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병원 경영난…교수도 사직 움직임 ‘총체적 난국’
‘빅5 병원’ 하루 손실 10억원 이상…‘마이너스 통장’ 개설도
전공의 다수, 다른 병원 취업 시도…정부 “의료법에 따라 처벌”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 집단 이탈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병원이 경영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른바 ‘빅5 병원’(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카톨릭대 서울성모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모두 하루에 수억원씩 적자를 겪는 상황이다. 급기야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든 병원도 등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까지 집단 사직서 제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른 병원 구직을 알아보는 전공의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예고했던 대로 이탈한 전공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병원에 취업한 전공의는 물론 개원한 이들도 관련 법령에 따라 제한할 방침이다. 정부가 사직서 수리 금지와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린 상태라 겸직 금지 원칙이 유효하단 입장이다.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 내 대학 병원은 규모에 따라 전년 대비 많게는 10억원 이상, 적게는 5억원 안팎의 매출 손실을 입고 있다. 이에 따라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용인세브란스병원)은 이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10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기존 500억원에서 경영난에 따라 금액을 늘렸다. 부산대병원도 최대 6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예정이다. 전공의 87%가 사직한 부산대병원은 지난 8일부터 비상경영체제 3단계 중 2단계를 적용 중이기도 하다.
정부에 저금리 융자 규모 확대를 요청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일부 사립대 병원은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 사업 예산을 늘려달란 건의를 당국에 전달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융자 사업은 정부가 사립대 법인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제도다.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동아대병원·대전을지대병원·제주대병원 등은 의사 직군을 제외하고 간호사·행정직·기술직 등의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전국 대형병원이 이런 경영난을 겪는 건 지난 2월 19일부터 시작된 전공의 이탈 등 의료진 집단행동이 원인이다. 3월 7일 기준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2907명 중 계약 포기 또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1만1985명으로 92.9%에 달한다.
‘빅5 병원’ 입원환자 수는 이에 따라 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 입원통계에 따르면, 이들 병원의 입원환자 수는 3월 13일 기준 4875명이다. 이는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되기 전엔 2월 1일부터 7일까지 하루평균 7893명과 비교해 3018명(38.2%) 감소한 수치다.
이 와중에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도 사직을 결의했다. 전공의 빈자리를 메워주던 교수·전임의도 집단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의대 증원 반대와 전공의 보호를 위한 사직 결의에 19곳 의대 교수들의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대 교수협에서 집단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건 서울대·가톨릭대·울산대 등 3곳이다.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각각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은 이번 주 내 비대위를 출범하고, 다른 대학과 협력하기로 했다.
집단 이탈 4주째에 접어들면서 구직에 나선 전공의도 다수다. 정부는 전공의의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병의원 취업은 불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울시의사회가 이달 초 홈페이지 내 마련한 구인·구직 게시판엔 약 270건이 넘는 글이 등록된 상태다. 대부분 ‘전공의 구직 요청’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은 10명 이내의 수련병원 전공의가 다른 의료기관에 등록해 의료행위를 진행 중인 점을 파악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행위가 의료법에 따라 처벌될 뿐만 아니라 전공의를 고용한 개원의도 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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