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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은행 약진하는데 5대 지방은행 ‘뒷걸음’

[銀과점 해소, 물 건너가나]①
5대 지방은행 순익 합쳐도 '하나銀' 못 따라가 
시중은행 전환 앞둔 대구은행 작년 순익 6.2%↓
지방 경기 악화되며 연체율도 상승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형은행으로 집중되는 ‘과점 체제’가 지방은행의 실적 악화로 더 견고해지고 있다. 지난해 5대 시증은행은 상생금융 확대, 대손충당금 적립,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이익을 확대했다. 지방은행 이익은 지역 경기 악화가 더해지며 감소 폭을 키웠다.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은 5개 지방은행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컸다. 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혁신, 정부의 규제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5대 지방은행 총순익 1.4조원…전년 대비 7.3% 감소

금융권에 따르면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등 5대 지방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총 1조435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감소했다. 이 기간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순이익은 2.6% 증가한 14조1022억원을 기록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순이익 격차는 더 벌어졌다. 

지난해 각 지방은행의 순이익을 보면 부산은행은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한 3791억원, 대구은행은 6.2% 줄어든 3639억원, 경남은행은 1.9% 증가한 2476억원, 광주은행은 6.8% 줄어든 2407억원, 전북은행은 0.3% 감소한 2045억원이다. 

5대 지방은행 중 경남은행의 순이익만 소폭 증가했고, 나머지 지방은행은 감소했다. 특히 시중은행 전환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대구은행의 순이익 감소율은 다른 지방은행들과 비교해 높은 상황이다. 앞으로도 과점 해소에 큰 역할을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시중은행 중 ‘리딩은행’인 하나은행 순이익은 지난해 12.3%나 증가한 3조4766억원을 기록했다. 지방은행 ‘맏형’격인 부산은행의 3791억원과 비교하면 9배나 차이 났다. 하나은행의 순이익은 부산은행을 포함한 나머지 지방은행의 순이익을 모두 합한 액수보다 2.4배나 컸다. 

지방 침체·인뱅 약진에 고객 이탈 우려↑

(왼쪽부터) BNK, JB, DGB금융그룹 본점. [사진 각 사]

지방은행들의 실적이 나빠진 이유로는 지방 경기 악화를 꼽을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 전국 평균은 2.6%를 기록했다. 지방은행 소재 도시별로 보면 ▲부산 2.6% ▲대구 1.7% ▲광주 1.7% ▲울산 -0.5% 등을 기록했고, 도별 수치는 ▲경남 4.6▲전북 2.1% ▲경북 1.7% ▲전남 -1.9% 등으로 대부분 전국 평균보다 낮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이들 지역의 GRDP 성장률은 전국 평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고금리·고물가까지 겹치며 대출 부실까지 빠르게 진행돼 지방은행들의 실적 악화를 키우는 중이다. 

연체율 또한 높은 편이다. 지난해 말 각 지방은행 연체율을 보면 ▲전북은행 1.09% ▲광주은행 0.61% ▲부산은행 0.48% ▲대구은행 0.40% ▲경남은행 0.39% 순으로 높았다. 금융감독원이 밝힌 같은 기간 국내은행의 연체율 평균은 0.38%다. 모든 지방은행이 평균치를 웃돌았다.

지방은행의 연체율이 높은 이유는 주로 상대하는 고객이 지방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어려움이 가중되는 중에 이자 조차 갚기 어려워지면서 지방은행 연체율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방은행들은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고 이익 감소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 경기 악화 외에 ‘고객 충성도’가 이전만 못하다는 점도 위기로 여겨진다. 오래 전부터 시중은행들이 지방에 진출하면서 지역민들이 해당 지역 은행을 찾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특히 디지털 금융 확산으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가 빠르게 성장하며 지방은행의 경쟁력은 점차 떨어지는 모양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폭풍 질주를 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이 3549억원으로 전년 동기(2631억원) 대비 34.9% 증가했다. 이 속도라면 올해 말 부산은행과도 비슷한 수준의 순이익이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지난해 4분기 말 2284만명을 기록해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하는 은행으로 성장했다. 

여기에다 후발주자인 토스뱅크까지 약진하며 순이익 규모를 키우는 중이다. 지방은행 고객들이 인터넷은행으로 흡수되는 현상은 피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은행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며 입지를 강화하다”며 “안 그래도 지역 경제 침체와 당국의 경쟁 강화 정책 등으로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행들은 새로운 경쟁에 직면해 시장의 일부를 더 빼앗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방은행 혁신 및 규제 완화 필요

업계에서는 지방은행의 혁신과 정부의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과점 해소가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인터넷은행들은 오프라인 채널이 없음에도 ‘매일 이자 받는’ 예금, 비대면 개인사업자 대출 및 전세대출 등 기존 은행들이 내놓지 못한 상품들을 출시하며 고객 확대에 성공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먼저 내놓은 금융상품들은 기존 은행에서 먼저 내놓을 수 있었다”며 “지금도 같은 상품을 만들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고객 이탈이 염려되는 상황에서도 지방은행들은 기존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규제 완화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산업자본의 소유지분 규제다. 비금융주력자의 시중은행 지분 보유 한도는 4%, 지방은행은 15%에 묶여 있다. 대구은행을 제외하고 모든 지방은행에는 산업자본이 4%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면 대주주가 지분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연구원은 “이 문제는 금산분리에 대한 정책 방향이 정해져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다만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경우 상당한 기간 지분 처분을 위한 유예기간을 주는 등의 방안은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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