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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가면 안 사요”...車 가격 착해졌다 [백카(CAR)사전]

상품성 개선 모델 가격 동결·인하 추세
소비 심리 위축 등 올해 시장 하락세 전망

자동차 산업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쉴 새 없이 신차가 쏟아지고, 하루가 다르게 기술 수준이 발전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관련 정보는 정말 방대합니다. 그래서 나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지식을 모아서 정리한 책인 백과사전처럼 ‘백카(CAR)사전’ 코너를 통해 자동차와 연관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 5. [사진 현대차]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고민에 빠졌다. 올해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이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많이 올라 여유가 많지 않다. 금리도 여전히 높아 차를 살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에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고 있다는 30대 직장인 강모씨. 그는 최근 신차 구매 계획을 포기했다고 한다. 강씨는 “이것저것 돈 나갈 곳이 많은 상황에서 지금 차를 사는 데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좀 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의지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모빌리티 라이프 플랫폼 차봇모빌리티가 차봇앱 사용자 1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자동차 구매 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9.6%만 1년 내 차량 구매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국내 완성차 업계의 내수 실적을 봐도 알 수 있다.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KGM·GM·르노)의 올해 1~2월 누적 내수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21만9194대) 대비 약 5% 감소한 20만8327대로 집계됐다. 차를 사려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이같은 분위기 탓에 시장의 전망도 어둡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올해 내수 시장을 전년 동기(175만대) 대비 2.8% 감소한 170만대 규모로 전망했다. 경기 부진으로 인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 고금리로 인한 신규 수요 제한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2000만원대 미국차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액티브. [사진 GM 한국사업장]

결국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칼을 빼 들었다. 보수적인 가격 정책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려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연식 변경 모델이 출시되면 기본 수백만원의 가격 인상이 뒤따른다. 하지만 요즘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동결 또는 인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초 출시한 더 뉴 아이오닉 5의 롱레인지 모델 판매 가격(세제혜택 적용 기준)을 ▲E-Lite 5240만원 ▲익스클루시브 5410만원 ▲프레스티지 5885만원으로 책정했다. 해당 모델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상품성이 개선된 전기차다. 배터리 용량이 84.0kWh(기존 77.4kWh)로 커지면서 주행거리가 기존 대비 27km 증가한 485km로 늘었다. 리어 와이퍼 등 다양한 옵션도 추가됐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가격을 동결했다.

지난달 현대차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024 코나의 모던 트림 가격을 기존 대비 40만원 인하하기도 했다. 일부 안전 및 편의 사양이 추가됐음에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눈에 띈다. 이전 모델의 모던 트림 가격은 2556만원이었다.

제너럴 모터스(GM) 한국사업장은 지난 14일 2025년형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격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커넥티비티 서비스인 온스타 등이 적용됐음에도 2024년형 모델과 동일하게 기본 가격을 ▲LS 2188만원 ▲ACTIV 2821만원 ▲RS 2880만원으로 책정했다.

확실히 요즘 소비자들은 차량 가격에 민감한 것으로 보인다. 차봇모빌리티가 최근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전체 141명)의 59.2%는 차량 구매 시 ‘할인 프로모션 및 구매 혜택’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고물가로 인해 소비자들의 차량 구매 의향이 예년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수익성을 낮추더라도 가격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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