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TV 제조사 삼성, AI 시대 선언한 까닭 [이코노Y]
스마트폰·PC 이어 TV도 ‘AI 시대’…19년 연속 ‘왕좌’ 노린다
AI로 화질 높이는 ‘업스케일링’ 기술 강화…“8K급 화질도 거뜬”
OLED TV 시장 진출 2년차 삼성…화질·음질·주사율 대폭 개선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삼성전자가 2024년 주력 TV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인공지능(AI) 시대’를 키워드로 내걸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에 이어 TV 영역에서도 AI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2006년부터 유지해 온 세계 TV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올해도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사옥에서 TV 신제품 론칭 기념행사(Unbox & Discover 2024)를 13일 개최했다. 이를 통해 2024년형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Neo QLE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제품 라인을 공개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집대성한 2024년형 삼성 TV를 통해 ‘AI TV’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한국은 프리미엄 TV와 초대형화 트렌드를 선도하는 글로벌 핵심 시장”이라며 “삼성 AI TV는 온 디바이스 기반으로 강력한 녹스의 보안성을 갖췄으며, 가정에서 AI 홈의 중심이 돼 시청 경험의 업스케일뿐만 아니라 연결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6년 첫 글로벌 TV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단 한 차례도 이 자리를 다른 기업에 내주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23년에도 매출 기준 글로벌 TV 시장 30.1%의 점유율을 기록, 18년 연속 선두 자리를 수성했다. 올해 AI 기능을 대폭 강화한 TV 제품으로 시장 주도권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갤럭시 S24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온 디바이스 AI’(On-Device AI·서버 연결 없이 기기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 시대의 개막을 알린 바 있다. 또 올해 초 출시한 노트북 ‘갤럭시 북4 시리즈’에서도 AI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 두 시리즈는 세계 경기 위축에도 전작 대비 판매량이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AI 편의 기능이 신규 수요 창출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삼성전자는 여기에 더해 TV 분야에서도 AI 기능 강화가 충분히 소비자 구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삼성전자의 AI 기술이 모든 소비자향 제품으로 확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세대 AI 8K 프로세서’ 탑재
삼성전자는 이날 공개한 TV 신제품 일부에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8K(7680×4320) TV는 약 3300만 화소를 지닌 제품을 말한다. 3세대 프로세서는 전년 대비 8배 많은 512개 뉴럴 네트워크와 2배 빠른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갖췄다. 회사 측은 “역대 삼성 TV 프로세서 중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 프로세서가 탑재된 2024년형 Neo QLED 8K(QND900)는 ‘8K AI 업스케일링 프로’ 기능을 지원한다. 업스케일링은 저해상도 비디오 콘텐츠를 고화질 화면에 맞게 개선하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고도화된 프로세서를 통해 저해상도 영상을 8K급으로 개선하는 기능을 적용했다. 다만 이 업스케일링은 PC로 연결하거나 게임 모드일 때는 적용하지 않을 수 있고, 콘텐츠·포맷에 따라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제품에 적용한 업스케일링 기술은 소비자 화질 인식 측면에서 실제로 긍정적인 영향을 보였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 소비자 202명을 대상으로 화질 인식 조사를 진행했다. 4K 콘텐츠를 2024년형 Neo QLED 8K(QND900)에 입력하면, 소비자는 실제 8K 콘텐츠 해상도의 90% 수준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eo QLED 8K(QND900)로 시청할 경우엔 Neo QLED 4K TV(QND90)에서 HD(약 100만 화소)·FHD(약 200만 화소)·4K(약 830만 화소)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보다 평균적으로 1.8배 높은 해상도로 영상을 인지했다.
삼성전자는 뉴럴 네트워크를 통해 ▲시선이 집중되는 부분을 감지해 사물·인물·특정 영역을 분석하고 명암비를 강화해 3차원 깊이감을 더하는 ‘명암비 강화 프로’ 기능 ▲스포츠 종목을 자동 감지해 공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보정하는 ‘AI 모션 강화 프로’ 기능 등을 이번 제품에 구현했다.
TV 소리 역시 AI로 진일보했다. ‘액티브 보이스 프로’ 기능은 콘텐츠마다 다른 음량 차이를 감지, 목소리를 분리·증폭시킨다. 대화 내용이 배경음에 묻히지 않고 명료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이다. 청소기 소음과 같은 외부 소리도 감지해 음량을 최적화한다. 또 화면 내 움직임을 고려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무빙 사운드 프로’도 적용됐다.
올해 Neo QLED 제품군에선 총 9개 시리즈가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Neo QLED 8K의 경우 3개 시리즈(QND900·QND850·QND800)에 3개 사이즈(85·75·65) 8개 모델을 준비했다. 출고가는 최상위 모델(QND900) 기준 ▲85형 1590만원 ▲75형 1290만원이다.
Neo QLED는 6개 시리즈(QND95·QND90·QND87·QND85·QND83·QND80)에 7개 사이즈(98·85·75·65·55·50·43)의 27개 모델을 출시한다. 출고가는 QND90 모델 기준 ▲98형 1490만원 ▲85형 889만원 ▲75형 729만원이다.
OLED 기술력도 진일보
삼성전자는 2023년 OLED TV 시장에 진출했다. 올해 제품에는 화질 측면에서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 UL의 인증을 받은 ‘OLED 글레어 프리’(OLED Glare Free) 기술을 적용해 빛 반사를 줄여주는 기능을 구현했다.
올해 OLED TV에는 ‘2세대 AI 4K 프로세서’를 탑재, 이를 통해 ‘4K AI 업스케일링’ 기능을 적용했다. 저해상도 영상을 4K급으로 전환할 수 있다. AI가 밝기를 조절해 깊은 검은색은 유지하면서 강조해야 할 부분의 밝기를 높여 화면 대비를 극대화하는 기능(OLED HDR Pro)도 탑재됐다.
주사율은 최대 144Hz를 지원한다. 화면 전환이 빠른 게임과 같은 콘텐츠에 적합하다. TV 최초로 ‘프리싱크 프리미엄 프로’(FreeSync Premium Pro) 인증을 받은 만큼 콘솔 게임용 TV로 활용할 수 있다. 음질 역시 위쪽 스피커가 포함된 멀티채널의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로 개선됐다.
2024년형 삼성 OLED는 총 3개 시리즈(SD95·SD90·SD85)의 5개 사이즈(83·77·65·55·48)로 총 10개 모델을 선보인다. 출고가는 SD95 모델 기준 ▲77형 909만원 ▲65형 549만원이다. SD90 77형 모델은 729만원으로 책정됐다.
2024년형 삼성 TV 98형 전 라인업에는 화면 크기와 픽셀 사이즈가 증가하더라도 AI 알고리즘을 통해 노이즈를 감소하고, 검은색 표현을 강화해 선명한 화질을 즐길 수 있는 ‘초대형 화질 강화 기술’이 탑재됐다.
방대한 콘텐츠 역시 장점이다. 삼성 TV 플러스는 타이젠OS 바탕의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다. 2015년에 출시된 후 영역을 지속 확장, 현재는 세계 24개국에서 약 2500개의 채널과 4만여 개 VOD를 제공 중이다. 2023년 기준 연간 글로벌 누적 시청 시간은 약 50억 시간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콘텐츠 포트폴리오 확대 ▲VOD 서비스 확장 ▲AI 기반 맞춤형 콘텐츠 추천 등 사용성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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