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 적은데…차백신연구소는 왜 'B형 간염 백신' 개발할까 [임상이몽]
기존 백신은 대다수 2세대 항원 사용
3세대 항원 개발해 '세대 교체' 노려
임상으로 울고 웃은 기업을 소개합니다. 이번 주 임상이몽의 주인공은 ‘차백신연구소’입니다.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차백신연구소는 최근 B형 간염 백신으로 개발 중인 새로운 물질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 연구소가 개발 중인 CVI-HBV-002 얘기입니다. 백신은 통상 약물의 효과를 높이는 '면역증강제'와 함께 투여합니다. 차백신연구소의 CVI-HBV-002도 3세대 재조합 단백질 항원인 L-HBsAg와 면역증강제인 엘-팜포(L-pampo)로 구성돼 있습니다. L-HBsAg와 엘-팜포 모두 차백신연구소의 물질입니다.
차백신연구소가 이 물질의 임상 1상을 시작한 것은 3년 전입니다. 연구소는 2021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CVI-HBV-002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습니다. 임상 대상은 19세 이상 65세 미만의 성인 30명이었습니다. 연구소는 임상시험기관을 통해 이들에게 48주 동안 물질을 투여했고, 추적관찰도 진행했습니다. 연구 결과 이 물질을 2번 투여한 것만으로 이들은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백신을 개발할 때는 통상 '혈청방어율'을 주로 살펴봅니다. 혈청방어율은 바이러스에 대응할 만큼의 항체가 혈청에 충분히 포함돼 있는지를 말합니다. 차백신연구소도 이번 임상에서 CVI-HBV-002를 투여한 사람들의 혈청방어율을 확인하기 위해 Anti-HBs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혈청의 항체가 10mIU/ml 이상이면 Anti-HBs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데, 이는 B형 간염을 앓다가 회복됐거나, 백신을 맞아 B형 간염에 면역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차백신연구소의 CVI-HBV-002 임상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검사에서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질이 예방 효과를 보인 것입니다.
사실 B형 간염이 국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성인이라면 B형 간염에 걸려도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B형 간염 환자의 수도 2016년 이후 300~400명 정도입니다. 한국은 40여 년 전 '간염 왕국'으로 불렸지만, 위생상태와 생활수준이 개선되고 정부 차원에서 백신을 보급하며 환자의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B형 간염의 감염 경로도 주사 처치나 피어싱, 문신, 수혈 등 선진국형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시장도 크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필수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B형 간염 백신을 공급하는데, 국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 공급 가격은 낮은 편입니다. 차백신연구소는 CVI-HBV-002를 잘 개발해 성인에게 공급할 계획인데, 정부 사업을 통해 유통되는 B형 간염 백신은 주로 영유아를 중심으로 접종되고 있습니다. B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이 꼭 필요하고, 최근 면역력이 없는 성인도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 자체는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차백신연구소는 왜 CVI-HBV-002를 개발할까요? 연구소는 B형 간염 백신의 '세대 교체'를 노리고 있습니다. 현재 쓰이는 B형 간염 백신은 대부분 2세대 항원을 사용하는 백신입니다. 80% 이상의 예방 효과를 자랑하지만, 통상 3회 정도 맞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백신을 맞아도 5~15% 정도의 사람은 면역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백신을 맞아 생기는 항체도 11~15년만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되는 B형 간염 백신으로 감염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차백신연구소는 '3세대' B형 간염 백신에 주목했습니다. 3세대 재조합 단백질 항원을 사용해, 기존에 유통되는 B형 간염 백신보다 예방 효과를 높인 백신입니다. 차백신연구소는 접종 횟수도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일 계획입니다. 차백신연구소 관계자는 "기존의 B형 간염 백신은 대부분 3회 접종해야 예방 효과가 생긴다"면서도 "6개월간 3회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3차 접종까지 완료하지 못하는 등 편의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형 간염은 국내 환자의 수는 적어도, 세계적으로 공중 보건을 위협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 질병관리본부(CD)는 2022년 19세부터 59세까지 성인도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라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성인용 B형 간염 백신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차백신연구소는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염정선 차백신연구소 대표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 이 물질을 기술이전 할 것"이라며 "연내 2상 IND 승인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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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차백신연구소는 최근 B형 간염 백신으로 개발 중인 새로운 물질의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 연구소가 개발 중인 CVI-HBV-002 얘기입니다. 백신은 통상 약물의 효과를 높이는 '면역증강제'와 함께 투여합니다. 차백신연구소의 CVI-HBV-002도 3세대 재조합 단백질 항원인 L-HBsAg와 면역증강제인 엘-팜포(L-pampo)로 구성돼 있습니다. L-HBsAg와 엘-팜포 모두 차백신연구소의 물질입니다.
