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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CES 대신 사우디 간 네이버 경영진, 사업 확대 포석…‘네옴 브레인’서 강연

‘네옴 브레인’ KAUST 워크샵서 네이버랩스 대표 키노트 발표…기술력 강조
‘사우디 정조준’ 네이버, 채선주·김유원·석상옥·하정우 중심 출장단 현지 파견
“디지털 트윈 플랫폼 사업 수주 이어 네옴시티 참여 확대 방증…성과 기대”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KAUST)에서 열린 ‘WEP(Winter Enrichment Program) 워크샵’ 무대에 올라 키노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세계 정보기술(IT) 시장의 시선이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소비자가전시회(CES) 2024’가 열린 미국으로 향할 때, 네이버 주요 경영진은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를 찾았다. 1억 달러(약 1350억원) 규모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 구축 사업을 따낸 데 이어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연초부터 사우디 사업 확대를 위해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를 필두로 한 출장단을 현지로 보냈다.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퓨처 AI 센터장 겸직)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특히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이번 방문 중 ‘사우디 명문’으로 꼽히는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KAUST·King Abdull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서 키노트 강연을 진행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네옴시티를 추진하는 인사들과 KAUST가 연관이 깊다는 점에서 네이버의 중동 사업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KAUST는 현지에서 ‘네옴 브레인’으로도 불리고 있다.

실제로 나드미 알 나스르 네옴컴퍼니 최고경영자(CEO)는 KAUST 수석 부총장으로 활약한 바 있다. 나스르 CEO 외에도 KAUST 다수의 인사가 네옴으로 자리를 옮겨 다양한 프로젝트의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수행 중이다. KAUST는 네옴시티 인근 슈샤섬의 산호초 복원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전담하고 있다.

사우디의 대형 도시 계획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5조원)로 책정된 국가 단위 사업이다.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를 인공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목표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석상옥 “네이버 기술로 물리 공간과 이용자 연결”

석 대표는 지난 7일(현지시간) KAUST에서 열린 ‘WEP(Winter Enrichment Program) 워크샵’ 키노트 발표자로 무대에 올랐다. KAUST는 설립 이래 매년 WEP를 주최해 왔다. 다양한 발표와 토론 등을 통해 기술 분야 간 시너지를 촉진하고 혁신을 도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09년부터 현재까지 1500여 명의 연사를 포함해 약 100만명 이상이 참가한 ‘사우디 대표 워크샵’으로 꼽힌다.

KAUST는 올해 WEP의 주제로 ‘디지털 어드벤처: 미래를 향해’(Digital Adventure – Ride to the Future)를 선정했다. 행사는 AI가 헬스케어·환경·에너지·경제 등 다양한 사회 분야에 미칠 영향들에 대해 조망하고 토의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석 대표는 키노트 발표에서 ▲디지털 트윈 ▲AI ▲클라우드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을 짚으며 “네이버랩스는 물리 세계와 이용자를, 그리고 네이버 서비스와 연결한다는 목표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구체적으로 ▲디지털 트윈 제작 솔루션 ‘어라이크’(ALIKE·항공사진과 AI로 핵심 데이터 제작 기술)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아크’(ARC, AI·Robot·Cloud)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AROUND) 시리즈 등을 ‘상용화한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팀 네이버는 미래 기술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도 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가 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최고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킹압둘라과학기술대학(KAUST)에서 열린 ‘WEP(Winter Enrichment Program) 워크샵’ 무대에 올라 키노트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네이버]

석 대표는 이와 함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시즌2 제작에 ALIKE 데이터가 활용된 사례도 키노트 발표에서 언급했다. 그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디지털 트윈 기술이 확장될 가능성을 새롭게 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랩스의 이 같은 기술은 이미 사우디에 스며들고 있다. 2023년 10월 24일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와 1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 구축 사업 계약을 체결한 뒤 협업 사례를 순차 확대 중이다. 사우디 정부는 네이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스마트시티 조성에 쓸 계획이다. 수도 리야드를 비롯해 메디나·제다·담맘·메카 등 5개 도시에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네이버가 구축하는 게 이번 사업의 골자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을 가상에 옮기는’ 기술을 말한다. 실제 세계를 디지털 공간에 정밀하게 구현, 시뮬레이션 등을 진행하는 개념이다.

팀 네이버, 사우디 ‘네옴’ 정조준

네이버는 네이버랩스·네이버클라우드 등 주요 기술 계열사와 함께 사우디 사업 확대를 타진하고 있다. 주요 경영진으로 구성된 이번 출장단은 사우디 디지털 플랫폼 구축 사업 구체화와 네옴 사업 확대를 목적으로 꾸려진 것으로 전해진다. 석 대표의 KAUST WEP 키노트 발표가 출장단 방문 일정 중 이뤄져 ‘네이버의 네옴 사업 수주’가 가시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사우디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로도 불리는 KAUST는 2009년 개교했다.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막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현재는 IT·에너지·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자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사우디가 국가 명운을 걸고 있는 네옴 사업에 KAUST 인사가 다수 참여하고 있는 배경이다.

IT업계 관계자는 “KAUST는 사우디를 대표하는 공과대학으로 현재 네옴의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KAUST 워크샵에서 국내 대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키노트를 맡았다는 점만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네이버의 사우디 사업 범위가 디지털 플랫폼 구축에 그치지 않고 네옴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될 신호로 여길만한 사례란 설명이다.

KAUST는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대학으로 꼽힌다. 이지수 박사가 현재 KAUST 슈퍼컴퓨터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박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장과 국가슈퍼컴퓨팅연구소(NISN) 초대 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세계적인 슈퍼컴퓨터 전문가로 통한다. 석 대표는 이 센터장 추천을 받아 KAUST WEP 키노트 연사로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0월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네이버와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의 계약 체결을 바라보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계약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차원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플랫폼 구축 사업 진행한다. 앞줄 왼쪽이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정책 대표. [사진 연합뉴스]

팀 네이버는 이번 출장단 외에도 사우디 정부와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사우디 정부 주요 인사가 로봇 친화 빌딩인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 직접 방문한 횟수만 지금까지 9차례 이상이다. ▲월 마제드 알 호가일(Majed Al-Hogail)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장관 일행 ▲압둘라 알스와하(Abdullah Alswaha) 통신정보기술부 장관 일행을 비롯해 ▲데이터인공지능청(SDAIA) ▲국가정보센터(NIC) ▲국가데이터관리단(NDMO) 등 사우디 주요 기관의 인사가 네이버의 기술을 직접 살폈다.

사우디 사업의 물꼬를 튼 인물로는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가 꼽힌다. 그는 지난 2022년 10월 ‘원팀코리아’의 일환으로 사우디 방문단에 참가, 현지 인사들에게 팀 네이버 기술을 소개했다. 1784를 ‘로봇 친화’ 콘셉트로 건립하자는 의견을 내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고도화한 결정적 계기를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의 사우디 사업 수주 건은 그간 건설과 토목이 중심이었던 중동 사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 계기를 만든 사례”라며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를 중심으로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삼성·네이버 등 우수한 IT 기술기업들을 보유한 한국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석 대표는 KAUST WEP 키노트 발표 후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WEP의 주제인 ‘디지털 어드벤처: 미래를 향해’와 네이버랩스가 잘 맞았다”며 “앞으로 사우디에서 더 많은 기회가 열리길 희망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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