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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판만 바꿨을 뿐인데...업무용 ‘슈퍼카’ 확 줄었다

[연두색 번호판 효과]①
법인차 사적 이용 막기 위해 연두색 번호판 도입
8000만원 이상 세제 혜택 받으려면 필수 적용해야

정부가 법인차 사적 이용을 막기 위해 올해부터 연두색 번호판 제도를 도입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올해 들어(1~2월) 법인의 1억원 이상 고가 승용차 구매 대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0% 이상 줄었다. 작년 말까지 ‘아빠 찬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법인의 고가 수입차 구매가 급격히 늘어났던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업계는 정부의 새로운 번호판 정책이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풀이한다. 올해부터 교통당국은 법인의 8000만원 이상 승용차 구매 시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게 했다.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법인차의 사적 이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 중 하나다. 아직 시행 초기지만, 연두색 번호판 제도 도입 후 고가 수입 법인차 구매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억 소리’ 법인차 올들어 줄었다

구매 가격이 1억원을 웃도는 ‘고가 수입 법인차’ 수요가 올해 주춤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기준 고가 수입 법인차 등록 대수는 4394대다. 이는 전년 동기(6138대) 대비 28.4%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까지 높은 성장세를 보였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고가 수입 법인차의 등록 대수는 전년(4만7399) 대비 7.7% 증가한 5만1083대였다. 최근 4년간(2020~2023년) 연도별 등록 대수도 ▲2020년 2만9913대 ▲2021년 4만2627대 ▲2022년 4만7399대 ▲2023년 5만1083대로 매년 오름세였다.

시장에서는 고가 수입 법인차의 등록 대수 감소 원인으로 ‘연두색 번호판’을 꼽는다. 해당 번호판은 올해부터 차량가액(현시점 차량 가치) 8000만원 이상의 법인 승용차에 부착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자동차 등록 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올해 1월부터 이를 본격 시행했다.

정부가 법인차 사적 이용 문제에 제동을 건 것이다. 법인차로 둔갑한 고가의 수입차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략으로 연두색 번호판 도입을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법인차가 얼마나 사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추정할 수 있다. 지난해 등록된 고가 수입차 7만8208대의 65%가 법인명의 차량이었다. 최근 4년(2020~2023년)간 평균치는 66%에 달했다. 이들의 상당수가 사적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거부하면 세제 혜택 못 받아


법인차를 사적으로 이용하면 안 되는 이유는 탈세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정책의 허점을 악용한 사례다. 고가 수입차가 법인차로 등록되면 세금 감면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다. 법인차의 경우 구매 비용·보험료·유류비 등을 전액 법인이 부담한다. 경비는 연간 최대 1500만원까지 비과세 처리가 된다. 이런 혜택이 제공되는 법인차를 개인이 이용하면 명백한 위법이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매우 느슨하다.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차량 운행 일지 작성 등이 까다롭지 않다. 2019년 세법 개정안 통과와 함께 운행일지 의무 작성에 대한 기준이 완화됐다. 이를 허위로 작성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운행일지 허위 작성 등으로 법인차 사적 이용이 적발될 경우 별도 세금이 부과되는 영국 등과 대비된다.

운행일지를 얼마나 소홀히 작성 중인지 관련 통계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업무 목적의 차량으로 신고된 법인차는 447만2739대였다. 이 중 약 39%인 173만5000여 대가 운행기록부를 제출하지 않았다.

여전히 운행일지에 대한 규제는 없다. 연두색 번호판 부착도 필수가 아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 정부의 정책이 고가 수입 법인차 수요의 위축을 불러왔다고 본다. 그 이유는 ‘세제 혜택’ 탓이다. 정부는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은 고가 수입 법인차에 경비 비과세(연간 1500만원) 혜택을 주지 않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을 사실상 피할 길은 없다. 개인 명의 리스차(중고)를 법인이 승계한다고 해도 연두색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면서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8000만원 이상 법인차는 전용 번호판(파란색)이 아닌 연두색을 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아직 시행 초기이고, 고물가·고금리 등의 영향에 따른 수요 위축일 수도 있다. 실제 연두색 번호판의 효과인지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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