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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 vs ‘가치주’…개미들의 선택은 어디로

[기업가치를 높여라]④
증권가 "증시 불확실성 낮은 가치주 주목"
단기 이익 관점서 '성장주' 투자 조언도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 간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703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이 베일을 벗자 개미(개인투자자)들도 옥석 가리기에 분주하다.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치주’와 향후 성장 기대가 높은 ‘성장주’ 사이에서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한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일주일 간 개미들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7039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개미들은 대표적인 가치주로 꼽히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종목인, 자동차·금융주 매도 행렬에 나섰다.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3215억원, 1148억원어치 팔았다. 하나금융지주(448억원), KB금융지주(426억원) 종목도 순매도했다.

지난달 증시 강세를 견인했던 저PBR주들의 상승세가 꺾이면서 코스피도 주춤한 모습이다. 이달 6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에 하락 마감했다. 순매수세를 이어가던 외국인이 9거래일 만에 순매도로 전환한 데다 기관도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는 2640선까지 밀려났다. 반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0포인트(0.50%) 오른 870.67로 마감했다. 코스닥은 이날 4.70포인트(0.54%) 내린 861.67로 출발해 장중 상승 전환, 이틀 만에 다시 870선을 탈환했다.

알맹이 빠진 밸류업 프로그램…주가 오르락내리락

한국거래소의 KRX지수에 따르면 같은 기간 업종별로는 보험(-4.20%), 금융업(-3.70%) 등 저PBR 업종이 하락세다. 반면 대표적인 성장주로 꼽히는 IT, 2차전지 등은 각각 2%대 상승세다.

증권가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에 대한 실망감이 개미들의 가치주 투자 이탈을 이끌었다고 분석한다. 세부안에는 그간 전문가들과 기업이 요구했던 상법 개정(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의 이익’ 포함)이나 우수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같은 핵심 내용이 빠졌다.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 방안이 담기기는 했지만 다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기업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힘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기대했던 대책들이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말 그대로 알맹이가 빠진 대책”이라고 말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는 성장주가 중심이지만 성장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을 때 주가 부양을 위해서는 주주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밸류업 프로그램 강도가 결정하겠으나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시장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단기간 크게 올랐던 저PBR주의 숨 고르기 장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정부 정책 의지를 감안하면 은행·지주 등 가치주 약세 현상은 단기간에 그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가 예고된 연초 이후 순수가치주 주가수익비율(PER)은 10.1% 올라 성장주 PER 증가율(0.7%)을 크게 앞섰다.

또 밸류업 정책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오는 6월 가이드라인 발표, 9월 상장지수펀드(ETF) 개발 등으로 추가적인 이벤트가 대기 중인 것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7월 기획재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때 시장이 기대해온 세제 지원까지 나온다면 가치주가 주목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높아진 주식시장 변동성…금리·경기상황 ‘예의주시’

무엇보다 시장에서 ‘가치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 위축과 경기 선행지수 하락 등 경기침체 신호가 감지되면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졌다. 가치주는 증시가 조정을 겪은 후 반등이 일어날 때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더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 가치가 탄탄하면서도 꾸준한 이익성장을 증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연초 이후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은 외국인 매수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2월 이후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반도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주, 성장주라는 세 가지 분야가 향후에도 핵심 테마로 작용하고 외국인 수급이 꾸준히 유입될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단기 이익잉여 수준이 높은 성장주 또한 눈여겨 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저PBR 테마가 약해지고 해당 기업들 내에서 차별화도 심해질 것”이라며 “차익 실현 과정에서 다른 테마로 순환매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 인하 기대가 계속 후퇴할 여건은 아닐 것으로 판단돼 성장주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금리 인하에 가장 민감한 헬스케어 섹터가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반도체의 경우, 미국 반도체 주가 모멘텀이 약화할 여지를 감안해 반도체로 매수세가 돌아올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7월부터 상장사들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스스로 세워 공시토록 했다. 매년 우수기업에 대한 표창과 모범 납세자 선정 우대 등 혜택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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