개되기도 했다.

군립청송야송미술관은 본래 폐교되었던 신촌초등학교를 개보수한 곳이다. 미술관은 국내외 화가와 도예가들의 작품들로 지역 미술계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이다.

미술관 인근에 신촌약수가 있어 이를 재료로 삶아 내놓는 닭백숙과 고기 요리 전문점들이 성업 중이다. 또 바로 뒤편에는 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와 찜질방이 있다. 찜질방을 민박처럼 통째로 임대해 준다.

이원좌 선생이 그린 청량대운도

생활 역사…고택이 품은 스토리텔링

송소고택은 조선 영조 때 만석꾼이었다는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 선생이 1880년쯤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기로 옮겨 지었다. 처음에는 ‘송소세장’(松韶世莊)이라는 현판을 달았다고 전해지는 이곳은, 10채의 건물로 이뤄졌다. ‘세장’은 널리 번성하는 곳의 중심이란 뜻이다. 후손과 가문이 번성하길 바란다는 의미가 있겠지만, 공간적으로 송소고택이 마을 고택들의 중심지란 의미도 담고 있다. 바로 옆집인 송정고택도 그렇고, 윗집 칠방공종택과 안평재, 하은당 등 주변 고택들 모두 옛 양반가 기와집을 두루 둘러보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곳은 MBN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 촬영지이기도 하다.

송소고택의 특징은 내담과 외담으로 공간을 구분해 남녀와 내외를 분간했다는 것. 이중 내담은 헛담이라고도 불린다. 고택 안채 지붕에는 ‘와송’이 자라 이채롭다.

내담과 외담으로 공간을 구분해 남녀와 내외를 구분한 송소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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