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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폐지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글쎄”

[불붙은 ‘금투세 폐지’] ②
개미들 반겼지만 조세 형평성·세수 유출 지적돼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은 미흡한 주주환원·기업 성적 등 다양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개장 신호 버튼을 누른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것이라며 환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세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가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금투세 폐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법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국내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국내 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을 거둔 투자자에게 20~25% 세율로 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제도다. 금투세는 한 번의 유예를 거쳐 오는 2025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일 윤 대통령이 폐지를 공식화해 실제 시행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금투세 폐지 추진을 반기는 반응을 보였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내년부터 먹구름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컸다”며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 투자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투자자가 주변에 많았다”고 했다. 이어 “공매도 제도 개선, 이사 충실의무 개정 등 증시 저평가 요소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며 “국내 증시가 선진국과 같은 제도를 갖췄을 때, 금투세 도입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세 정의 위반·세수 펑크 낳는다”

하지만 금투세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찬성 못지않게 거세다. 무엇보다 조세 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특히 야당을 중심으로 금투세 폐지는 올해 총선을 앞둔 ‘부자감세 포퓰리즘(대중주의)’ 공약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019~2021년 수익 5000만원 이상 번 투자자는 20만명으로 전체 투자자 중 0.9%에 불과하다”며 “금투세 폐지 의미는 초고소득자들에 대한 대규모 감세 혜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극소수 주식 부자들에게 막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건 선거용 포퓰리즘일 뿐”이라며 “어렵게 이뤄낸 국회 합의도, 자본시장의 건전성도, 조세 정의도 저버리는 퇴행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도 금투세 폐지에 반대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22 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양도소득세·상속증여세·증권거래세는 줄어든 반면 근로소득세 세수는 21.6% 증가했다. 이를 두고 김은정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협동사무처장은 “대부분 근로소득자에게는 상당한 세금을, 대부분 금융투자 소득자에게는 한 푼의 세금도 거두지 않는 정책은 조세 정의와 형평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자연스레 금투세 폐지로 빚어지는 세수 축소도 문제점으로 따라온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회 예산정책처는 금투세가 2025년부터 시행되면 2027년까지 3년간 세수가 4조328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연평균으로는 약 1조3443억원의 무시하기 어려운 세수다. 정부도 같은 기간 4조원가량 세수가 거둬질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아울러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금투세 도입 현황 및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자산의 양도차익에 세금을 걷고 있다.

미국은 자본소득을 단기 소득과 장기 소득으로 나눠 과세하고 있다. 1년 미만으로 보유한 상품에 대해선 세율 10~37%를,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상품을 처분할 때는 세율 0~20%를 적용한다. 영국은 소득 규모에 따라 10% 또는 20% 세율로 과세한다. 일본은 20.315% 단일 세율로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걷고 있다. 대신에 주요국들은 증권거래세를 없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금투세 폐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만능 열쇠’ 아냐

윤 대통령과 정부가 주장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금투세 폐지의 근거로 사용하긴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가지 주장의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보고서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으로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 ▲기업의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등을 꼽았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선임연구위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한국 주식시장이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실효성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며 “법적·제도적 개선뿐만 아니라 기업의 인식과 관행 개선, 그리고 투자자의 적극적인 역할이 동반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도 “금투세 폐지로 인한 증시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금투세가 얼마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미치는지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따라 증권거래세는 폐지하고 금투세는 시행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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