차백신연구소가 이 물질의 임상 1상을 시작한 것은 3년 전입니다. 연구소는 2021년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CVI-HBV-002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습니다. 임상 대상은 19세 이상 65세 미만의 성인 30명이었습니다. 연구소는 임상시험기관을 통해 이들에게 48주 동안 물질을 투여했고, 추적관찰도 진행했습니다. 연구 결과 이 물질을 2번 투여한 것만으로 이들은 B형 간염 바이러스 항원에 대응할 수 있는 항체를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백신을 개발할 때는 통상 '혈청방어율'을 주로 살펴봅니다. 혈청방어율은 바이러스에 대응할 만큼의 항체가 혈청에 충분히 포함돼 있는지를 말합니다. 차백신연구소도 이번 임상에서 CVI-HBV-002를 투여한 사람들의 혈청방어율을 확인하기 위해 Anti-HBs 검사를 진행했습니다. 혈청의 항체가 10mIU/ml 이상이면 Anti-HBs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데, 이는 B형 간염을 앓다가 회복됐거나, 백신을 맞아 B형 간염에 면역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차백신연구소의 CVI-HBV-002 임상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 검사에서 모두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물질이 예방 효과를 보인 것입니다.
사실 B형 간염이 국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질환은 아닙니다. 성인이라면 B형 간염에 걸려도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복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B형 간염 환자의 수도 2016년 이후 300~400명 정도입니다. 한국은 40여 년 전 '간염 왕국'으로 불렸지만, 위생상태와 생활수준이 개선되고 정부 차원에서 백신을 보급하며 환자의 수가 크게 줄었습니다. B형 간염의 감염 경로도 주사 처치나 피어싱, 문신, 수혈 등 선진국형입니다.
그러다 보니 국내 시장도 크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정부가 필수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B형 간염 백신을 공급하는데, 국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 공급 가격은 낮은 편입니다. 차백신연구소는 CVI-HBV-002를 잘 개발해 성인에게 공급할 계획인데, 정부 사업을 통해 유통되는 B형 간염 백신은 주로 영유아를 중심으로 접종되고 있습니다. B형 간염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이 꼭 필요하고, 최근 면역력이 없는 성인도 늘어나고 있지만, 시장 자체는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차백신연구소는 왜 CVI-HBV-002를 개발할까요? 연구소는 B형 간염 백신의 '세대 교체'를 노리고 있습니다. 현재 쓰이는 B형 간염 백신은 대부분 2세대 항원을 사용하는 백신입니다. 80% 이상의 예방 효과를 자랑하지만, 통상 3회 정도 맞아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백신을 맞아도 5~15% 정도의 사람은 면역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백신을 맞아 생기는 항체도 11~15년만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존에 사용되는 B형 간염 백신으로 감염을 100% 예방할 수는 없다는 의미입니다.
차백신연구소는 '3세대' B형 간염 백신에 주목했습니다. 3세대 재조합 단백질 항원을 사용해, 기존에 유통되는 B형 간염 백신보다 예방 효과를 높인 백신입니다. 차백신연구소는 접종 횟수도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일 계획입니다. 차백신연구소 관계자는 "기존의 B형 간염 백신은 대부분 3회 접종해야 예방 효과가 생긴다"면서도 "6개월간 3회 접종해야 하기 때문에, 3차 접종까지 완료하지 못하는 등 편의성이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형 간염은 국내 환자의 수는 적어도, 세계적으로 공중 보건을 위협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미국 질병관리본부(CD)는 2022년 19세부터 59세까지 성인도 B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라는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성인용 B형 간염 백신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입니다. 특히 차백신연구소는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염정선 차백신연구소 대표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 이 물질을 기술이전 할 것"이라며 "연내 2상 IND 승인받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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